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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캠페인:책을 읽읍시다]

[책을 읽읍시다 (642)] 축제의 언덕

 
 
[책을 읽읍시다 (642)] 축제의 언덕

박희섭 저 | 다차원북스 | 320쪽 | 13,000원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이 소설은 사춘기에 접어든 문수라는 소년의 2년여에 걸친 도시 변두리의 궁핍하면서 곡절 많은 생활을 그리고 있다. 바람을 피우다가 실직한 가장과 가족들 간의 사랑과 희생어린 유대감, 변두리 동네의 어수룩하면서 인정어린 풍속이 따스하고 진솔하게, 마치 한 소년의 일기처럼 시간적 순서에 따라 서사적 묘미를 담고 흥미롭게 전개된다.

 

또한 아직 채 개발의 붐이 일지 않던 우리네 1970년대, 피난민들과 이농민들, 일자리를 찾아 몰려든 지방뜨내기들이 모여 살던 도시 변두리의 구차하면서 일면 정겨웠던 풍경들이 오래된 활동사진을 보여주듯 서정적이며 역동적인 문체로 그려진다.

 

여기에 보리밭과 야산이 있던 변두리 언덕의 목가적인 풍경, 자연과 사계의 변화, 남달리 조숙했던 한 소년의 마음에 시시각각 일어나는 외부에 대한 변화와 놀라움, 그리고 순수하면서 치기어린 이성에 대한 관심과 첫사랑에 눈뜨게 되는 과정이 소년의 성장기록처럼 내밀하게 이어진다.

 

어찌 보면 이 소설은 보릿고개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찢어지게 가난했던 1970년대, 그 암울했던 시대를 건너온 우리네 부모들과 자식들의 이야기이자 이모와 삼촌, 그리고 오빠와 누이, 서민이라 불리던 동네이웃들의 유쾌하면서 슬픈, 따뜻하면서 애틋한 자전적 비망록인 셈이다.

 

과연 우리는 어떤 식으로 그 어려운 시대를 견디고 살아왔으며 기쁨과 슬픔을 함께하는 가족들이란 과연 어떤 관계인지 이 소설은 오랜 기록영상처럼 치밀하고 복고적인 시각으로 되살려내고 있다. 단언컨대 이 소설을 읽고서도 아무런 감동이나 페이소스를 느끼지 못한다면 우리 사회는 이미 깊이 병이 든 것이다.

 

아울러 규모면에서 세계적인 경제대국으로 성장하여 이제는 물질적인 풍요를 구가하고 있다고 믿는 우리 국민들에게 과연 지금의 삶이 행복한지, 어떻게 살아가는 게 진실로 인간다운 삶인지에 대한 근원적이며 반성어린 질문을 이 소설은 은연중 던지고 있다.

 

우리가 과거를 잊지 않는 것은 현재 우리가 서 있는 현실을 알기 위함이고, 미래로 나아가기 위한 좌표로 삼기 위함이란 것을 안다면 우리네 과거는 그저 감상적으로 보아 넘길 한 시절의 지난하고 남루했던 추억이 아니라, 먼 미래를 위한 각성과 시간의 나침반이 된다는 점에서 이 소설은 그 가치를 지닌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작가 박희섭 소개

 

서울에서 출생하여 ‘매일신문’ 신춘문예와 ‘스포츠서울’에 S.F 소설이 당선되어 문단에 나왔다. ‘매일신문’ 장편공모에 당선되었으며, 열대 아프리카의 독립운동을 그린 장편소설 『검은 강江』을 출간하였다. 일제의 식민지 영구 침략음모를 다룬 장편소설『관방비록』과 현대 젊은이들의 의문의 연쇄자살을 파헤친 장편소설 『백악기의 추억』을 발표한 바 있다.

 

또한 고려 말기의 역사를 다룬 대하소설『동동 1, 2』(박희채 공저)를 출간하였다. 식민지시절 양반과 천민의 부침을 다룬 신문연재 대하소설 『동천冬天』으로 대구문학상을 수상했으며 『백악기의 추억『으로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창작기금을 수여받았다. 현재 대구소설가협회 회장으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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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속심 기자 sisatim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