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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칼럼

[칼럼] 중요해진 문재인 역할

 [칼럼] 중요해진 문재인 역할



▲김동진 민주평통 자문회의 전북지역회의 사무국장 (c)시사타임즈

[시사타임즈 = 김동진 민주평통 자문회의 전북지역회의 사무국장] 세상에 이런 일도 있을까?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트럼프와 김정은의 하노이회담은 이미 결과가 확실히 나와 있던 만남이었다. 1차 회담이 어정쩡하게 끝났다고 하지만 그런대로 다음을 기약할 수 있었기에 성공은 아니더라도 실패는 더더욱 아니었다. 미국과 북한 모두 만족스러운 표정이었고 실제로 진행된 저간의 행위와 행동은 양국이 다시 만나 확실한 매듭을 지을 것이라는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 싱가포르회담이 비록 단 한 차례에 그쳤지만 그것은 일단 상대방 떠보기 정도로 보였다. 따라서 두 번째 회담에서 일괄적으로 해결 될 것이라는 점에 대해서 누구도 의심하지 않았다.

 

이른바 톱-다운방식의 정상회담이 실패로 돌아간 사례가 없다는 외교사례도 수없이 되 뇌어졌다. 정상들이 만나기 전에 실무진의 노고가 커야 하는 이유다. 폼페이오와 김영철 그리고 비건과 최선희 등은 미국과 북한을 대표하여 사전 조율작업에 열심히 임했으며 그들의 일거수 일투족은 세계 언론의 주목을 받으며 낱낱이 보도되었다. 모든 절차가 끝났다고 생각될 즈음에 트럼프와 김정은이 하노이에서 제2차 정상회담을 가졌다. 이번에는 1박2일로 예정되어 다섯 차례에 걸쳐 단독회담과 확대회담을 갖기로 합의되었다. 톱니바퀴가 맞물려 돌아가는 것처럼 모든 진행은 일호의 차질도 없었다.

 

이제 확대회담과 오찬을 마치면 합의문 서명식만 가지면 된다. 그런데 트럼프가 돌아섰다. 결렬이다. 실무진 작성의 합의문 서명을 거부한 것이다. 그는 곧장 기자회견을 통하여 미국이 받아드릴 수 없는 북한의 전면적인 경제 제재 해제요구 때문이라고 북한 측에 책임을 떠넘겼다. 미련 없이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김정은은 베트남 국빈방문이라는 약속을 지키기 위하여 하루를 더 머물고 올 때처럼 기차를 이용하여 돌아갔다. 폼페이오와 북한의 이용호 최선희 등은 굳은 표정을 감추지 않으며 상대국의 지나친 요구로 판이 깨졌음을 자기들 입장에서 ‘사실’만을 브리핑했다. 다만 과거 같으면 격렬한 어조와 언어를 총동원하여 상대국을 깎아내리고 정상을 향한 입에 담지 못할 욕지거리를 쏟아내는 것이 관례였지만 이번에는 다르다. 양국 모두 자기 입장만 강조했을 뿐 상대를 헐뜯거나 비난하는 것은 극히 삼갔다. 그들은 실무진으로서 상대의 복심을 이미 꿰뚫고 있는 사람들이라 이번 결렬이 결코 마지막이 아님을 직감하고 있는 듯하다. 그것은 트럼프가 귀국 비행기 안에서 문재인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25분의 긴 통화를 통하여 회담내용을 공유했다는 점에서 감지되고도 남음이 있다.

 

특히 그는 문재인에게 김정은과 대화하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얘기까지 했다. 트럼프와 김정은을 중재했지만 주요 대목에서는 아무 역할도 못한 것처럼 비춰진 문재인의 역할이 사실은 중요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싱가포르회담이 확정되었을 때 갑자기 트럼프는 회담을 취소했던 사실을 독자들은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북한 실무 대표들의 발언내용이 미국을 자극했기 때문이었다. 김정은은 당황했다. 천재일우의 기회를 놓칠 수 있다는 위기감이 그를 엄습했다. 그는 과감하게 문재인의 도움을 요청했다. 그것이 비밀리에 만났던 2차 남북 정상회담이다.

 

문재인은 판문점 북측 지역으로 넘어가 통일각에서 김정은의 북미회담의 진정성을 확인하고 트럼프를 설득하여 싱가포르회담을 성사시켰다. 트럼프와 김정은 모두 문재인의 역할을 인정할 것이다. 트럼프가 귀국 비행기 안에서 제일 먼저 손을 내민 게 문재인이라면 김정은 역시 돌아가자마자 만나고 싶은 사람이 문재인일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하노이회담이 성공할 것으로 믿었던 청와대는 실망을 넘어 오히려 문재인의 역할이 극대화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는데 자부심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바라는 최고의 목표는 북한의 완전무결한 비핵화 실현이라는 확고부동한 소신을 가지고 김정은을 설득할 수 있는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 문재인은 미북회담의 재개에 대해서 이미 트럼프로부터 백지위임을 받았다고 보아야 한다. 김정은 역시 문재인의 역할에 기댈 수밖에 없는 처지다. 미국과 북한은 깨진 항아리을 수리하여 다시 물 붓기를 시작하려면 누군가 중재자가 필요하고 그 적임자는 문재인 밖에 없다. 다행히 김정은이 4월이나 5월에 서울을 방문하기로 약속되어 있다. 하노이 결렬로 서울방문이 쉽지 않으리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하지만 김정은 역시 현상 타파를 위해서는 답방카드를 버리지 않을 것이다.

 

문재인은 자신의 정체성을 훼손시키지 않으면서도 의젓하게 미국과 북한이 꼭 필요한 문제점을 지적하기만 하면 이해가 맞아 떨어지는 양국의 정상들이 세 번째 회담에 임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조심해야 할 사항은 청와대 안보참모진들이 섣불리 나서서 왈가왈부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 자주 독립국이지만 핵에 관한 한 한국의 입장은 철저하게 유엔의 결의를 따르지 않으면 안 된다는 사실을 명심하고 외교에 나서야 한다.

 

글 : 김동진 민주평통 자문회의 전북지역회의 사무국장

 

※ 이 기사는 시사타임즈의 공식입장이 아닌, 필자의 견해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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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진 민주평통 자문회의 전북지역회의 사무국장 ksk3677@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