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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캠페인:책을 읽읍시다]

[책을 읽읍시다 (517)] 메두사의 저주: 시각의 문화사


메두사의 저주

저자
정항균 지음
출판사
문학동네 | 2014-06-30 출간
카테고리
인문
책소개
오늘날 최첨단 기술영상시대의 가장 첨예한 ‘시각’ 담론으로 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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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읍시다 (517)] 메두사의 저주: 시각의 문화사

정항균 저 | 문학동네 | 544쪽 | 27,000원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오늘날 최첨단 기술영상시대의 ‘눈’은 가장 지배적인 감각기관이자, 가장 즉물적인 정보전달 매체다. 그렇다면 인류 문화에서 가장 오래된 매체인 문자, 그중에서도 가장 허구적으로 구축된 문자세계인 문학 안에서 이 ‘눈’은 어떻게 작용하는가. 그 시각 체제의 변화 양상과 시각성에 관한 시대별 주요 철학 담론과 관련 문학작품을 분석한 새로운 관점의 문학비평서.

 

오랫동안 문자를 매체학적 관점에서 사유해온 저자는 주로 미술사에서 다뤄졌던 시각성과 모더니티 담론을 문학사 내에서 조망함으로써 오늘날 컴퓨터 앞의 눈뜬장님의 세계에서 현대판 테이레시아스의 부활을 꿈꾼다. 저자는 신화와 성서에서 촉발된 장님 모티브에서 출발해, 지성의 시선과 초월적 시선 간의 긴장관계를 보여주는 고대의 플라톤과 중세의 아우구스티누스 철학 및 근대 데카르트의 합리주의와 원근법의 단안적 시선을 거쳐, 사르트르, 바타유, 푸코, 데리다 등 현대와 포스트모더니즘의 다양한 시선 이론에 이르는 시각 담론사를 철학적으로 조명한다.

 

아울러 이 담론이 문학에서 어떻게 펼쳐지는지를 다양한 문학작품의 예를 통해 보여준다. 인간을 대상화하고 감시하는 메두사의 시선이 득세하는 현대사회에서 이 책은 시점주의로서의 문학이 지닌 비판적 잠재력과 인간의 선험적 실명에 대한 인식을 통해 다원적 시선을 여는 문학적 가능성을 탐색한다.

 

이 책의 제목 ‘메두사의 저주’는 오늘날 시각문화 중심의 현대를 진단하는 저자의 비판적 전언이다. 실로 시각 문제에 있어 눈먼 자와 눈뜬 자의 문제는 철학적, 역사적, 문학적 담론의 큰 화두 중 하나였다. 진리에 대한 인식과 발견의 도정으로서의 철학과 문학에 있어, 신화적 존재 메두사는 저자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시각성’과 관련하여 작동하는 근대의 위협적인 시선을 대변하는 메타포다. 이와 관련하여 흥미롭게도 저자는 이 ‘시각의 문학사’ 연구의 단초를 ‘장님상’에서 얻는다.

 

그리하여 먼저 제1부 「장님 모티프로 살펴본 시각의 문학사」에서 저자는 역설적으로 인류 문헌에서 가장 오래된 신화적 모티프 중 하나인 실명의 문제, 즉 장님 모티프에서 이 새로운 문학사 기술의 가능성을 현실화한다. 즉 그리스 신화와 성서에서 그 단초를 끌고와, 플라톤, 아우구스티누스, 데카르트, 디드로, 키틀러 등의 시대별 관련 철학자들의 논의와 이를 문학적으로 형상화한 소포클레스, 움베르토 에코, 셰익스피어, 오르한 파묵, 주제 사라마구, 막스 프리쉬, 은희경 등의 다양한 세계 문학작품을 교차적으로 살핀 후, 자크 데리다의 『눈먼 자의 회상』이라는 책을 통해 오늘날 포스트모더니즘 시선 담론의 한 양상을 짚어낸다.

 

이어 제2부 「철학 담론에 나타난 근대적 시선 비판과 그 문학적 형상화」에서는, 근대와 더불어 본격적으로 불붙었던 시각매체 담론과 그에 대한 비판이 어떻게 문학 안에서 구현되고 있는지를 살핀다. 즉 사르트르, 바타유, 푸코, 보드리야르 등의 철학자들과 조지 오웰, 무라카미 하루키, 보르헤스, 김영하 등의 작가들이 이 논의에 핵심에 서 있다.

 

마지막으로 제3부 「문학작품에 형상화된 시선 담론」은 앞서 살핀 장님 모티프와 시각성에 관한 근현대 철학 담론의 주요 양상 분석을 토대로, 근대와 현대의 실제적인 문학작품에서 드러나는 특정 모티프를 중심으로 시선의 의미 변천과정을 다룬다. 저자는 근대를 특징짓는 시선을 ‘의사’와 ‘사냥꾼’의 시선으로 나누고 이를 ‘어른’의 시선으로 간주해, 졸라, 플로베르, 카프카, 옐리네크, 코넬 등의 작품 안에서 이 시선의 양상을 비판적으로 살핀다.

 

더 나아가 이에 대응하는 포스트모더니즘의 시선을 ‘아이’의 시선으로 간주하고, 시각중심주의를 비판적으로 통찰할 수 있는 이 시선을 담지한 그라스, 은희경, 한트케, 쥐스킨트, 마이네케 등의 작품을 니체의 철학과 더불어 조명한다. 다시 말해 눈먼 자의 논의에서 출발한 저자는 메두사의 저주마냥 시각문화가 득세한 오늘날 디지털 시대의 눈뜬장님들이 어떻게 인간존재의 선험적 실명을 인식하고 문자세계의 열린 가능성을 보는 눈뜬 자가 될 수 있을지를 되묻는다.

 

 

작가 정항균 소개

 

서울대학교 독어독문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학교 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독일 부퍼탈대학교에서 하버마스의 의사소통행위이론을 바탕으로 한 폰타네 소설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독일 19세기 사실주의 문학과 독일 현대소설을 전공했으며, 현재 서울대학교 독어독문학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지은 책으로 『시시포스와 그의 형제들』(2009), 『자본주의 사회와 인간 욕망』(공저, 2007), 『므네모시네의 부활』(2005), 『대화의 개방성―테오도어 폰타네 소설 연구Dialogische Offenheit. Eine Studie zum Erz?hlwerk Theodor Fontanes』(2001), 『“typEmotion”―문자학의 정립을 위하여』(2012) 등이 있고, 옮긴 책으로 『커플들, 행인들』(2008), 『악마의 눈물』(공역, 2004)이 있다.

 

박속심 기자(sisatim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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