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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캠페인:책을 읽읍시다]

[책을 읽읍시다 (550)] 유령이 신체를 얻을 때

[책을 읽읍시다 (550)] 유령이 신체를 얻을 때

박민정 저 | 민음사 | 252쪽 | 13,000원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2009년 ‘작가세계’ 신인상에 『생시몽 백작의 사생활』이 당선되며 등단한 박민정의 첫 번째 소설집이다.


작가 박민정은 지난 5년 동안 잉여 가족, 즉 사회에 한 치의 쓸모도 제공하지 않고 단 한 사람에게도 울타리가 되어 주지 못하는 트러블 메이커로서의 가족에 천착하며 자신의 고유한 특질을 형성해 왔다. 전후 작가 손창섭이 6.25 이후 불안한 사회의 기괴하고 무기력한 인물을 통해 냉소와 그로테스크의 절정을 보여 주었다면 박민정은 IMF와 삼풍백화점 붕괴 이후 학대와 착취로 얼룩진 가족과 사회의 세대 갈등을 통해 냉소와 그로테스크를 계승한다.


『유령이 신체를 얻을 때』에 실린 여덟 편의 단편은 근본적으로 동일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삼풍백화점 붕괴나 IMF 외환위기 등 1990년대의 시대적 지표들에서 드러나듯 대부분의 주인공은 1980년대 초중반 이후에 태어나 1990년대에 유년기와 청소년기를 보낸 현 세대 청년들이다.


그들의 일상에 주요한 영향을 끼치는 인물은 동년배보다는 부모 세대로 실제 부모나 양부 혹은 유괴범 또는 아버지 역할을 대리하는 사제나 교수, 부모 못지않은 권력을 행사하는 형, 사장, 교장, 젊은 교수 등 주변 연장자 누구에게나 부모상이 씌워져 있다. 그런 점에서 박민정 소설은 가족 소설의 테두리 안에 있으며 그 테두리 안에서 청년들은 부모 세대와 갈등한다.


주인공들은 부모나 다른 성인의 과오로 인해 외상적 사건을 겪었고 그 후유증은 현재까지 지속되며 그들의 신체와 정신을 괴롭힌다. 유괴, 학대, 구타, 무시, 성희롱은 물론 미성년자를 독립된 인격체로 존중하지 않고 연장자의 욕구를 충족하기 위한 수단과 대상으로 격하하는 모든 종류의 폭력의 피해자가 된 청년들. 여기에 국가 부도, 교통사고, 사업 실패 등 부모 세대에 직간접적으로 피해를 입히며 가정 안팎으로 심각한 파장을 남긴 집단적 사고까지 더해져 청년들의 상처는 속수무책으로 깊어진다.


사건은 과거에 발생했지만 당시 풀지 못한 의문과 감정은 현재까지 응어리져 잔존하며 여기 가계 파산과 빈곤까지 더해져 현 세대 청년과 그의 부모 사이 신경증적 불만과 갈등의 원인이 된다. 더욱이 청년이 사회에 진출해서 만나는 연장자들은 그에게 따르고 싶은 인생 선배의 모범을 보이기는커녕 경제적으로 무능하거나 윤리적으로 타락했고 자신들을 경제적, 성적으로 착취한다.


그러나 작가는 세태를 고발하는 차원에 그치지 않는다. 박민정 소설에서 가족 파괴 서사는 부모의 양육 방임을 지적하는 데 그치지 않고 보다 다면적으로 제시된다. 부모의 잘못은 부재, 결격, 무능, 불능, 태만, 무책임, 부도덕, 위법 등 ‘돌봄’을 방해하는 모든 층위에 걸쳐서 나타나며 자식들은 그들의 자식에게 폭력을 대물림하며 가족에 저항한다. 부모 세대를 거부하기 위해 그들과 닮아 가는 아이러니는 가족을 넘어 한국 사회의 가장 취약한 아킬레스를 건드린다. 병든 가족이라는 입구로 들어간 독자들은 소설의 출구에 이르렀을 때 한국 사회의 오늘을 조망할 수 있을 것이다.



작가 박민정 소개


1985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중앙대 문예창작과와 동 대학원 문화연구학과를 졸업했다. 2009년 ‘작가세계’ 신인상에 『생시몽 백작의 사생활』이 당선되어 등단했다. 

  

박속심 기자(sisatim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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