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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캠페인:책을 읽읍시다]

[책을 읽읍시다 (751)] 촐라체

 

촐라체

저자
박범신, 발렝탕 뮈소 지음
출판사
문학동네 | 2015-07-31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인간의 실존을 시험하는 마의 산, 히말라야 신성한 세계를 갈망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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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읍시다 (751)] 촐라체
 
박범신 저 | 문학동네 | 356쪽 | 13,500원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촐라체』는 2007년 8월9일부터 2008년 1월7일까지 다섯 달 동안 인터넷 포털사이트 네이버에 연재됐다. 그 기간 동안 누적 방문자수가 100만 명을 넘어설 만큼 문단 안팎으로 크게 화제를 모은 소설이다. 국내 소설가로서는 최초로 시도하는 인터넷 연재였기에 시작에 앞서 기대가 컸고 또 그만큼 우려가 컸던 것도 사실이다. 국내 소설가 최초의 디지털 인터랙티브 연재는 성공적이었다.


작가 박범신은 히말라야를 트레킹하던 2005년 이른 봄 처음 촐라체를 만났다. 얼마 전 그 촐라체를, 그것도 히말라야의 난벽으로 손꼽히는 수직고 1500미터 이상의 촐라체 북벽을 등반해낸 산악인 박정헌, 최강식의 생환담을 들은 직후였기 때문에 촐라체를 마주한 작가의 감상은 더욱 강렬할 수밖에 없었다.


박범신은 촐라체를 바라보며 “그들은 왜, 목숨을 걸고 산에 오를까. 정상에서 그들은 무엇을 보았을까”라고 자문했고 소설 『촐라체』는 바로 그 질문으로부터 쓰여졌다. 영원하고 초월적인 것에 대한 갈망, 그러나 결코 그 지점에 다다를 수 없다는 슬픔은 작가 박범신의 문학을 지금껏 이끌어온 화두이자 에너지였다. 교수직을 내려놓고 아무런 계획 없이 히말라야 일대를 산책하듯 트레킹하던 작가가 촐라체를 만난 사건은 그렇기 때문에 어쩌면 예견된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이 만남으로부터 10년이 지난 2015년, 작가는 『촐라체』 개정판을 펴내면서 십수 년간 자신을 사로잡고 있었던 ‘갈망’이라는 화두를 갈무리한다.


소설 『촐라체』의 주요 인물은 세 사람이다. 촐라체 북벽을 실제로 올랐던 산악인 박정헌과 최강식을 모델로 한 두 인물 박상민과 하영교, 그리고 북벽 베이스캠프에서 이들의 등반을 지원하는 화자 ‘나’가 그 셋이다. 소설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는 화자인 ‘나’가 직접 목격하고 관계한 사건들로 이루어지고 그 사이의 ‘등반기’는 상민 형제의 치열한 등반, 조난, 생환 과정을 담아내고 있다. 소설의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을 ‘등반기’는 일인칭으로 서술되고 있지만 실제로는 베이스캠프에서 이들을 지원하고 있는 ‘나’가 상민 형제의 대화와 심리를 “재조합”해낸 기록이다. 등반 당사자가 아닌 관찰자의 기록이라는 점은 소설 『촐라체』의 독서를 더욱 두텁게 유도한다. 상민 형제의 실존적 등산기라는 게 소설의 외형이라면, 이 외형 속에는 화자 ‘나’의 글쓰기에 대한 진지한 문제의식이 심층 텍스트로 내장돼 있다.


왜 하필 겨울에, 왜 하필 촐라체 북벽을, 그것도 단출한 장비만을 가지고 박상민, 하영교 형제는 올랐을까? 둘은 어머니가 같고 아버지가 다른 이부형제이지만 지금은 서로가 서로에게 남은 유일한 혈육이다. 박상민의 어머니는 어린 시절에 우연히 만나 의지해온 트럭 운전사와 결혼해 상민을 낳지만 사랑을 오래 잇지 못하고 집을 떠난다. 집 나간 아내를 찾으러 나간 아버지는 다음날 교통사고로 눈을 감은 채 발견된다. 어린 박상민은 그렇게 순식간에 부모 모두를 잃는다.


어머니는 새 남자와 살림을 차리고 그 사이에서 아이를 낳는데 그 아이가 동생 하영교이다. 영교가 스무 살이 채 되기 전 어머니는 암으로 아버지는 사업 실패 후 병환으로 세상을 떠난다. 영교는 자신이 어린 시절 그 힘든 시련들을 겪을 때 곁에 형이 없었다는 사실에 분개하지만 상민은 영교보다도 어렸을 때 부모 모두를 곁에서 떠나보냈다. 게다가 동생 영교는 어머니가 자신과 자신의 아버지 모두를 불행하게 만든 후 낳은 자식이다. 서로에게 유일한 혈육인 두 이부형제는 이렇듯 애증관계로 묶여 있기도 하다. 결혼생활에 실패한 후 혼자 지내고 있던 상민에게 어느 날 동생 영교가 찾아온다. 동생이 죽은 아버지의 원수를 칼로 찌르고(죽이지는 못하고) 형에게로 도망쳐 온 것이다. 그러자 형은 곧 수배될지 모를 동생을 데리고 히말라야로 떠난다.


소설의 화자이자 캠프지기인 ‘나’는 대학원에 다니던 서른세 살 때 어린 아들 현우를 만난다. 군복무 시절 잠깐 사귀었던 여자가 아이를 낳아 키우다 우여곡절 아이의 아비를 찾아와 “당신의 아이예요!”라며 애를 맡기고 가버린 것이다. 당시 ‘나’에게는 결혼을 앞둔 애인이 있었고 대학원 졸업 후 “문학에 명줄을 매달아 큰 싸움”을 벌일 계획도 있었으나 그 모든 미래의 자리에 아들 현우가 돌연 들어선 것이다. 그때부터 ‘나’는 결혼도 문학도 포기한 채 아들을 키우며 산다.


그런데 아들이 열일곱 살이 되던 해 어느 날 중이 되겠다며 산사로 들어간다. 왜 하필 그 길로 가는 거냐는 질문을 삼키고 있던 아비에게 현우는 “그리워서요”라는 한마디 말만을 남긴 채 길을 떠난다. 그리고 ‘나’는 카트만두행 편도 비행기 티켓을 끊어 히말라야로 떠난다.


각자의 가슴속에 ‘그늘’을 품은 이들 셋이 히말라야를 찾은 이유는 무엇일까? 왜 상민 형제는 촐라체 북벽을 최소한의 장비만을 가지고 오르려 하며 왜 ‘나’는 네팔을 인도 북부를 티베트를 한없이 유랑하는 걸까? 각기 다른 사연의 이들 셋은 극한의 자연 속에서 고독의 맨얼굴을 정면으로 마주하고 싶었던 걸까? 그 맨얼굴 앞에 자신의 그늘을 활짝 드러내 보인 다음 자신 존재의 기원을, 실존적 세계의 정체를 이해하고 싶었던 걸까? 한없이 유약한 문명인들이 어쩌자고 두렵다못해 숭고하기까지 한 야성의 핵심부로 뚜벅뚜벅 걸어들어간 걸까?


작가는 개정판 작가의 말에서 한번 더 강조한다. “제 정체성을 아직 찾지 못한 쓸쓸한 젊은이들에게 먼저 이 책을 바치고 싶다.” 『촐라체』는 야성 잃은 현대인들에게 작가가 부친 편지이기도 하다.



작가 박범신 소개


1946년 충남 논산 출생으로 원광대 국문과 및 고려대 교육대학원을 졸업했다. 1973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단편 『여름의 잔해』가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고, 1978년까지 문예지 중심으로 소외된 계층을 다룬 중·단편을 발표, 문제작가로 주목을 받았으며, 1979년 장편 『죽음보다 깊은 잠』『풀잎처럼 눕다』등을 발표, 베스트셀러가 되어 70~80년대 가장 인기 있는 작가 중 한 사람으로 활약했다. 1981년 『겨울강 하늬바람』으로 '대한민국문학상'을 수상했다. 이후 빛나는 상상력과 역동적 서사가 어우러진 화려한 문체로 근대화 과정에서 드러난 한국 사회의 본질적인 문제를 밀도 있게 그려낸 다수의 작품을 발표하며 수많은 독자들을 사로잡았다.


그의 작품 중 70년대와 80년대에 발표된 작품들은 폭력의 구조적인 근원을 밝히는데 중점을 두고 있으며, 또한 도시와 고향이라는 이분법적인 대립구조를 통해 가치의 세계를 해부하려는 시도로 인해 대중작가라는 곱지 않은 평을 듣기도 했다. '영원한 청년작가'로 불리며 왕성한 작품 활동을 하던 중 1993년 돌연 절필을 선언하고 문학과 삶과 존재의 문제에 대한 겸허한 자기 성찰과 사유의 시간을 가졌다. 사유의 공간으로 선택한 곳은 세상에서 가장 높고 멀게 느껴지던 히말라야였다. 에베레스트, 안나푸르나 등 히말라야를 여섯 차례 다녀왔으며 최근에는 킬리만자로 트레킹에서 해발 5895미터의 우후루 피크 정상에 오르기도 했다.


1996년 유형과도 같은 오랜 고행의 시간 끝에 「문학동네」가을호에 중편소설 「흰소가 끄는 수레」를 발표하면서 작품활동을 재개한 후 자연과 생명에 관한 묘사, 영혼의 리얼리티를 추구하는 작품 세계로 문학적 열정을 새로이 펼쳐보이고 있다. 현재 명지대 문예창작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작품으로 『죽음보다 깊은 잠』 『풀잎처럼 눕다』 『불의 나라』 『물의 나라』 『겨울강 하늬바람』 『킬리만자로의 눈꽃』 『침묵의 집』 『와등』 『더러운 책상』 『나마스테』등이 있고, 소설집에 『토끼와 잠수함』 『덫』 『향기로운 우물 이야기』 등이, 연작소설에 『빈 방』 『흰수레가 끄는 수레』 등이 있다. 2001년 소설집 『향기로운 우물 이야기』로 제4회 김동리문학상을 수상했으며, 2005년 『나마스테』로 한무숙문학상을 수상했다.


2007년 9월부터 2008년 1월까지 5개월동안 네이버 블로그에 '촐라체'라는 소설을 연재하였다. 이 소설은 2005년 1월 히말라야 촐라체봉(6440m)에서 조난당했다가 살아 돌아온 산악인 박정헌·최강식씨의 이야기를 모티브로 삼았다. 또한 『촐라체』와 『고산자』와 함께 ‘갈망의 삼부작(三部作)’인 은교에서는 실존의 현실로 돌아와 존재의 내밀한 욕망과 그 근원을 감히 탐험하고 있다.


죽음이란 무엇인가. 시란 무엇인가. 소설은 또 무엇인가. 젊음이란 무엇이며, 늙음이란 또 무엇인가. 글쓰기를 통해 자신의 욕망을 풀어내는 작가 박범신은 최근에도 『비즈니스』, 『빈방』, 『외등』, 『힐링』,『소소한 풍경』등을 발표하며 꾸준히 글을 써내려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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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속심 기자 sisatim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