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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캠페인:책을 읽읍시다]

[책을 읽읍시다 (390)] 존재의 순간들



존재의 순간들

저자
버지니아 울프 지음
출판사
부글북스 | 2013-12-20 출간
카테고리
시/에세이
책소개
훅 불면 사라져버릴 것 같은 버지니아 울프의 섬세한 내면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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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읍시다 (390)] 존재의 순간들

버지니아 울프 저 | 정명진 역 | 부글북스 | 344쪽 | 15,000원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버지니아 울프가 1941년 3월 코트 주머니에 돌을 채워 넣고 우즈 강을 걸어 들어가 생을 마감하고 난 뒤에 발굴된 원고들을 모은 것이 『존재의 순간들』이다. 회고록의 형식을 취하고 있다.


버지니아 울프의 남편 레너드 울프가 버지니아의 조카, 그러니까 버지니아의 언니 바네사 벨의 아들 퀜틴 벨(집필 당시 영국 서섹스 대학의 역사학과 교수였음)에게 전기 집필을 위해 넘겨준 자료 속에 묻혀 있다가 발견된 것들이다.


퀜틴 벨이 쓴 버지니아 울프의 전기는 1972년에 발표돼 각종 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존재의 순간들’이라는 제목은 1976년에 처음 책으로 묶을 때 에디터로 유고를 정리한 슐킨드(Jeanne Schulkind)가 2부 ‘과거의 스케치’에 나오는 표현에서 딴 것이다.

 

버지니아 울프가 말하는 존재의 순간은 충격이나 깨달음, 계시 같은 것을 느끼는 순간으로 개인이 존재의 실체를 온전히 느끼는 순간을 말한다. 반면에 비존재의 순간은 개인이 존재의 실체와 유리되어 있는 상태를 말하며, 먹고 마시고 자고 대화하는 등의 의식적인 생활의 대부분은 이 비존재에 속한다.

 

버지니아의 가족들에 대해 사전에 조금 아는 것도 이 책을 읽는데 도움이 될 것 같다. 버지니아 울프의 아버지 레슬리 스티븐 경은 작가와 비평가로 활동하면서 영국 문단에 어느 정도 영향력을 행사했던 인물이다. 그녀의 어머니 줄리아 덕워스는 미모로 유명한 여인이었다. 두 사람 모두 재혼이었으며, 두 사람이 결혼할 당시 레슬리 스티븐에게는 딸 하나가 있었고 줄리아 덕워스에게는 딸 하나와 아들이 둘 있었다. 레슬리 스티븐과 줄리아 스티븐이 낳은 아이가 4명이었다. 한 지붕 밑에 3가족이 살면서 버지니아 울프가 자기 어머니와 첫 남편 사이에 태어난 3명에게 ‘타인들’이라는 표현을 쓴 것으로도 짐작할 수 있듯이, 온갖 갈등을 겪으며 살았을 것이다.

 

1907년경, 즉 그녀의 첫 소설 『항해』를 발표하기 8년 전에 쓴 1부는 아직 세상에 태어나지 않은 조카(줄리안 벨)에게 들려주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울프의 언니 바네사 벨의 첫 아들 줄리안 벨에게 그의 어머니 바네사 벨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형식인데 물론 그것은 버지니아 울프의 유년 시절에 관한 이야기이다. 주변에 유난히 많았던 요절이 버지니아 울프에게 미친 영향이 그려진다. 버지니아의 사랑을 많이 받았던 줄리안 벨마저도 1937년에 스페인 내전에 앰뷸런스 운전병으로 참전했다가 29세의 나이로 죽는다.

 

2부는 언니 바네사의 독촉을 받고 쓴 글로 1939년 초부터 자살로 생을 마감하기 4개월 전까지 쓴 글이다. 영국 예술비평가 로저 프라이의 전기를 집필하는 과정에 이따금씩 스트레스에서 벗어나기 위해 쓴 글이지만, 제2차 세계대전의 암울한 분위기에서 죽음을 예감하며 쓴 것이 아닌가 싶다.

 

 

작가 버지니아 울프 소개

 

위대한 소설가이자 비평가로, 문학사에서 페미니즘과 모더니즘의 선구자로 평가받는 20세기 주요 작가이다. 버지니아 울프는 1882년 영국, 빅토리아 시대 풍의 관습, 자유주의와 지성이 적절하게 혼합된 단란한 가정에서 태어났다. 그녀의 아버지인 레슬리 스티븐 경은 빅토리아 시대의 저명한 평론가·전기작가·학자로 『18세기 영국 사상사』의 저자이자 『국제 전기 사전』의 편집자였다. 그녀의 어머니 줄리아는 소문난 미인이자 문학계의 안주인으로 스티븐 가문을 이끌었다. 특히 버지니아에게 큰 영향을 준 것은 아버지의 교육이었는데, 그녀는 감성적으로 읽는 법과 훌륭한 글을 감상하는 법을 아버지에게서 배웠으며 세인트 에이브스의 별장에서 보낸 어릴 때의 여름철 경험이 그녀와 바다를 밀접하게 만들었다.

 

부모가 죽은 뒤로는 남동생 에이드리언을 중심으로, 케임브리지 출신의 학자 ·문인 ·비평가들이 그녀의 집에 모여 '블룸즈버리그룹'이라고 하는 지적 집단을 만들었으며, 리튼 스트레치, 로저 프라이, 레너드 울프, 클라이브 벨, 던컨 그랜트, J.M. 케인즈, 데스먼드 매카시 들이 만들어내는 문화적인 분위기 속에서 미술, 문학, 인생, 정치, 경제, 그 밖의 모든 문제를 논하고 사상을 연마했다. 1905년부터는 『타임스』지(紙) 등에 문예비평을 써 왔고, 1912년 정치평론가인 L.S.울프와 결혼하였다.

 

1915년 처녀작 『출항』을, 1919년에는 『밤과 낮』을 발표하였다. 이들은 다 같이 전통적 소설형식을 따랐으나 1922년에 나온 『제이콥의 방』에서는 주인공이 주위 사람들에게 주는 인상과 주위 사람들이 주인공에게 주는 인상을 대조시켜 그린 새로운 소설형식을 시도하였다. 이와 같은 수법을 보다 더 완숙시킨 작품이 『댈러웨이 부인』(1925)이었다. 그 사이 평론 『현대소설론』(1919)과 『베넷씨와 브라운 부인』(1924)에서는 또 새로운 실험적 소설이 갖추어야 할 요소를 논하고, 시대의 변화와 더불어 진실에 대한 관점도 달라진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1927년에는 소녀시절의 원체험(原體驗)의 서정적 승화라고도 할 수 있는 『등대로』를 발표, '의식의 흐름' 기법으로 인간 심리의 가장 깊은 곳까지를 추구하며 시간과 '진실'에 대한 새로운 관념을 제시하였다. 친구 S.웨스트의 전기 『올랜도』는 그와 같은 수법의 좋은 예이다. 1931년에 발표한 『물결』은 소설이라기보다 시에 가까우며 그녀의 사상의 궁극과 한계를 말해 주고 있다. 그러나 그 후에 발표한 『세월』『막간』에서는 또다시 전통적인 수법으로 돌아갔다.

 

이 밖에 문예평론집에 『일반독자』 여성론 『자기만의 방』 등이 있다. 1941년 3월 28일 다음과 같은 편지를 남기고 우즈강에 투신자살하였다. 원인은 소녀시절부터의 심한 신경증이 재발한 데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버지니아 울프의 대표작 『자기만의 방』과 『3기니』등은 1970년대 이후 페미니즘 비평의 고전으로 재평가되면서 울프의 저작에 관한 연구가 활발해졌다. 특히 그녀의 작품 『자기만의 방』이 피력한 여성의 물적, 정신적 독립의 필요성과 고유한 경험의 가치는 수십년이 흐름 우리 시대의 인식과 문화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박속심 기자(sisatim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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