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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캠페인:책을 읽읍시다]

[책을 읽읍시다 (537)] 뒤돌아보며 : 2000년에 1887년을



뒤돌아보며

저자
에드워드 벨러미 지음
출판사
도서출판아고라 | 2014-08-20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빈곤과 불평등, 전쟁이 없는 세상…… 유토피아 문학의 고전 『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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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읍시다 (537)] 뒤돌아보며 : 2000년에 1887년을

에드워드 벨러미 저 | 김혜진 역 | 아고라 | 316쪽 | 12,800원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미국 최초의 SF소설은 달나라 여행에 관한 것일까, 기계가 인간을 지배하는 세상에 대한 이야기일까? 자본주의가 고도로 발달한 미국에서 탄생한 최초의 SF소설은 바로 자본주의가 철폐된 유토피아 사회를 그린 작품이었다.


유토피아 문학의 고전이자 미국 최초의 SF소설인 『뒤돌아보며』가 출간됐다. 19세기에 씌어진 이 작품은 2000년을 시대적 배경으로 국가가 모든 생산수단을 관리하고 사람들은 누구나 평등하게 삶의 윤택함을 누리는 세상을 그렸다. 출간 당시 『톰 아저씨의 오두막』과 『벤허』 다음으로 많이 팔린 베스트셀러였다. 이 책은 미국의 사회주의 운동과 여성 운동에 커다란 영향을 미쳤으며 지금도 미국 고등학생들과 대학생들의 필독서로 읽히고 있다. 또한 출간 이후 전세계 160개 국가에서 번역 출간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는 지금까지 이 책이 딱 한 번 발췌본으로만 소개됐다. 이는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인 우리 사회에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는 레드 콤플렉스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이 책의 주인공 줄리언 웨스트는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증조부가 모은 돈의 ‘투자 수익으로 먹고사는’ 19세기의 ‘가장 운 좋은 사람들’ 중 한 명이었다. 부자이자 교육받은 자였던 그의 유일한 고민은 노동자들의 파업 때문에 신혼집의 완공이 거듭 지연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아 불면증에 시달리다 최면술사의 도움을 받아 지하 침실에서 잠이 든다. 그리고 다시 눈을 떴을 때, 자신이 잠들었던 날로부터 시간이 113년이나 지나 있음을 알게 된다. 그의 집은 그가 잠든 사이 불에 타 사라졌고 그는 한 세기가 넘는 세월 동안 잠들어 있었던 것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영원할 것만 같았던 자본주의가 사라지고 모두가 함께 생산 활동을 하고 똑같이 물질적 부를 분배하는 사회가 되었다는 것. 2000년의 사람들은 평등하게 교육받고 국가의 주도하에 산업 군대의 일원으로서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을 하고 균등하게 생산의 대가를 받으며, 45세가 되면 노동의 의무를 모두 마치고 온전히 삶을 누린다.


‘뒤돌아보며 : 2000년에 1887년을’이라는 제목 그대로 19세기의 사회․경제 제도와 작가인 에드워드 벨러미가 상상한 21세기의 체제를 비교하는 것이 이 책의 씨줄이라면 주인공인 웨스트가 자신의 약혼녀였던 이디스와 21세기에 만난 또 다른 이디스와 펼치는 사랑 이야기가 날줄을 이루고 있다.


대부분의 유토피아 소설이 개연성 있는 사회를 그리기보다 현실 풍자에 초점을 맞추는 것과 달리 이 책은 굉장히 체계적인 경제적 근거를 제시하고 있다. 이 책을 읽고 감명을 받은 사람들이 실제로 이 책에서 제시된 사회를 구현하자며 산업국유화 운동을 펼치고, 이 운동이 폭넓게 확산될 수 있었던 것도 이 때문이다. 또한 이 책이 세계 최초로 신용 카드(credit card)라는 용어와 그 개념을 만들고, 홈쇼핑과 대형마트 등의 등장을 예견한 것 또한 주목할 만하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영국 노동당이 주창한 것으로 익히 알려진 ‘요람에서 무덤까지’라는 용어 또한 이 책에서 사회보장제도의 필요성을 역설하기 위하여 처음으로 제시된 것이다.


미래 세계에 대한 이런 놀라운 상상력과 산업적 비전을 모두 갖추고 있는 이 책에서 그린 21세기와 현재 우리 사회는 얼마나 닮아 있을까? 유토피아가 실현되기는커녕 자본주의의 모순이 점점 심화되어가고 있는 지금, 진정으로 인간을 위한 사회상과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을 다시 되돌아보아야 할 것이다.



작가 에드워드 벨러미 소개


1850년 3월 미국 메사추세츠 주 치코피폴스의 중산층 가정에서 침례교 목사의 셋째 아들로 태어났다. 웨스트포인트 육군사관학교에 응시했다가 우수한 성적에도 불구하고 신체 검사에서 떨어져, 유니언 칼리지에 입학했다. 대학에서는 학과 수업을 듣기보다는 도서관에 파묻혀 지내며 광범위한 독서로 인문학적 소양을 쌓았다.


1868년 독일에 있던 그의 큰형이 갑자기 사망하자 학업을 중단하고 독일로 갔고, 그후 1년간 그곳에 머물며 유럽의 사상과 문물을 경험했다. 고향으로 돌아온 후 법학을 공부해 1871년 변호사 시험에 합격했다. 그러나 변호사 사무소 개업 후 그가 처음으로 맡은 일은 집세를 내지 못한 과부를 강제 퇴거시키기 위한 소송이었고, 변호사라는 존재가 돈과 권력을 가진 자들의 하수인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깨달은 그는 곧바로 폐업을 한다.


이후 언론계에 투신해 ‘뉴욕 이브닝 포스트’와 ‘스프링필드 유니언’ 등에 글을 썼고, 1880년에는 동생과 함께 ‘스프링필드 데일리뉴스’를 창간해 운영하기도 했다. 1875년 ‘스크리브너스 먼슬리’지에 최초의 단편소설 『갑작스러운 추위』를 발표하면서부터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1888년 출간한 이 책 『뒤돌아보며』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미국 최초의 공상과학소설이었던 이 책은 문학적으로 커다란 반향을 일으켰다. 뿐만 아니라 사회주의적 이상향을 제시함으로써 산업국유화 운동, 사회주의 운동, 여성 운동 등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이 책을 읽고 감명을 받은 사람들은 이 책에서 제시된 사상을 실제로 구현하기 위해 산업국유화론자 클럽을 결성했다. 이 클럽은 1891년 165개에 달할 정도로 큰 호응을 얻었다.


에드워드 벨러미 또한 ‘신국가’라는 주간지를 창간해 산업국유화 운동에 뛰어들었으며 이 책의 속편인 『평등』을 출간해 이 운동을 확산시키려 했다. 그러나 폐결핵에 걸려 1898년 고향 집에서 사망함으로써 뜻을 이루지 못하고 말았다.


그가 쓴 다른 작품으로는 『헤이든호프 박사의 공정』 『러딩턴 양의 자매』 『스톡브리지 공작』(1879년 연재, 1900년 출간) 등이 있다.


박속심 기자(sisatim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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