본문 바로가기

[시사 캠페인:책을 읽읍시다]

[책을 읽읍시다 (2024)] 엄마

[책을 읽읍시다 (2024)] 엄마

 

우사미 린 저/이소담 역 | 미디어창비 | 140 | 14,000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엄마는 정상적이지 않은 엄마와 그 곁에 있는 딸의 이야기이지만, 한편으로는 사랑하는 만큼 잃을 것이 두려워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관계, 사랑하는 존재가 괴로운 지금 이 상태를 그대로 받아들여야 하기 때문에 줄곧 참고 있지만 도망치고 싶은 관계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상처가 많은 엄마를 아름다웠던 그대로 지켜주고 싶어 낳고 싶다는 말까지 뱉고 마는, 우짱의 이야기에 점차 끌려들어가다 보면 마지막 페이지까지 처절함으로 치닫는 감정에 휘말린다.

 

자신을 우짱이라 부르는 우사기는 유치원 시절부터 장래 희망을 엄마라고 적을 정도로 엄마를 좋아했다. 엄마는 동생 밋군과 우사기를 엄마의 엔조(천사angel)’라고 부르며 사랑을 표현했다. 집에서 엄마는 자기가 만든 말을 즐겨 썼는데, 엄마가 어서오려오려물이라고 말하면 우짱과 밋군이 다녀왔어요물요물이라 대답하며 애정을 확인했다. 커가면서 점차 안 쓰게 된 엄마의 말투처럼, 우짱의 평화로웠던 기억과 달리 현실은, 우짱을 둘러싼 모든 상황은 어느새 고통스럽게 바뀌었다.

 

그 시작은 바람피우고 집을 나간 아빠 탓이었을까, 태어났을 때부터 엄마에게 사랑을 주지 않은 할머니로부터 시작되었을까. 어쩌면 엄마가 나를 낳는 바람에 엄마는 엄마를 잃을 수밖에 없었을까. 매일 죄책감과 연민에 시달리는 우짱은 그럼에도 자기 몸 같은 가족들에게 폭력을 휘두르고 무너지고 마는 엄마를 끝까지 지켜보고 끌어안아주는 유일한 사람이다. 그러던 어느 날, 수술을 받기 위해 엄마가 입원하는 그날에 맞춰 우짱은 구마노로 순례길을 떠난다.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은 무모한 소원을 품은 채.

 

엄마 필사적으로 말을 걸어오는 여자아이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문체로 쓰고 싶었다는 작가의 의도가 충실하게 반영된, 스스로를 우짱이라 부르는 인물의 1인칭시점으로 동생 밋군을 향한 독백을 통해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독특한 소설이다.

 

우사미 린은 인터뷰를 통해 이 이야기에서 건드리고 싶었던 감정의 가장 깊은 곳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동생에게 말을 거는 형식이 필요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소설을 쓰기 전 구마노 여행을 다녀온 뒤, 탈고까지 한 달 반의 집필 시간이 필요했다는 작가는 이 작품이 아쉬움을 남기지 않고 전력을 다해 쓰고자 마음먹었을 때 떠오른 이야기이며, ‘엄마와 딸은 자신의 근본이자 앞으로도 떼려야 뗄 수 없는 주제이기도 하다고 전했다.

 

작가 우사미 린 소개

 

1999년에 태어나 가나가와현에서 자랐다. 2019년 데뷔작인 かか(엄마)로 제56회 문예상을 수상했고, 2020년 제33회 미시마 유키오상을 사상 최연소로 수상했다. 최애, 타오르다 2020년 여름 가와데쇼보 문예지 분게이(文藝)에 발표되자마자 SNS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다. 뜨거운 반응에 힘입어 이례적으로 긴급 출간을 결정, 2020 9월 단행본으로 출간되었다. 그리고 2021 1, 164회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상을 수상했다.

 

 

 

<맑은 사회와 밝은 미래를 창조하는 시사타임즈>

<저작권자(c)시사타임즈.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시사타임즈 홈페이지 = www.timesisa.com>



박속심 기자 sisatim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