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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캠페인:책을 읽읍시다]

[책을 읽읍시다 (636)] 테두리 없는 거울

[책을 읽읍시다 (636)] 테두리 없는 거울

츠지무라 미즈키 저 | 박현미 역 | arte(아르테) | 328쪽 |13,000원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학생들이 만들어내는 왁자지껄한 낮의 모습과 상반된 고요한 밤의 모습. 완전히 다른 학교의 두 얼굴은 학생들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최근 (주)북이십일의 문학 브랜드 아르테(Arte)에서 이렇듯 끊임없이 생산되는 괴담을 색다른 감성으로 섬세하게 다룬 색다른 공포 소설이 눈에 띤다.


일본 2030 여성 독자에게 가장 사랑받는 작가 츠지무라 미즈키의 신작『테두리 없는 거울』이 그 주인공이다. 소설은 ‘계단의 하나코’, ‘그네를 타는 다리’, ‘아빠, 시체가 있어요’, ‘테두리 없는 거울’, ‘8월의 천재지변’, 5개의 단편을 담고 있다.


『테두리 없는 거울』에 실린 다섯 개 단편에는 누구나 한 번쯤 들어보았을 추억의 괴담들이 등장한다. 우리는 그 괴담들을 통해 학교 화장실의 소녀 귀신과 재회하고, 어릴 적 분신사바 주술에 다시 한 번 빠져들며, 한밤중 거울 속을 스쳐가는 불길한 미래를 목격하고, 상상으로 그려낸 친구를 현실에서 만난다. 시간을 훌쩍 넘어 우리 앞에 나타난 괴담들은 그때 그 시절로 다시 돌아간 듯 묘한 그리움을 전해준다.


그러나 우리의 향수를 자아내는 괴담들의 이면에는 결코 가볍게 즐기고 넘어갈 수 없는 냉혹한 현실이 존재한다. 일본 드라마 기묘한 이야기에도 소개된 「계단의 하나코」는 학교 계단에 사는 귀신 하나코를 내세워 왕따와 성폭력 등 교내에서 빈발하는 폭력 문제를 고발한다. 「그네를 타는 다리」와 「8월의 천재지변」에서 들려오는 것은 학교를 지배하는 냉혹한 카스트 제도 때문에 힘겨워하는 아이들의 신음이다. 블랙코미디의 외피를 두른 「아빠, 시체가 있어요」가 들여다본 고령화 사회의 노인 문제나 「테두리 없는 거울」의 아동 학대 역시 ‘귀신보다 사람이 더 무섭다’는 우스갯소리가 내포한 지독한 현실성에 직면하도록 만든다. 이것이야말로 고전적 괴담의 현대적 재해석이라 부를 만하지 않은가.


오래된 도시 괴담들을 새롭게 호출하며 작가는 미신과 괴담을 탄생시킨 공간이 품고 있는 근원적 공포, 그 공포를 배태시킨 사회 및 학교의 억압적인 권력 구조, 그리고 그 구조 속에서 고통스러워하는 인간에 대해 진지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츠지무라 미즈키의 작품에는 숨 쉬기 어려울 정도의 깊은 공포에 대비되는 찬란한 구원의 빛이 존재한다. 「계단의 하나코」에서 학교 귀신 하나코는 어린 사유리를 학대한 교사 아이카와를 응징하고, 「8월의 천재지변」에서 상상 속의 친구 유짱은 현실 세계에서 왕따로 괴로워하는 신지와 교스케를 도와준다. 그것이 귀신이든, 사람이든, 상상 속의 친구든, 고통받는 인물들 곁에 늦게나마 그들을 도우려는 구원의 손길이 나타나는 것이다.


공포와 감성을 동시에 자극하는 『테두리 없는 거울』은 독자들로 하여금 슬픔, 두려움, 향수를 동시에 느끼게 한다. 일본에서는 ‘노스탤직 호러‘라는 평을 받으며 주목받고 있는 작품. 많은 이들의 가슴을 졸이게 만들었던 괴담이 현시대적 재해석과 감성이라는 새로운 옷을 입고 독자를 기다리고 있다.



작가 츠지무라 미즈키 소개


야마나시 현에서 태어나 지바 대학교 교육학부를 졸업했다. 초등학교 3학년 때 처음 쓴 소설이 호러 소설일 정도로 어릴 적부터 호러와 미스터리를 좋아했던 츠지무라 미즈키는 2004년 『차가운 학교의 시간은 멈춘다』로 제31회 메피스토상을 수상하며 작가로 데뷔했다. 2011년 『츠나구』로 제32회 요시카와 에이지 문학신인상을 받았고, 나오키상 후보에 오른 지 세 번 만에 2012년 범죄를 테마로 한 소설집 『열쇠 없는 꿈을 꾸다』로 제147회 나오키상을 수상하며, 장르를 넘어 일본 문학을 이끄는 작가로 자리매김했다.


그 외에 『밤과 노는 아이들』, 『얼음고래』, 『오더 메이드 살인 클럽』, 『물밑 페스티벌』, 『달의 뒷면은 비밀에 부쳐』, 『가족 시어터』 등의 작품을 발표하며 왕성한 창작 활동을 펼치고 있는 츠지무라 미즈키. 사춘기 아이들의 미묘한 심리와 학교라는 공간에 흐르는 숨 막히는 정서를 치밀하게 묘사하기로 정평이 난 그녀의 작품은 드라마와 영화로도 다수 제작될 만큼 대중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


『테두리 없는 거울』의 수록작 역시 후지 TV의 드라마 기묘한 이야기로 만들어져 호평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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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속심 기자 sisatim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