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문화, 연예/북스

[책을 읽읍시다 (505)] 일곱 성당 이야기

[책을 읽읍시다 (505)] 일곱 성당 이야기

밀로시 우르반 저 | 정보라 역 | 열린책들 | 496쪽 | 13,800원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체코가 낳은 〈움베르토 에코〉, 밀로시 우르반의 고딕소설 『일곱 성당 이야기』. 그의 두 번째 작품인 『일곱 성당 이야기』는 당시 복잡한 사회적, 역사적 격변을 겪었던 체코 사람들의 정서와 심리를 정확하게 포착하면서 출간되자마자 대중들로부터 큰 주목을 받아 베스트셀러가 됐다. 이 작품은 스페인어, 독일어, 러시아어, 네덜란드어, 헝가리어 등 10개국 이상의 언어로 번역됐다. 특히 스페인에서 5만 부 이상, 독일에서는 10만 부 이상이 팔렸다.


『일곱 성당 이야기』는 지금까지도 중세와 현재가 공존하는 매력적인 유럽의 도시 프라하에 실존하는 여섯 개의 대표적인 성당을 배경으로 한 고딕 스릴러 작품이다. 이 작품은 14세기 중세 시대를 재건하려는 음모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지적 추리 소설이라는 점에서 중세 수도원에 얽힌 음모를 배경으로 한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을 떠올린다는 평가를 받았다.


작품은 처음부터 잔인한 사건으로 독자들의 심장을 강하게 조여온다. 프라하의 과거에 대한 향수에 젖어있는 대도시의 소시민 K는 옛 건물에 손을 대면 과거의 사건들을 볼 수 있는 기이한 능력을 가진 비범한 인물이다. 그는 우연히 프라하의 어느 고딕 성당 종루에 살아 있는 사람의 발목이 밧줄에 꿰여 소름끼치는 종소리를 내고 있던 엽기적인 사건을 목격하게 된다.


사실 주인공 K의 본명은 〈크베토슬라프〉. 그는 이름에 대한 아픈 기억이 있어 ‘K’라는 이니셜로 자기 자신을 부르는 소심한 경찰이다. 억울한 누명을 쓰고 정직을 당했던 K는 성당에서의 엽기적인 사건을 목격을 한 계기로 복직을 하고 귀족 출신인 그뮌드와 세 명의 조력자들을 만난다. 14세기 카렐 4세가 세운 프라하 신시가지의 미학적, 종교적 이상에 빠져 있던 K는 도덕적, 종교적으로 타락한 현대의 프라하 건축물들을 중세의 고딕 양식으로 완벽 복원하겠다는 환상에 사로잡힌 그뮌드에게 강력하면서도 묘한 매력을 느낀다.


하지만 그뮌드의 맹목적 복원 의지는 단순히 건축 양식에서 그치지 않고, 14세기 당시의 급진적인 법과 정의, 결점 없는 종교적 순수함과 엄숙함을 프라하 전체에 입히려는 엄청난 계획을 갖고 있었다. 현대 프라하의 모든 상업적인 요소들과 정신의 결여를 일순간 붕괴시키려는 것은 물론이다.

한편 주인공 K의 기이한 능력은 자본주의에 찌든 프라하를 과거의 순수한 중세 도시로 재건하려는 근본주의자 그뮌드에게 꼭 필요한 것이었다. K의 능력을 이용해 그뮌드는 자신의 은밀한 계획에 조금씩 가까워진다. 그러한 사실을 알지 못하던 K는 일련의 기묘한 사건들에 이리저리 휩쓸리며 이 모든 일의 종착점, 수수께끼의 장소 〈7성당〉에 얽힌 비밀들을 조금씩 풀어나가기 시작한다.

밀로시 우르반의 고딕 스릴러 『일곱 성당 이야기』는 기묘하고도 정중한 방식으로 풀어쓴 잔인한 작품이다. 살아 있는 사람의 발목에 구멍을 뚫어 밧줄로 꿰어서 종루 에 매달아 놓는다든가 살해된 사람의 다리가 고급 호텔의 깃대 위에 꽂혀 있는 등의 엽기적이며 잔혹하기 짝이 없는 사건들에 대해 우르반은 주인공의 입을 빌어 매우 점잖은 문체와 세련된 문장으로 건조하고도 자세하게 묘사한다.


주인공을 포함한 모든 등장인물들의 격렬한 감정 표현조차 정제된 언어로 다듬어져 표현한다. 혼란스럽고 기괴하여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미로와 같은 상황이나 이미 지나가 버린 몇 백 년 전의 플래시백도 주인공은 일단 자신이 보고 들은 그대로를 내놓는다. 그래서 혼란이나 분노나 두려움을 느낄 새도 없이 독자는 자신도 모르게 주인공이 느끼는 감정을 그대로 느끼며, 함께 충격을 받고, 함께 혼란에 빠지고, 함께 두려워하며 아슬아슬한 스릴 속에 책장을 넘기게 된다. 이국적인 유럽 도시에서 펼쳐지는 충격적인 사건들과 아슬아슬한 추격전이 독자들에게 색다른 재미로 다가온다.


한편으로는 배경이 현대라는 점에서, 중세 이래 번성해온 유럽의 비교(秘敎)에 관한 자세한 묘사가 특징인 에코의 두 번째 추리소설 『푸코의 진자』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실제로 우르반은 이 작품을 통해 〈움베르토 에코에게 보내는 체코식 답변〉, 〈체코 문학의 검은 기사(騎士)〉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체코 문학에 고딕 느와르 스타일을 부활시킨 작가로 널리 알려졌다.



작가 밀로시 우르반 소개


〈체코가 낳은 움베르토 에코〉, 〈체코 문학의 흑기사〉라는 찬사를 받으며 체코 문학에 고딕 느와르 장르를 부활시킨 밀로시 우르반은 1967년 체코 서북부에 위치한 소코로프에서 쌍둥이로 태어나 외교관이었던 부모를 따라 대부분의 유년 시절을 런던에 있는 체코슬로바키아 대사관에서 보냈다.


그는 1986년부터 1992년까지 프라하 카렐 대학교에서 현대 철학과 문학을 공부하면서 글을 쓰기 시작했다. 1992년부터 믈라다 프론타 출판사의 편집자로 일을 시작했고, 2001년부터는 프라하에 거주하면서 그의 역작 『일곱 성당 이야기』를 출판한 아르고 출판사의 편집장을 맡고 있다.


20년 이상의 세월을 편집자로 지내며 장편과 중?단편을 포함 지금까지 총 18권의 작품을 발표한 그는 데뷔작 『원고의 마지막 구두점』(1998)으로 대중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고, 체코 고딕 문학의 역작으로 손꼽히는 두 번째 작품 『일곱 성당 이야기』를 집필했다. 『일곱 성당 이야기』는 당시 복잡한 사회적, 역사적 격변을 겪었던 체코 사람들의 정서와 심리를 정확하게 포착하면서 출간되자마자 대중들로부터 뜨거운 사랑을 받아 베스트셀러가 됐다.


그 후에도 그는 『대성당의 그림자』(2003), 『미카엘라, 성 안델 수도원에서의 사건』(2004), 『죽은 소녀들, 열 가지 기묘한 이야기』(2007) 등 자신 만의 독특한 주제로 꾸준히 작품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특히 체코의 신화와 전설을 모티브로 환경 문제를 과감하게 꼬집어 논란이 되었던 『물의 정령』(2001)은 체코에서 명망있는 마그네시아 리테라 문학상을 수상했고, 체코 TV에서 영화화를 결정할 정도로 화제가 되기도 하였다.


박속심 기자(sisatime@hanmail.net)



<맑은 사회와 밝은 미래를 창조하는 시사종합지 - 시사타임즈>

<저작권자(c)시사타임즈.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시사타임즈 홈페이지 = www.timesis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