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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캠페인:책을 읽읍시다]

[책을 읽읍시다 (770)] 가마우지는 왜 바다로 갔을까

 
 
[책을 읽읍시다 (770)] 가마우지는 왜 바다로 갔을까
 
이성아 저 | 나무옆의자 | 360쪽 | 13,000원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제11회 세계문학상 우수상을 수상한 이성아 작가의 『가마우지는 왜 바다로 갔을까』. 북송선을 타고 북한으로 향한 소라의 가족과 소라 가족을 위해 속죄의 삶을 사는 조총련계 재일교포 화자(하나코)를 통해 북한 사회에서 외부인으로 철저히 배제된 채 살아가는 북송 재일교포 이야기이다. 그리고 여기에 순수한 인본주의적 열정으로 북한을 위해 희생하는 미오의 이야기가 엮여 들어간다. 이 작품은 어느 순간 우리 사회가 북한의 현실을 무덤덤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모습들이 지금 이 순간에도 벌어지고 있는 우리 누이와 가족의 이야기라는 것을 알려주고 있다.


작가는 소설에 등장하는 북송 교포들의 에피소드와 북한의 실상을 탈북자들의 증언, 관련 문헌 등을 통한 철저한 취재에 의해 서술하고 있다. 반북이나 친북 같은 패러다임을 거치지 않고 인류 보편의 가치로 북한 문제에 접근하고 있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이른바 국가라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될 것이다.


의사 부부 미오와 강호는 교토에 살고 있는 재일동포다. 90년대 말, 북한의 참혹한 신문 보도를 접한 그들은 결핵약을 가져가고 싶다고 조총련 측에 방북 신청을 하지만 북한에 가족이 없다는 이유로 번번이 거부당한다. 그러다가 2002년 남한이 월드컵 열기에 휩싸이자 북한은 그에 대응하려 아리랑축전을 기획하고 관광단을 모집한다. 신청자가 너무 적어 미오 부부에게도 방북 기회가 돌아오게 되어 이후 매년 자비를 털어 북한에 결핵약을 가져다주고 있다.


역시 교토에 살고 있는 재일동포 화자는 70년대 초, 북송선을 타고 귀국한 외삼촌 가족을 원조하기 위해 20년 가까운 세월을 북한을 오간다. 그 발길을 끊으려다 외식 한 번 하려 해도 외삼촌 가족과 외사촌동생 소라가 눈에 밟혀 결국 화자는 8년 만에 다시 북한으로 향하게 된다. 그리고 결핵약을 가지고 가는 미오와 평양행 비행기에서 만나게 되는데 두 사람은 어쩐지 낯익은 느낌을 받지만 화자의 일정이 갑작스럽게 바뀌는 바람에 저녁 약속은 깨지고 만다.


방북 일정 내내 두 사람은 만나지 못한 채 일본으로 돌아와 두 달을 넘기고서야 만나게 되지만 화자는 어찌 된 영문인지 반신불수가 되어 미오를 맞이한다. 화자는 미오에게 오래된 누런 공책 몇 권과 본인이 쓰는 공책을 함께 건네며 그간의 이야기를 풀어낸다.


소설은 평양행 비행기에서 미오와 화자가 만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미오는 10여 년 째 북한에 결핵약을 가져다주고 있고 화자는 30년 세월이 흘러 예순이 넘은 나이에까지 북한의 외삼촌 가족들에게 돈과 생필품을 가져다주고 있다.


두 사람을 연결하는 것은 미오의 아버지다. 처음 조총련 전임이 되었을 때 이상적 사회주의 이론을 가르쳐준 존경하는 스승이었으나 자이니치의 억눌린 분노와 젊은 혈기로 주체사상에 과도하게 경도된 화자의 비판으로 숙청당한 것이 미오 아버지였던 것. 어디선가 본 듯한 화자의 모습에 미오는 아버지와 조선학교 시절의 자신을 떠올리게 되는데 화자는 어린아이였던 미오를 기억하지 못한다. 소설은 두 사람의 방북 일정을 따라 서로 엇갈리거나 교차되면서 진행된다.


미오와 화자는 민족과 국가, 그리고 이념의 이데올로기를 넘어서는 순수한 인류애와 모성애를 보여주는 인물이다. 그것은 자이니치 역사를 통해 빚어진 피해자의 모습에서 벗어나 남북의 소통과 통일의 매개자로 승화되는 단초이기도 할 것이다.



작가 이성아 소개


1998년 『내일을 여는 작가』에 단편 「미오의 나라」를 발표하면서 작품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작품집으로 『태풍은 어디쯤 오고 있을까요』, 『절정』이 있으며 청소년단편소설 「엄마는 괜찮을까」, 「막다른 골목에서」, 「고양이의 안부를 묻다」와 동화 『누가 뭐래도 우리 언니』, 『작은 풀씨가 꾸는 꿈, 숲』, 『까치전쟁』과 평전 『최후의 아파치추장, 제로니모』『벌레들』(공저)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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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속심 기자 sisatim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