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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칼럼

[칼럼] 기부는 전적으로 기부하는 사람의 뜻에 맡기면 된다

[칼럼] 기부는 전적으로 기부하는 사람의 뜻에 맡기면 된다

▲김동진 논설위원 (c)시사타임즈

[시사타임즈 = 김동진 논설위원] 저널리즘에서 가장 추악한 것은 흥미 위주의 기사다. 독자나 시청자들이 좋아한다는 이유로 거르지 않고 내보내는 기사는 십중팔구 국민이나 사회발전에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다. 모든 언론은 기본적으로 수익을 추구하기 보다는 공익을 우선해야만 참다운 가치를 발휘한다. 이러한 대원칙을 모른척하고 오직 수익을 우선시하는 언론을 우리는 옐로우페이퍼 즉 황색신문 이라고 부른다. 온갖 선정적인 사진과 기사를 섞어 내놓으면 잘 팔리기 때문에 전문적으로 그것만을 목표로 제작되는 언론이다.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헌법 규정으로 언론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으며 공산 사회주의 국가도 비슷하다. 그러나 헌법 외의 다른 법령으로 술수를 부려 언론을 정권의 입맛에서 벗어나지 않게끔 통제하기를 게을리 하지 않는다. 중국이나 북한의 언론은 정부의 기관지나 다름없다.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도 집권자에게 언론은 눈엣가시일 경우가 많다. 미국 같은 나라에서도 트럼프는 걸핏하면 언론 탓을 하면서 자신의 개인 트윗을 공식적인 언론인양 이용했다. 심지어 장관의 임명과 해임까지도 트윗 하나로 발령하는 상식에 동떨어진 행동을 하다가 결국 재선에 실패하는 길을 스스로 열었다.

 

한국은 독재시대의 언론 암흑기는 기억조차 불편하지만, 민주정부가 들어선 다음에도 언론과의 다툼은 항상 있어왔다. 언론의 기본은 공익을 위해서 정권에 대한 비판을 서슴지 않는 일이다. 권력을 휘두르는 입장에서는 매우 불편하다. 새로운 정책이라고 내놨는데 언론에서 집중포화를 퍼부으면 휘청거릴 수밖에 없다. 비판이 너무 날카롭다고 불만을 표시한다면 비판의 강도는 더 세질 것이고 잘못된 정책은 폐기의 길을 걷는다. 문재인정부가 내놓은 부동산 정책이 이번까지 25번째라고 하는데 24번째까지는 모두 실패했다. 애초에 앞뒤를 살펴 국민의 이익에 부합할 수 있는 정책을 내놔야 하는데 눈 감고 아웅 하는 식으로 땜질에 급급하다보니 거시적인 부동산 정책을 입안하지 못한 것이다. 게다가 내부정보를 잘 아는 사람들이 미리미리 개발지역에 투기를 하게 만들어 몇배 혹은 몇십배의 이익을 남기게 했으니 국민의 분노가 하늘을 찌르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런데 정권을 가진 사람들은 이를 모두 언론 탓으로 돌렸다. 이른바 ‘내로남불’의 전형이다. 내로남불은 지난 서울 부산시장 보선에서 금지용어가 되었다. 야당이 캠페인을 벌이면 특정정당을 비난하는 것이라는 어처구니없는 선관위 판정이었다

 

수없이 많은 이들이 써오던 용어가 하루아침에 쏙 들어갔다. 언론을 법의 이름으로 틀어막은 것이다. 나는 이 때를 생각하며 용어를 변경하여 쓰고자 한다, ‘나선너악’이다. 나는 선하고 너는 악하다는 단순조어에 불과하지만, 내로남불을 못쓰게 하면 충분히 대체할 수도 있으리라. 그런데 요즈음 며칠 동안 모든 언론을 장악한 기사는 모처럼 훈훈한 뒷맛을 남겨 주었다.

 

고 이건희 컬렉션이다. 삼성의 창업자인 이병철의 유산을 허투루 쓰지 않고 수성(守城)을 넘어서 새로운 도전을 거듭하여 초대기업을 육성한 이건희는 오랜 병마를 이기지 못하고 세상을 떴다. 모든 언론은 그가 남긴 재산의 향배에 대한 관심이 컸다. 대기업의 총수가 세상을 뜨면 항상 뒤따르는 스캔들은 형제싸움이다. 대부분의 재벌들이 가족 간의 재산 쟁탈전으로 추태를 부렸다. 김대중 대통령의 아들들까지 여기에 편승하여 아귀다툼이 계속된다. 더구나 삼성은 한국 제1의 기업이어서 국민의 관심이 집중되었지만, 전격적인 상속문제의 매듭은 한 가닥 훈풍으로 다가왔다. 일부 국민들은 얼굴을 찡그리게 만드는 재산싸움이 벌어지기를 은근히 기대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아니었다. 오히려 상상을 뛰어넘는 상속세의 자진신고와 12조의 기부는 세계인을 어안이 벙벙하게 만들어 버렸다,

 

감염병 전문병원의 설립과 소아암 퇴치를 위한 기부금은 국가조차 제대로 못하고 있던 일을 해낸 것이다. 그 가치를 거론하기조차 어려운 2만3천점에 이르는 미술품을 국가기관에 모두 내놓기로 한 것은 하늘도 짐작하지 못했으리라. 국립 중앙박물관을 비롯하여 전국의 국립박물관에 골고루 미술품을 전시하도록 배려한 것도 예술의 지방 특성화를 이루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다. 이에 감동한 문재인대통령이 이건희 컬렉션을 분산시키지 말고 특별전시장을 만들거나 아예 특별관을 만드는 방안을 강구하라고 언급한 것은 의미 있는 발언이지만 유가족의 결정에 전적으로 맡겨야 할 일로 생각된다. 많은 기증품 중에는 국보와 보물도 여럿이고 외국 거장의 작품도 많다. 그런데 워디홀의 ‘눈물’이 빠졌다는 등의 불필요한 얘기는 어느 누구도 거론해서는 안 되는 말이다. 기부는 전적으로 기부하는 사람의 뜻에 맡기면 된다. 필자의 전북대 선배님 중에 정치학과 교수였던 유철종(劉哲鍾)은 몇 해 전 저 세상으로 떠나며 소장했던 모든 미술품을 전북대에 기증했다. 당시 5억이 넘는 예술품으로 평가되었다. 개인들도 이러한 기증이 활성화 될 수 있는 길을 열어준 고 이건희와 유가족들에게 고마움의 뜻을 표한다.

 

글 : 김동진 논설위원

 

※ 이 기사는 시사타임즈의 공식입장이 아닌, 필자의 견해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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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진 논설위원 ksk3677@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