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시사 캠페인:책을 읽읍시다]

[책을 읽읍시다 (2104)] 묘사하는 마음

[책을 읽읍시다 (2104)] 묘사하는 마음

김혜리 저 | 마음산책 | 404 | 18,000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온라인에서는 단정한 사유와 섬세한 문장으로 가득한 그의 글을 상찬하는 리뷰를 종종 만날 수 있다. 일반 독자뿐 아니라 문학평론가 신형철, 소설가 윤성희, 영화평론가 허문영 등 글쓰기를 업으로 하는 저자들 사이에서도 김혜리의 글은 단연 영화 글쓰기의 전범으로 회자된다. 이토록 두터운 팬층을 보유한 그가 5년 만에 출간한 산문집 묘사하는 마음 2016년 이후 팟캐스트를 통해 그의 목소리로만 영화 이야기를 접했던 이들에게 반가운 소식일 것이다.

 

OTT 오리지널 영화의 급성장으로 볼거리가 홍수를 이룬 시대, 우리에게 영화란 무엇일까. 특히 극장에 가서 영화를 본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제임스 캐머런 감독의 대답처럼 사람들은 거실 TV로 즐길 수 없는 더 선명하고 매끈하고 웅장한 영상과 사운드를 체험하기 위해 극장에 가는 것일까?

 

김혜리는 이런 질문에 관객은 그저 고퀄 영상을 즐기기 위해서가 아닌, ‘양질의 시간을 찾아서 영화관에 간다고 답한다. 영화만이 시간을 발명할 수 있는 예술이며 영화를 통해서만이 시간의 의미를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실상 암흑 속에서 일상과 차단될 때, 우리는 시간의 자치권을 갖게 되고 시간을 온전히 시간으로 받아들일 수 있지 않은가. 묘사하는 마음은 그 특별한 시간을 좀 더 길게 지속한다.

 

이 책은 [씨네21]의 개봉작 칼럼 김혜리의 영화의 일기 2017~2020년 연재했던 글과 그 전에 쓴 틸다 스윈튼 배우론 외 몇 편의 에세이를 더해 엮었다.

 

볼거리에 대한 단정적 평가가 범람하는 시대에 취향을 전시하기보다 영화라는 창작물이 스스로에게, 또 자신의 글을 읽을 사람들에게 무엇일까를 찬찬히 묻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자세는 그에게 영화의 묘사를 추동하는 힘이기도 하다.

 

그는 자신이 하고 싶었던 일이 영화의 이목구비를 살펴 사람들에게 그 초상을 보여주는 것이며, 그 길을 따라 걷다 보면 예기치 못하게 전망 좋은 언덕처럼 해석에 이르게 된다고 고백한다.

 

묘사하는 마음 1부의 배우론 부치지 못한 헌사로 시작해 영화의 주제로 가름한 부(2 각성하는 영화 3 욕망하는 영화 4 근심하는 영화), 나아가 형식에 천착한 부(5 액션과 운동 6 시간의 조형)를 거쳐 2010년대 이후의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지형을 다룬 팽창하는 유니버스로 막을 내린다.

 

영화의 나라를 경유하는 총 53편의 글들은 저자의 의도에 따라 긴밀하게 배치되어 한 편의 영화에 대한 사유가 다음 영화를 사유하게 하며 촘촘한 고리를 이룬다. 밀도 높은 글 사이사이, 적재적소에 배치된 비유와 은근한 유머는 독자를 책의 마침표로 이끄는 쉼표다.

 

작가 김혜리 소개

 

1995년 영화 주간지 씨네21 기자가 되어 영화와 영화 만드는 사람에 관해 글을 써왔으나 몇 해 전부터 영화를 글이 아닌 말로 전하는 시간이 길어졌다.

 

2010 9월부터 2020 1월까지 씨네21에 개봉작과 드라마에 관한 칼럼 김혜리의 영화의 일기를 연재했고 팟캐스트 김혜리의 필름클럽 조용한 생활을 진행하고 있다.

 

영화야 미안해(2007)를 시작으로 영화를 멈추다(2008), 그녀에게 말하다(2008), 진심의 탐닉(2010), 그림과 그림자(2011), 나를 보는 당신을 바라보았다(2017)까지 총 여섯 권의 책을 펴냈다.

 

 

<맑은 사회와 밝은 미래를 창조하는 시사타임즈>

<저작권자(c)시사타임즈.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시사타임즈 홈페이지 = www.timesisa.com>



박속심 기자 sisatim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