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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캠페인:책을 읽읍시다]

[책을 읽읍시다 (2052)] 우리에게 허락된 미래

[책을 읽읍시다 (2052)] 우리에게 허락된 미래

 

조해진 저 | 곽지선 그림 | 마음산책 | 216 | 14,000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2004년 등단 이후 줄곧 사회의 테두리, 중심부 바깥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그들을 대변하듯 이야기를 만들어온 소설가 조해진의 짧은 소설집 우리에게 허락된 미래. 18여 년 동안 네 권의 소설집과 여섯 권의 장편소설을 출간한 그는 신동엽문학상, 젊은작가상, 이효석문학상, 대산문학상 등 국내 유수의 문학상을 수상하며 소설의 가치를 꾸준히 증명해왔다.

 

조해진의 우리에게 허락된 미래는 마음산책 열세 번째 짧은 소설이다. 신중하고 조심스러운 태도를 견지하며 세심하게 정련한 문장으로 쌓아 올린 여덟 편의 소설은 여전히 따뜻하고 묵직하다.

 

우리에게 허락된 미래 속 등장인물들은 전지구적 차원의 사건과 조우하면서 절망과 체념을 동시에 느끼며 삶을 영위한다. 그 사건이란 더 이상의 삶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죽음과 맞닿아 있기도 하다.

 

연작 X-이경 X-현석은 소행성 X와의 충돌 디데이 26일에 재회한 옛 연인, 이경과 현석의 이야기를 다룬다. 25퍼센트라는 애매한 수치의 충돌 확률은 일상을 완전히 앗아가지 못하고, 사람들 역시 어정쩡한 자세로 하루하루를 보낸다. 그러나 죽음을 보다 예민하게 감각하던 이경은 불현듯 7년 전 헤어진 현석의 집으로 찾아가 생애 마지막일지도 모를 26일을 보내고자 한다.

 

장례지도사로 수많은 죽음을 목도해온 현석은 도래하는 그날에 대해서도 이경의 방문에도 짐짓 아무렇지 않은 체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혼란은 가중되고 급기야 이경에게 두려움과 분노가 응축된 감정을 터뜨린다. 현석에게 이경은 “X와 함께 온 손님이자 익숙하면서도 새로운 죽음의 동반자였다.

 

2254, 인류의 마지막 영토가 된 돔 안을 배경으로 한 CLOSED에서는 사는 것과 죽는 것에 대한 더욱 깊은 고찰이 드러난다. ‘생명 연장 프로젝트의 성공으로 신체 조건은 사십대에 고정된 채 233년째 살아 있는 넬은 외딴 셀 안에서 외부와의 교류 없이 우울에 시달리는 알코올중독자다. 유일한 대화 상대인 로봇 수행원 HN0034는 매일같이 그의 상태를 확인하고 센터에 데이터를 보고한다.

 

어느 날 넬은 사실 이 돔 안에 사람이라고는 자신뿐일 것이라며 의문을 제기한다. HN0034는 넬의 말을 망상이라고 일축하면서도 동요하는 모습을 보이며 혹시 생명 연장을 중단하고 싶은 건지 묻는다. 스스로 숨을 거두는 행위조차 불가능한 세계에서 어쩌면 최후의 인류일지도 모르는 넬은 영원한 고독의 공포와 마주한다.

 

비일상적인 사건이 벌어지는 세계에서 인물들이 느끼는 두려움과 불안은 그대로 독자를 관통한다. 작가는 종말이 유예된 허락하고 싶지 않은 미래를 그리며 미래 세대가 현재의 과오와 남용에서 자유롭기를 바란다는 내심을 드러낸다.

 

타인을 향한 다정한 시선도 여전히 소설 전반에 드러난다. 기후 위기와 자연재해로 손 쓸 수 없이 부서져가는 폐허에서 살아가는 수호의 뇌에는 어린 시절 사고로 심은 칩이 있다. 칩으로 인해 자신이 온전한 인간인지 확신할 수 없던 그는 위험을 무릅쓰고 칩 제거수술 경험자를 찾으러 서울에서 포항으로 향한다. 그곳에서 홀로 남은 승재를 발견한 수호는 아이의 어머니가 누군가에게 끌려갔다는 말을 듣는다. 그의 엄마 역시 어린 시절 우주로 떠난 후 돌아오지 않아 부재 상태였고, 두 사람은 엄마의 부재를 채우려는 것처럼 함께 서울로 향한다.

 

이번 짧은 소설은 다방면으로 활동하며 현재 가장 주목받는 그림작가 중 한 명인 곽지선(제니곽)과 함께했다. 독창적인 발상과 기법을 통해 상상의 영역을 시각적으로 구현한 독특한 질감의 그림들이 책에 환상적인 분위기를 더한다.

 

 

작가 조해진 소개

 

1976년 서울 출생. 2004 [문예중앙] 신인문학상에 중편소설 여자에게 길을 묻다가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천사들의 도시, 목요일에 만나요, 빛의 호위, 장편소설 한없이 멋진 꿈에, 로기완을 만났다, 아무도 보지 못한 숲, 여름을 지나가다, 단순한 진심, 환한 숨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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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속심 기자 sisatim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