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설, 칼럼

[칼럼] 독재자의 무덤조차 청산하다

[칼럼] 독재자의 무덤조차 청산하다


  


▲김동진 시사타임즈 호남본사 대표 (c)시사타임즈

[시사타임즈 = 김동진 시사타임즈 호남본사 대표] 독재자는 세계 어느 나라에나 있다. 과거에는 왕이 다스렸기 때문에 당연히 모든 것을 왕 혼자서 처리했다. 그것은 필연적으로 독재일 수밖에 없는 시스템이다.

 

왕권신수설(王權神授說)은 왕의 권한이 신으로부터 받은 것이라고 해서 신성불가침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왕의 인격과 금도(襟度)에 따라 신하들의 주청(奏請)을 쾌히 받아드리는 왕도 많았다. 또 봉건시대라고 하지만 각종 법률로 왕의 독단을 못하게끔 제도화된 나라도 부지기수여서 왕에 따라서는 성군소리를 듣는 수도 제법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조선왕조에서 가장 성군으로 꼽히는 왕은 세종으로 떠받들지만 정조설도 없지 않다. 폭군으로 지목되는 대표선수는 연산군이라는데 이의가 없다.

 

그러나 이것은 전해지는 역사의 흐름 속에서 그렇다는 얘기지 대부분의 왕은 기본적으로 독재의 칼날을 휘둘러 왔다. 대한민국이 수립된 이후 초대 대통령으로 선출된 이승만은 산전수전 모두 겪은 백전노장이다. 그의 권위는 산천초목을 떨게 했다. 그는 조선말 일본의 야욕을 꿰뚫어보고 독립운동에 몸을 던져 감옥살이를 하다가 미국으로 건너가 프린스턴대학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획득했다. 한국인으로 그 당시 ‘박사’가 되었다는 것은 참으로 경이로운 일이어서 그는 ‘이박사’로 호칭되는 것을 가장 좋아했다. 그 덕분에 상해임시정부가 설립되자 첫 번째 대통령으로 뽑혔다.

 

임시정부 요인 중에는 이승만을 탐탁하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도 많았지만 그의 권위를 덮을만한 상대가 없었다. 그는 임시정부 대통령이 되어서도 외교 핑계를 대고 미국에 머물며 상해에 오지 않는 등 의무를 충실히 하지 않았기 때문에 탄핵을 받고 물러난다. 그리고 해방 조국에서 다시 대통령이 된 것이다. 그는 전주이씨가 다스렸던 조선왕조의 대를 이은 왕으로 스스로를 생각했던 것 같다. 그래서 국부(國父)로 자처했으며 모든 연설문에는 반드시 “나 이승만은---”으로 시작하는 오만의 극치를 보였다.

 

12년 동안 집권하면서 자기에게 반대하는 세력을 조금도 용서하지 못하는 편협함을 보이며 야당을 탄압하고 언론의 자유를 유린했다. 중임제로 되어있는 헌법을 발췌개헌과 사사오입개헌으로 뜯어고쳐 영구집권을 꾀한 것은 자신의 묘혈을 판 하수(下手)였다. 게다가 이기붕을 후계자로 지명하여 3·15부정선거를 자행하고 학생들이 궐기하자 경찰로 하여금 무자비한 살상을 강행하게 하는 등 스스로 민주주의의 기본을 파괴했다. 결국 4·19대혁명이 일어나 하와이로 망명한 후 그곳에서 생을 마쳤다. 그의 유해는 국립묘지에 안장되었다.

 

민주당정권이 새로 발족하여 내각책임제 개헌으로 장면이 국무총리가 되었지만 1년도 못돼 박정희가 이끄는 군사쿠데타에 정권을 빼앗겼다. 박정희는 민정이양 약속을 저버리고 대통령에 취임하여 삼선개헌으로 장기집권을 노렸으나 국민의 여론이 나빠지자 유신헌법으로 강제개헌을 자행한다. 국회의원의 3분의1을 대통령이 지명하는 유신정우회 국회의원이라는 기형아가 탄생하면서 이 나라 정치는 긴급조치 시대로 접어들며 무시무시한 독재시대가 계속된다. 그는 긴급조치 9호로 공포정치를 펴다가 중앙정보부장 김재규의 총탄에 희생되어 18년이 넘는 장구한 독재를 마감한다.

 

박정희의 공백을 틈탄 전두환은 광주에서 5·18항쟁을 총칼로 진압하고 이승만과 박정희의 독재가 무색할 만큼 철권정치로 산천을 떨게 만들었다. 박정희의 무덤 역시 국립묘지 제일 높은 곳에 자리 잡고 있으며 전두환은 아직 연희동에 건재하다. 이들 독재자를 살펴보면서 스페인의 과거 청산을 눈여겨본다.

 

스페인은 1936년 프랑코가 쿠데타를 일으켜 민병대와 내전을 벌이게 되는데 이 때 그를 도와준 나라가 히틀러의 독일과 무소리니의 이탈리아다. 히틀러 덕분에 쿠데타정권을 안정시킨 프랑코는 1975년 죽을 때까지 30년이 넘는 세월을 독재의 왕으로 군림한다. 그는 내전 당시 죽은 양측의 군인 3만3천여 명을 전몰자의 계곡이라는 국립묘지에 합장한다. 대부분 신원 파악도 하지 않았다. 이 묘지에는 150m 높이의 십자가를 세웠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십자가다. 프랑코가 죽자 그의 시신 역시 여기에 묻혔다. 특별묘역이다.

 

그동안 야당이었던 사회당은 국회의결로 소수정당과 연합하여 프랑코 묘지이전을 추진했으나 여당인 국민당이 거부했다. 이번에 연립정권으로 집권에 성공한 사회당이 드디어 연래의 숙제를 해결하기로 결정하고 프랑코 묘지를 이전하게 되었다. 야당인 국민당이 반대하더라도 연립정권에서는 이미 합의된 사항이라 독재자의 무덤은 국립묘지에서 사라진다. 그 자리에는 평화와 화해의 탑을 건립할 예정으로 있다. 스페인의 과거청산은 거의 반세기만에 이뤄진다.

 

그렇다면 과거정권의 적폐청산을 최고의 현안으로 내세운 문재인정부에서는 어째서 말 한마디 하지 않고 있는가. 박근혜와 이명박을 교도소에 처넣은 것은 분풀이 차원으로 밖에 인식되지 않지만 역사를 유린한 독재자에 대해서는 올바른 역사를 정립한다는 입장에서 한번쯤 거론해야 할 사항이라고 생각된다. 이승만과 박정희의 묘소를 이전하는 것은 문정권으로써는 부담스러운 일이겠지만 거론조차 못한다는 것은 모순이다.

 

이번에 효창공원을 독립공원으로 국가가 관리하게 되었다는 것은 아주 잘한 일이다. 수유리 독립운동가 묘소도 하루 빨리 국립묘지로 승격시켜야 하며 망우리 묘소도 역사를 바로 세우는 길로 가름해야 할 것이다.

 

글 : 김동진 시사타임즈 호남본사 대표

 

※ 이 기사는 시사타임즈의 공식입장이 아닌, 필자의 견해임을 밝힙니다.

 

 

<맑은 사회와 밝은 미래를 창조하는 시사타임즈>

<저작권자(c)시사타임즈.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시사타임즈 홈페이지 = www.timesisa.com>

 



김동진 호남본사 대표 ksk3677@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