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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캠페인:책을 읽읍시다]

[책을 읽읍시다 (958)] 완벽에 대한 반론

[책을 읽읍시다 (958)] 완벽에 대한 반론

마이클 샌델 저 | 김선욱 감수 | 이수경 역 | 와이즈베리 | 200쪽 | 값 12,800원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최근 이세돌과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의 대결은 대중들을 충격으로 몰아넣었다. 인공지능이 인간을 넘어서는 세상이 어느덧 현실로 다가왔기 때문. 그러나 인공지능만큼이나 극적인 발전을 거듭하고 있는 분야가 있다. 다름 아닌 생명공학이다.

 

지난 5월 하버드 의대에서는 과학자 150여 명이 참석한 인간 유전자 합성에 관한 회의가 있었다. 전문가들은 사실상 ‘인간 창조’가 가능한 수준에 도달한 것이 아니냐는 예측을 쏟아내며 인간 유전자에 대한 자의적이고 무분별한 조작 가능성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에 대해 ‘정의란 무엇인가’로 한국 독자에게도 잘 알려진 세계적 석학 ‘마이클 샌델’ 교수는 ‘미국 생명윤리 위원회’ 활동과 그 후속 연구를 바탕으로 생명윤리를 둘러싼 다양한 도덕적 난제들을 제시하면서, 인간 생명의 근원을 재설계하는 것이 과연 옳은지에 관한 도덕적 판단을 촉구한다.

 

『완벽에 대한 반론』은 총 5장에 걸쳐 생명공학을 둘러싸고 발생했던 윤리적 이슈와 찬반양론의 견해를 제시하고 이에 대해 우리가 가져야 할 윤리적 자세는 무엇인지 탐색한다. 제1장에서는 유전학적 강화를 위해 사용되는 유전공학 기술들의 사례를 들여다보고, 이에 대해 우리가 가지는 도덕적 불편함의 정체가 무엇인지 분석한다.

 

이어 제2장과 3장에서는 스포츠 영역에서의 약물 사용, 맞춤형 아기 문제 등 인간의 재능과 생명을 주어진 ‘선물’로 생각하지 않고 정복하고 통제하려는 데서 비롯되는 윤리적 문제 등을 제시한다. 제4장에서는 유전공학의 급격한 발전의 근저에 위치한 우생학의 발전과정과 현재의 모습을 진단하고, 제5장에서는 인간복제가 임박한 시대에서 기술의 발전이 악용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우리가 가져야 할 윤리적 자세에 대해 논한다. 마지막으로 에필로그에서는 생명윤리의 뜨거운 감자인 배아줄기세포 연구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루면서 샌델 자신의 견해도 조심스레 밝힌다.

 

이 책은 여러 생명공학 기술의 윤리 문제를 다루고 있다. 그러나 샌델이 우리의 태도와 인식에 대해 제기하는 의문과 반론은 비단 생명공학 분야에만 머무르지 않고, 더 나아가 우리가 바라는 사회의 모습, 존재 방식에 대한 바람직한 태도, 삶에 대한 올바른 마음가짐이 무엇인지 끊임없이 고민하게 만든다.

 

다만 독자 스스로 고민하고 답을 찾아갈 수 있도록 질문을 던져왔던 샌델의 이전 저서들과는 달리, 이 책에서는 자신의 견해를 비교적 분명히 밝히고 있다. 유전공학 기술을 통해 인간의 본질적인 부분까지도 정복하려는 오만한 태도는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겸손과 책임, 그리고 사회적 연대의식을 훼손할 수 있다는 것. 따라서 그는 생명공학의 발전을 저해하지 않되, 기술의 악용을 막기 위한 도덕적 규제가 요청된다고 강조한다.

 

샌델이 지적한 바와 같이 과학기술의 발전 속도는 도덕적 이해의 발전 속도보다 빠르다. 이에 우리는 유전적으로 완벽해지려는 인간의 일부 시도들이 윤리적으로 불안한 이유를 완전히 명쾌하게 설명하지는 못한다. 그러나 우리는 이러한 윤리적 문제를 포기할 수 없으며, 『완벽에 대한 반론』은 그 도덕적 현기증을 해소할 길잡이가 되어줄 것으로 기대된다.

 

 

작가 마이클 샌델 소개

 

2010년 이후, 한국에 ‘정의’ 열풍을 불러일으킨 장본인. 27세에 최연소 하버드 대학교 교수가 되었고, 29세에 자유주의 이론의 대가인 존 롤스의 정의론을 비판한 『자유주의와 정의의 한계』 (1982)를 발표하면서 세계적 명성을 얻었다. 1980년부터 35년간 하버드 대학교에서 정치철학을 가르치고 있으며, 그의 수업은 현재까지 학생들 사이에서 최고의 명강의로 손꼽힌다.

 

존 롤스 이후 정의 분야의 세계적 학자로 인정받는 그는 명실공히 이 시대 최고 석학이자 철학계의 록스타이다. 그의 하버드 대학교 강의에는 수강신청에 성공하지 못한 학생들까지 몰려드는 바람에 더 넓은 강의실로 장소를 옮겨야 하는 해프닝까지 벌어졌다. 그는 조지 W. 부시 대통령 시절인 2002년부터 4년간 ‘대통령 생명윤리 위원회’에 자문위원으로 위촉되어 활동했다. 이 책은 위원회의 활동이 끝난 후에도, 샌델이 관련 주제에 관심을 가지고 꾸준히 후속 연구를 진행한 결과물이다.

 

하버드 대학교의 강의 ‘윤리학과 생명공학, 그리고 인간 본성의 미래’를 비롯하여 뉴욕 대학 의학대학원, 독일 생명과학윤리센터, 미국 생명윤리학회, 한국 다산기념 철학강좌 등 여러 기관에서 주최한 강연에서도 이 책에 소개된 다양한 주제들을 다루었다. 정답 대신 스스로 고민해볼 수 있는 질문을 던져 온 기존의 저서들과 달리, 이 책은 배아 줄기세포 연구, 생명체 복제, 유전적 강화 약물 복용 등에 대해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하는지 저자 자신의 견해와 입장을 뚜렷이 드러내고 있다. 아울러, 현대 과학이 견지한 윤리적 입장을 비판함으로써 새로운 생명과학 시대에 삶을 바라보는 방식에 대한 우리의 성찰과 반성을 촉구한다.

 

저서로는 『정치와 도덕을 말하다』 『정의란 무엇인가』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정의의 한계』 『민주주의의 불만』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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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속심 기자 sisatim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