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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칼럼

[칼럼] 통일이 아니어도 핵과 전쟁이 없어야 된다

[칼럼] 통일이 아니어도 핵과 전쟁이 없어야 된다


 

 


▲김동진 시사타임즈 호남본사 대표 (c)시사타임즈

[시사타임즈 = 김동진 시사타임즈 호남본사 대표] 평양이 한 바탕 난리가 났다. 직접 보지 못해서 TV로 접하는 그림이 전부였지만 시시콜콜 카메라기자들은 일행들의 움직임을 샅샅이 잡아냈다.

 

김대중과 노무현에 이어서 문재인의 평양방문은 우리나라 대통령으로서는 세 번째지만 이미 판문점에서 두 번이나 실무교환방문을 했던 터라 두 정상은 오랜 친구처럼 자연스러운 모습이었다. 작년까지만 해도 김정은에 대한 한국 국민들의 인상은 썩 좋은 게 아니었다. 3대 세습에 걸핏하면 숙청을 단행하여 선대들보다 더 나쁜 독재자의 이미지를 심어주었다. 게다가 고모부 장성택을 고사포로 처단했다는 보도는 사실여부를 불문하고 우리 국민들의 치를 떨게 했으며 특히 핵을 개발하여 원자폭탄 실험을 자행하는 통에 금방이라도 전쟁을 일으킬 전쟁광쯤으로 치부되었던 게 사실이다.

 

때마침 평창동계 올림픽이 다가오자 국내보다 오히려 국외에서 한국전쟁이 재발될 수 있다는 염려가 맹렬하게 떠돌았다. 심지어 어떤 유명선수는 참가를 포기한다고까지 발표했다. 이 위기를 극복해낸 게 문재인대통령이다. 김정은은 신년사를 통해서 전격적으로 평창올림픽 참가를 선언했고 여자하키 팀은 남북단일팀까지 구성할 정도로 급속도로 가까워졌다. 평창은 북한실세들이 줄줄이 찾아와 올림픽 열기를 만끽하고 돌아갔다. 그리고 이뤄낸 성과가 4.27판문점회담이다. 북한 지도자로서는 처음으로 판문점 휴전선을 넘어와 남한 땅에서 정상회담을 했다. 판문점선언까지 내놨다. 여기서 합의한 가장 중요한 것은 김정은이 미국 트럼프대통령과 회담하겠다는 확답이었다. 단 한 차례도 만나지 않았던 북한지도자가 미국대통령과 담판성격의 회담을 갖는다는 뉴스는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북핵을 해결할 수 있는 중요한 포인트가 되리라고 기대되었기 때문이다. 대통령끼리의 회담은 형식적일 수밖에 없고 사전에 모든 합의가 실무회담에서 이뤄져야 하는 것인데 북한은 김계관과 최선희 등을 앞세워 치고 빠지는 수법으로 미국이 요구하는 비핵화 프로그램에 협조하기를 거부했다. 전형적인 북한의 벼랑 끝 외교수법이다. 이미 정해진 싱가포르회담이 무산될 위험이 커졌고 드디어 트럼프 특유의 협상술로 전격적으로 북미회담을 취소해 버렸다. 이에 당황한 북한은 김계관 등의 막말을 사과하고 김정은의 제안으로 판문점에서 문재인과 제2차 회담을 갖게 된다. 이 회담은 행여 북미회담이 완전 무산될지 모른다는 북한의 다급한 입장 때문에 열린 것이었으며 운전자를 자처하는 문재인에게는 김・트를 중재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중재는 훌륭하게 성공했다. 빈틈없이 짜인 싱가포르회담은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며 겉으로는 멋지게 매듭지었다. 그러나 한국과 미국은 아무 것도 얻어낸 것이 없다. 비핵화라는 빈말만 무성했지 이를 실행에 옮길 로드맵은 전혀 나오지 않았다. 협상의 달인을 자처하는 트럼프의 패배였다. 회담취소를 선언할 때까지 잘 나가던 협상수법이 왜 갑자기 헝클어졌는지 모르지만 미국으로서는 뼈아픈 실패였다. 폼페이오를 몇 차례 평양에 보내고서도 김정은조차 면담하지 못하는 수모를 겪으며 비핵화는 북한의 외교협상 무기가 되었다. 지금 양상은 종전선언을 먼저 하자는 북한과 핵물질과 핵탄두 등에 대한 구체적 비핵 시간표를 요구하는 미국의 입장이 팽팽하게 맞선 느낌이다. 이 시점에 문재인이 200명의 수행원을 이끌고 평양에 간 것이다.

 

평양은 예상대로 곱게 한복을 차려입은 시민들로 꽃밭을 이루며 열광했다. 평양 옥류관 냉면은 기본계획표에 나와 있는 메뉴지만 돌아오는 날 백두산 방문은 깜짝 쇼처럼 연출되었다. 백두혈통을 자랑하는 김정은 일가의 기둥이 되어 온 백두산이지만 두 정상내외가 천지에서 찍은 사진은 평화와 통일의 상징처럼 한참 지난 지금까지도 SNS를 뒤덮고 있다. 어느 정치인이고 국민의 감성에 다가서는 것을 좋아한다. 문재인은 이 방면에 탁월한 탁현민 참모까지 거느렸다. 이번에도 감성적인 장면이 두드러졌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두 정상의 합의다. 그것도 북핵문제의 해결 없이는 어떤 해결도 된 게 아니라는 현실을 두 정상은 너무나 잘 알고 있다. 남북만 합의한다고 될 일이 아니다. 유엔의 경제적 제재대상인 북한을 한국이 대신 풀어줄 수도 없다. 그것은 북한 몫이다.

 

이번 두 정상은 이 난제의 해결에 한결 다가갔다. 김정은의 육성으로 “핵 없는 세상” “전쟁 없는 세상”을 확언한 것이다. 북한 외교팀의 실력이 만만찮다는 저간의 소문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미국에 대해서 그다지 야멸차게 내놓지 않았던 비장의 무기를 중재자인 문재인에게 선뜻 내준 것이다. 문재인의 일정과 입장은 이미 정해져 있다. 평양에서 돌아오자마자 뉴욕 유엔총회로 날아가야 하며 트럼프와의 회담도 약속되어 있다. 김정은은 이 기회를 문재인에게 선사한 것이다. 문재인은 트럼프를 만나 김정은과의 합의문 외에 구두 합의한 사항도 따로 밝히겠다고 호언장담한다. 두 정상 간에 대외적으로 밝히기 어려운 해결책에 합의했음을 암시한 것이다.

 

우리는 문재인의 중재로 김정은과 트럼프가 다시 한 번 마지막 담판회담을 갖기를 못내 희망한다. 어차피 김정은의 결심만 서면 남북미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으로 한반도의 미래는 밝아진다. 꼭 통일이 아니어도 핵과 전쟁 없는 나라가 된다면 그만이다. 그 날이 멀지 않음을 직감한다.

 

글 : 김동진 시사타임즈 호남본사 대표

 

※ 이 기사는 시사타임즈의 공식입장이 아닌, 필자의 견해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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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진 호남본사 대표 ksk3677@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