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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캠페인:책을 읽읍시다]

[책을 읽읍시다 (336)] 대디 러브



대디 러브

저자
조이스 캐럴 오츠 지음
출판사
포레 | 2013-10-07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악, 내면화된 공포, 생존의 문제를 파헤친 역작 노벨문학상 유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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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읍시다 (336)] 대디 러브

조이스 캐럴 오츠 저 | 공경희 역 | 포레 | 352쪽 | 13,000원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대디 러브』는 1964년 데뷔 이래 50편이 넘는 장편과 1,000편이 넘는 단편을 비롯해 시, 산문, 비평, 희곡 등 거의 모든 문학 장르에 걸쳐 왕성한 작품 활동을 이어가는 조이스 캐럴 오츠의 신작 장편소설이다. 오츠는 전미도서상을 비롯해 오헨리상, 브램스토커상, 페미나상, 시카고 트리뷴 문학상 등을 수상했고, 퓰리처상 후보에 세 차례 올랐다.

 

우울한 내러티브로 광기 어린 소시오패스의 건조한 내면 풍경을 그려낸 『좀비』를 연상시키는 또 한 편의 공포소설 『대디 러브』는 ‘유괴’라는 폭력에 희생당한 아이의 돌이킬 수 없는 인격 변화와 생존의 강박에 얽힌 이야기다. 젊고 지적인 엄마와 라디오 방송국의 인기 있는 디제이 아빠를 둔 호기심 많고 똑똑한 다섯 살배기 아들 로비가 유괴된다. 유괴범은 아이에게 ‘기드온’이라는 새로운 이름을 지어주면서 이 일은 신의 뜻이고 이제 새로운 삶이 시작됐다고 말한다. 이후 두 사람은 희생자와 포식자로서 예측할 수 없고 정상적인 감각조차 잃어버린 기묘한 유대와 공생을 시작한다.

 

오츠는 섬뜩하리만큼 현실적이고 위선적인 페르소나를 뒤집어쓴 『대디 러브』를 통해 다시한번 악인의 내면에 자리한 파멸적인 욕구를 특유의 건조하고 차가운 문체로 그려낸다. 또한 사악한 억류자 밑에서 분열하고 타락해가는 아이를 통해 인간이 신체적, 정신적 고통과 어떤 방식으로 타협하는지, 그저 생존이라는 목적을 위해 인간은 어디까지 자신의 진정성을 희생할 수 있는지에 대한 우울하고도 윤리적인 질문을 던진다.

 

다이너와 로비는 대형 쇼핑몰 주차장에서 자신들이 타고 온 차를 찾고 있다. 엄마는 평소 아이에게 주차장에서 차를 찾는 ‘책임’을 맡겼고, 다섯 살 로비는 오늘도 이 ‘숙제’를 하느라 초조하고 고단하다. 또 그녀는 이 와중에 아이에게 ‘직각’이 뭔지 가르치려 했다. 이때 그들을 주시하던 한 남자가 다가와 순식간에 로비를 차에 태워 도망치고, 뒤쫓던 엄마는 차 밑으로 끌려가다 피를 흘리며 무기력하게 거꾸러진다.

 

『대디 러브』는 아이가 유괴(2006년)되어 집으로 돌아오기까지(2012년)의 육 년에 걸친 서사를 총 3부로 나누어 기록한다. 1부는 유괴 직전부터 육 개월 후까지의 이야기다. 주차장에서 일어난 엄마와 아들의 가벼운 패닉은 그후 아동 유괴라는 커다란 공포로 이어지고, 모든 것을 삼켜버릴 것처럼 아가리를 쩍 벌린 공포는 쓰러졌던 엄마가 일어나 경찰에게 사건을 설명하는 혼돈스러운 상황에서 길길이 날뛰다가, 만신창이가 된 그녀가 수술실에 들어가는 순간 이 가족의 삶을 완전히 집어삼키고 잠시 몸을 숨긴다.

 

유괴범 체스터 캐시는 자칭 공예가이자 교회를 돌며 설교하는 시간제 목사다. 지난 수년간 아이를 납치하고 성적으로 학대하고 아이가 자라 더는 자신을 만족시키지 못하게 됐을 때 가차 없이 살해하는 악행을 저질러온 소시오패스다. 소설의 2부는 바로 이 남자와 로비(기드온)의 기묘한 공생, 그리고 공황상태에 빠진 다이너 부부의 위태로운 희망을 그린다.

 

오츠는 작품을 통해 폭력과 종교, 인종, 성차별, 계급 갈등 등을 꾸준히 이야기해온 작가다. 그녀는 폭력과 광기, 욕망과 파멸이 만연한 현실을 객관화해 그 안에 상존하는 은폐된 균열을 바로 보게 한다. 때문에 그녀의 소설에서 중요한 것은 ‘어떤 사건이 일어났는가’가 아니라 ‘그로부터 우리가 보아야 할 진실은 무엇인가’이며, 이러한 점에서 오츠가 형상화하는 폭력은 미학적이고 숭고하다.

 

 

작가 조이스 캐롤 오츠 소개

 

1938년 뉴욕 주 록포트에서 공구 제작자 아버지와 가정주부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가난한 어린 시절을 보낸 조이스 캐럴 오츠는 여덟 살 때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로 처음 문학을 접하고 열네 살 때 할머니에게서 타자기를 선물받아 작가의 첫걸음을 시작한다. 가족 중 유일하게 고등학교를 졸업한 그녀는 시러큐스 대학에 장학생으로 진학해 열아홉 살에 「구세계에서」로 대학 단편소설 공모에 당선됐다. 그리고 1964년 스물여섯 살 때 『아찔한 추락과 함께』를 발표한 이후로 50편이 넘는 장편과 1000편이 넘는 단편을 비롯해 시, 산문, 비평, 희곡 등 거의 모든 문학 분야에서 쉼 없이 왕성하게 활동해 왔다.

 

1967년 「얼음의 나라에서」, 1973년 「사자」로 단편소설만을 위한 최고의 문학상인 ‘오 헨리 문학상’을 두 차례 받았으며 1969년 『그들』로 미국 출판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상인 ‘내셔널 북 어워드’를, 1996년 『좀비』로 브램 스토커 상을, 2005년 『폭포』로 페미나 외국문학상을 받았다. 이외에도 그녀가 발표하는 작품들은 매번 퓰리처상, 브램 스토커상, 펜/포크너 문학상, 오 헨리 문학상, 미국비평가협회상의 후보작으로 거론되곤 하며, 2004년부터 영미권의 가장 유력한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위스콘신 대학에서 문학석사 학위를 받고 1962년부터 디트로이트 대학에서 문학을 가르쳤으며 현재 프린스턴 대학 인문학부의 석좌교수로 재직 중인 그녀는 현대 미국 문학을 이끄는 최고의 여성 작가로 작품성과 대중성을 두루 갖춰 평단과 독자 모두의 찬사를 받는다. 국내에 번역된 책으로는 『여자라는 종족』 외에 『사토장이의 딸』 『소녀 수집하는 노인』 『멀베이니 가족』 『빅마우스 앤드 어글리걸』『블론드』『블랙워터』 등이 있다.

박속심 기자(sisatim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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