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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캠페인:책을 읽읍시다]

[책을 읽읍시다 (578)] 그토록 순수한 녀석들

 


그토록 순수한 녀석들

저자
파트리크 모디아노 지음
출판사
문학세계사 | 2014-11-01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2014년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파트리크 모디아노의 자전적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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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읍시다 (578)] 그토록 순수한 녀석들

파트리크 모디아노 저 | 진형준 역 | 문학세계사 | 273쪽 | 10,000원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2014년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파트리크 모디아노의 자전적 소설 『그토록 순수한 녀석들』. 이 책은 생의 가장 아름다운 시절, 잃어버린 사랑을 찾아 헤매는 한 사내의 순례기로, 파트리크 모디아노는 이 작품을 통해 황폐해진 삶을 어루만지는 순수한 시간의 기억들을 복원해낸다.


모디아노는 1945년생이므로 2차 대전의 경험이 없다. 그런데도 그의 작품들은 대개 독일 점령시의 파리를 중심으로 펼쳐진다. 그리고 역사의 비극과 마주한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묘사한다. 이번에 스웨덴 한림원이 그에게 노벨 문학상을 수여하면서 설명했듯이 그의 회상조의 작품들은 독일 점령기의 ‘도무지 불가해한, 또한 감추어진 인간의 운명을 우리에게 그려 보임으로써’ 인간 존재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으로 우리를 이끈다. 그 우울했던 시대, 모든 개인들의 행복한 삶을 역사의 희생물로 만들어버린 그 시대를 천착하는 일이 모디아노 작품에서 일관된 주제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


이번에 출간된 『그토록 순수한 녀석들』도 예외는 아니다. 작품 속에서 조니라는 인물이 스스로 회상하고 있는 자신의 삶이 그러하다. 그는 오스트리아에 살다가 독·오 합병으로 인해 할머니와 함께 프랑스로 오게 된다. 할머니마저 미국으로 떠나자 그는 홀로 파리에 남아 여기저기를 전전한다. 그리고 우연히 만난 한 여인과 외로움을 나눈다. 그러던 중 어느 날 검문에 걸려 동부전선으로 끌려가게 된다. 그 어느 곳에서도 개인의 선택은 찾아볼 수 없다. 그것은 역사의 희생물이 된 개인의 삶, 바로 그것이다. 작가는 자신의 작품에 대해 ‘나의 목표는 어떤 박명의 어렴풋한 세계를 그려 보이려 노력하는 일이다’라고 말하고 있다.


『그토록 순수한 녀석들』은 어떠한 무기도 지니지 못한 채 삶의 시간 속에 던져진 청춘들의 고통스러운 자화상이다.

 

파트리크 모디아노는 이번 작품 속에서도 변함없이 15년, 혹은 20년, 아니 그 이상이거나 그 이하이거나에 상관없이 ‘시간이 멸(滅)해 버린 나보다 더 많은 나를’ 찾아 나서고 있다. 비록 이제는 사라져 버렸지만 화자와 등장인물들의 추억 속에 생생히 남아 있는 발베르 학교는 그들의 생애의 요람이었으며 거기서 함께 생활했던, 그러나 그 이후 서로 뿔뿔이 흩어져 버린 친구들은 그들의 생의 가장 아름다운 한 부분을 나눠 가지고 있는, 그런 의미에서 서로의 분신들인 것이다. 행복한 날을 우울히 꿈꾸며 군에 입대하는 미셸, 다가갈 수 없는 바다에 미쳐 버린 맥 파울즈, 어른이 된다는 두려움에 떠는 데조토와 크리스티앙 포르티에, 쾌활함을 잃어버린 요트랑드, 사기단에 걸려 몸과 일생을 망쳐버린 '우리들의 여왕' 마르틴느, 청부살인자가 된 뉴망, 마약중독자가 된 샤렐, 폐인이 되어 버린 라포르 선생님… 등등.


이렇듯 조각조각 부서진 삶의 파편들을 다시 모아 맞추는 작업은 파트리크라는 한 연극배우에 의해 이루어진다. 어쩌면 파트리크라는 화자는 이 소설에서 파트리크 모디아노 자신의 삶을 그린 자화상에 다름 아니다. 그러나 그것은 아무래도 상관없는 일이다. 사실 그의 모든 소설에는 자전적 요소가 짙게 배어 있지만 그것이 독자들의 객관적인 독서와 감동을 방해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그것은 작가의 상상력에 의해 완전히 탈바꿈되어 있기 때문에 적극적인 의미에서의 소설적인 분위기를 이룩해 내는데 성공한다. 그것은 여러 점에서 입증된다.


대화체로 되어 있는 회상 장면에서 화자와 청자가 누군가는 앞서 말한 인물의 중복을 떠올리면 금방 짐작할 수 있다. 즉 화자는 현재의 화자, 이 소설 전체의 화자인 파트리크이며 청자는 몇 년 전 라포르 선생을 만났을 당시의 에드몽 클로드인 것이다. 이렇듯 동일 인물의 대타화를 통해 모디아노가 노리고 있는 것은 작가 혹은 화자의 주관적 정서의 개입을 가급적 억제함으로써 독자의 상상력이 참여할 수 있는 여지를 최대한으로 넓혀 작품의 울림의 폭을 한없이 확장시키고자 하는 데 있다.


따라서 간결하게 절제된 서술을 주된 특징이자 장점으로 하는 모디아노 소설들은 그 물리적인 분량과는 비교가 안 될 만큼 넓은 의미의 장(場)을 거느리게 된다. 상상력을 통한 독자의 폭넓은 참여를 통해 작품의 궁극적 완성을 도모하고자 하는 모디아노의 감춰진 의도는 그의 애매성에서 비롯하기도 한다.


결국 『그토록 순수한 녀석들』은 생의 가장 아름다운 시절, 잃어버린 사랑을 찾아 헤매는 한 사내의 순례기로, 파트리크 모디아노는 이 작품을 통해 황폐해진 삶을 어루만지는 순수한 시간의 기억들을 복원해낸다.



작가 파트리크 모디아 소개


바스러지는 과거, 잃어버린 삶의 흔적으로 대표되는 생의 근원적인 모호함을 신비로운 언어로 탐색해온 현대 프랑스 문학의 거장이다. 1945년 프랑스 불로뉴 비양쿠르에서 이탈리아계 유대인 아버지와 벨기에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열여덟 살 때부터 글쓰기를 시작해 1968년 소설 『에투알 광장』으로 로제 니미에상, 페네옹상을 받으며 화려하게 데뷔했다. 1972년 발표한 세번째 작품 『외곽도로』로 아카데미 프랑세즈 소설 대상을 거머쥐었고, 연이어 1975년에는 『슬픈 빌라』로 리브레리상을 수상했다. 그리고 1978년 발표한 여섯번째 소설 『어두운 상점들의 거리』로 프랑스의 가장 권위 있는 문학상인 공쿠르상을 수상했다. 1984년과 2000년에는 그의 전 작품에 대해 각각 프랭스 피에르 드 모나코상, 아카데미 프랑세즈가 수여하는 폴 모랑 문학 대상을 받았다. 또한 2014년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되었다.


모디아노는 데뷔 이후로 발표하는 작품마다 평단과 독자들의 열렬한 찬사를 받아왔으며, 그의 작품 중 『슬픈 빌라』 『청춘시절』『8월의 일요일들』 『잃어버린 대학』은 영화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다른 주요작으로 『도라 브루더』(1997), 『신원 미상 여자』(1999), 『작은 보석』(2001), 『한밤의 사고』(2003), 『혈통』(2005)이 있다.


시적인 아름다움으로 가득한 그의 소설은 항상 시간의 저편으로 사라져간 과거의 애틋한 흔적을 되살리는 데 바쳐진다. 아울러 유대인이었던 아버지에 대한 애증으로 그의 소설은 유대인의 삶에 대한 끊임없는 추적과 기록의 면모를 보여왔다.


박속심 기자(sisatim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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