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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캠페인:책을 읽읍시다]

[책을 읽읍시다 (243)] 조선인 박연(전 2권)



조선인 박연(하)

저자
홍순목 지음
출판사
알에이치코리아 | 2013-05-03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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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읍시다 (243)] 조선인 박연(전 2권)

홍순목 저 | 알에이치코리아(RHK) | 420쪽 | 12,000원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지난 1991년3월, 네덜란드 로테르담 대학교 철학 교수인 ‘헹크 벨테브레’(당시 39세)가 한국을 찾았다. 17세기 무렵 조선에 살았던 자신의 13대 선조의 자취와 더불어 그 후손을 찾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그는 선조의 별다른 것을 발견하지 못한 채 쓸쓸히 돌아갔다. 이 벽안의 네덜란드인은 어찌하여 자신의 선조를 이 땅에서, 그것도 당시로부터 360년도 더 이전의 조선에서 찾으려 하였던 것인가. 그가 만나고자 했던 선조는 어떤 사람인가.

 

 

얀 얀스 벨테브레, 조선 이름 박연

 

그는 17세기 조선에 귀화한 유럽인이다. 네덜란드 데레이프 출신으로 네덜란드동인도회사의 선원이 되어 동아시아로 왔고 두 명의 동료와 함께 조선에 표착, 박연이란 이름의 조선인으로 살다 조선 땅에서 죽었다. 헹크 벨테브레 씨가 간절히 찾고자 했던 자신의 선조가 바로 그다.

 

소설 『조선인 박연』은 이 신비로운 인물의 삶을 다룬다. 네덜란드 독립전쟁의 영웅으로, 네덜란드동인도회사 선원으로, 동양의 바다를 주름잡던 해적으로, 조선의 훈련도감 내 외인부대의 대장으로, 무과의 장원급제자로, 당대 최고의 화포인 홍이포를 개발해 조선의 화포무장에 기여한 무관으로. 소설은 어떤 뛰어난 작가의 상상력보다 더욱 파란만장한 생애를 살다간 인간 박연의 삶을 기록된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치밀하게 추적, 장대한 스케일로 조명한다.

 

그는 어떻게 하여 조선에 표착하였으며 모든 것이 낯선 이 땅에서 어떻게 적응하고 어떻게 조선인들과 하나가 되었는가. 그보다 26년 뒤 조선에 표착한 모국인 하멜은 목숨을 걸고 조선을 탈출하였음에도 그는 어떤 이유로 끝내 남아 이 땅에 자신의 뼈를 묻었는가. 아직도 많은 부분 미스터리로 남아 있는 박연의 생애를 소설은 치밀한 역사 추적과 정밀한 상상력을 동원해 그 해답을 제시한다. 소설을 통해 작가는 말한다. 조선인 박연, 그는 가장 뜨겁게 자신의 생을 사랑한 사람이고 또한 가장 뜨겁게 이 땅의 사람들을 사랑한 사람이라고.

 

이미 주식시장이 열리고 있던 당시의 네덜란드는 1만 척이 넘는 대형 상선이 세계의 바다를 누비는 세계 최대의 부국이었다. 그런 나라의 사람이 극도로 폐쇄적이었던 중세 조선에 표착한 일은 다른 나라가 아니라 다른 행성에 불시착한 사건과 다름이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용모가 다르고 말이 다르고 풍속이 다르고 인정마저 다른 이 조선 땅에서 초인적인 의지와 용기로 모든 어려움을 극복했다. 이 세상이 국경과 민족을 초월해 평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곳이란 사실을 감동적으로 보여준다. 이방인으로서 이 땅을 누구보다 뜨겁게 사랑하고 뜨겁게 투쟁했던 한 거인의 초상화, 아름다운 인류애의 한 절정으로 보여주는 숭고한 사랑의 서사시, 그것이 바로 소설 『조선인 박연』이다.

 

 

외인부대원들의 애환과 감동이 가득한 조선 정착기

 

조선에 표착한 박연은 훈련도감 내의 ‘외인아병’에 배속, 조선의 군사가 되어 살아간다. 외인아병은 조선 군사조직 가운데 가장 이색적인 부대로, 임진왜란 당시 투항한 왜병, 여진이나 명의 귀화인, 멀리 서역의 위구르나 남방의 류큐인까지 다양한 인종의 병사들로 구성된 일종의 용병군사조직이다. 최강의 전투력을 자랑하는 이 부대는 각기 뛰어난 무용과 담대한 용기, 특이한 개성을 가진 사나이들의 터전이다. 이곳을 배경으로 벌어지는 강인한 사나이들의 화려한 무용담과 이들이 펼쳐 보이는 야성과 기개, 진정한 용기, 죽음을 초월한 우정 등은 이 소설을 ‘조선의 병영소설’이라고 규정할 만하다.

 

하지만 이들은 모두 고향을 잃어버린 이산의 인간들, 마음의 지향을 상실한 뿌리 뽑힌 이방인들이란 점에서 슬픈 인간들이다. 조선 여인과 결혼 두 아이를 낳고 이 땅에서 죽었다. 하지만 혈통에 대한 조선인들의 뿌리 깊은 집착으로 인해 박연의 자손이 역사에서 사라지고 만 사실. 어린 아들이 왜놈 자식이란 냉대와 핍박을 당하는 것을 괴로워하다 결국 비정한 자객으로 나서는 아카기. 조선 명문가에 입양시킨 아들이 훈련도감의 장교로 부임해와 자신을 핍박하는 일본인 병사 아오야마의 슬픈 사연을 소설은 안타까움과 연민의 시선으로 묘사한다.

 

 

26년 만에 조선 땅에서 만난 모국인들, 그 극적이고 눈물겨운 상봉

 

소설의 가장 극적인 순간은 박연의 처절한 통곡 속에 펼쳐진다. 박연이 조선에 온 지 26년 후의 어느 날, 제주도에 푸른 눈의 서양인 36명이 표착한다. 조정의 명을 받아 통역관의 신분으로 제주도로 간 박연은 뜻밖에도 모국 네덜란드 사람들과 상봉한다. 하지만 이때 그는 이미 자신의 모국어를 잊어버린 상태. 말이 되어 나오지 않는 말을 안타까이 되뇌며 박연은 자신에게 일어난 기구한 삶의 역정을 슬프게 되돌아본다. 하멜이 표착한 바닷가로 달려간 박연은 소매가 젖도록 통곡하며 하늘과 바다를 향해 외친다. 뷔 벤 이크(나는 누구인가)! 뷔 벤 이크!

 

소설은 하멜과 그 일행이 어떻게 조선을 탈출할 수 있었는가에 대해서도 역사적 상상력을 발휘해 그 대답을 제시한다. 그리고 조선에서 3년 동안이나 박연과 함께 생활했던 하멜이 자신의 보고서 「하멜 표류기」에서 박연이란 인물의 존재를 그토록 감추려 했던 까닭에 대해서도.

 

이 소설의 영웅들인 박연과 효종, 이완, 송시열이 바로 그 기적의 주인공들이다. 강성한 조국, 부강한 민족의 미래를 놓고 그들이 벌이는 눈물겨운 노력과 분투. 그리고 대의를 위한 자신의 목숨을 감연히 버리는 진정한 사나이들의 강건한 의지는 오늘날의 나약하고 왜소한 현대인들에게 가슴 벅찬 웅지와 드높은 꿈을 제공할 것이다.

 

 

작가 홍순목 소개

 

경북 의성에서 출생하였으며,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했다.「호수의 눈」으로 조선일보 신춘문예 소설 부문에 당선됐다. 또 「신들의 황혼」으로 KBS 드라마 극본 공모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장편소설 『조선인 박연』(전2권)은 소설과 영상을 아우르는 큰 이야기를 꿈꿔온 그가 카메라가 아닌 아름다운 문장으로 찍은 한 편의 장대한 드라마이다.

 

박속심 기자(sisatim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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