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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사회일반

[칼럼] 한일관계 외교의 산

[칼럼] 한일관계 외교의 산

▲김동진 논설위원 (c)시사타임즈

[시사타임즈 = 김동진 논설위원] 2020년 7월로 예정되었던 도쿄올림픽 경기가 생각하지도 못했던 코로나19의 기습으로 1년 연장되었을 때 다음 해에는 무난하게 개최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낙관했었다. 코로나의 감염이 팬데믹으로 확산되긴 했지만 의료기술의 획기적인 발전에 따라 과거의 전염병과는 달리 쉽게 물러갈 것으로 예측했던 것이다.

 

그런데 그게 아니다. 본래 있었던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변이를 일으키며 훨씬 빠른 속도로 감염을 확산시키는 통에 전 세계는 공포의 도가니에 빠졌다. 그나마 발원지로 지목되었던 중국은 공산당 특유의 강력한 통제력으로 소강상태에 들어가 있지만 그 덤터기를 몽땅 뒤집어 쓴 것은 미국을 비롯한 프랑스 영국 독일 등 선진국들이다. 인도와 브라질이 미국 뒤를 바짝 쫓아가며 대유행의 중심을 이룬다. 그들에 비하면 일본은 숫자 면에서 낮게 서있지만 수도 도쿄에서만 하루 확진환자가 1000명 이상이다. 새 해 들어서면서 더욱 그 폭은 넓어지고 있어 일본내각에서조차 2021년 올림픽을 다시 연장해야 된다는 이야기가 공공연히 나오고 있다.

 

올림픽 연장이 가져온 파문은 크다. 200여국에 이르는 참가국들은 각종 선수들을 담금질하며 참가에 의의가 있지만 메달은 이보다 더 의의가 있기에 올림픽경기를 준비해 왔다. 우리나라 선수들도 예외는 아니다. 훈련에 여념이 없던 수많은 대표선수들이 허탈감을 이겨내지 못하고 사실상 훈련을 포기하려고 하는 실정이다. 다른 나라 선수들도 같은 생각일 것이다. 일본 올림픽이 또 한 번 연장된다는 것은 취소된다는 의미와 동일하다. 2024년 베이징 올림픽이 대기하고 있어 연장개최는 다음 올림픽과 중복된다는 항의를 받게 된다. 올림픽위원회는 재연장은 없다고 큰소리친다. 올림픽위원회의 재정은 전적으로 경기 중계료로 충당되기에 도쿄올림픽이 취소된다면 막대한 피해가 발생한다. 일본은 경기 시설에 천문학적인 재정을 투입했기 때문에 결정적인 손해를 감수해야 할 처지다. 그렇지 않아도 감염병 때문에 엄청난 경제적 손실을 치르고 있는 세계가 이를 극복할 수 있는 길은 백신과 치료제뿐이다.

 

지금 세계는 백신개발을 앞두고 치열한 경쟁을 벌인 끝에 미국의 화이자와 모더나가 먼저 치고 나갔다. 뒤를 이어 아스트라제네카 등 몇몇 업체가 백신 깃발을 높이 들었고 중국과 러시아는 아직 3상 실험을 끝내기도 전에 먼저 자국민을 대상으로 백신주사를 실시하고 있다. 코로나가 하도 엄중하기 때문에 우선 확진 숫자부터 줄여보자는 공산국가다운 발상이다. 이런 시점에 한국의 1심 민사법원에서는 일본군 위안부 사건에 대한 판결을 통하여 일본의 책임을 물어 1인당 1억원씩 배상을 하라고 판결했다. 외교적으로 매우 민감한 사항이지만 위안부 문제와 징용노동자 문제는 한일 양국의 발목을 잡고 있는 아킬레스건이나 다름없다. 일본 측은 한일협정 당시 일괄 처리되었다고 주장하고, 한국 측은 개별적인 손해배상은 합의된 게 아니라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어 역대정부에서 난감한 외교사항으로 골치아픈 사안이다. 제국주의 일본이 강제로 한국을 식민지화한 것이 원죄이며 게다가 제2차 세계대전까지 일으킨 전범국으로 전 세계를 고통에 몰아넣었던 죄악에 비하면 조족지혈(鳥足之血)에 불과하지만 이를 인정하기는커녕 사과조차 꺼리는 속 좁은 일본지도자들의 행태가 일을 더 크게 만들고 있는 셈이다. 때마침 한국에서는 일본주재 대사를 지일파 강창일로 임명하고 부임했다.

 

그는 과거에 일본왕이라고 ‘천황’을 낮춰(?)불렀다는 일화를 가진 사람인데 이번에는 공손하게 천황으로 호칭했다고 해서 보도대상이 되었다. 왕을 천황이라고 부르던 황제라고 부르던 그것은 이쪽 맘이지만 그쪽에 가면 그들이 부르는 대로 하는 게 예의다. 대사쯤 되면 그까짓 호칭 하나로 구태여 구설수에 오를 이유가 없다. 따라서 위안부나 징용자에 대한 한국법원의 판결에 일본이 발끈할 필요도 없다. 우리는 당연히 받아야 할 권리가 있는 것이다. 불복이면 항소나 상고로 대항할 길도 열려있다. 이를 마다하고 정치적으로 처리하려면 문제는 복잡하고 시끄러워진다. 외교라는 산을 넘어야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본재산에 대한 압류나 강제집행도 쉽지 않다. 이 때문에 가까워야 할 한일 두 나라는 국민의 눈치를 보면서 먼저 양보하라고 상대국을 압박한다. 갈등이 그칠 사이 없다. 지금 일본은 올림픽을 여느냐 마느냐로 최대난관에 봉착해 있다.

 

이때 한국정부는 도쿄올림픽이 어떤 형태로든지 개최되는데 발 벗고 나서서 일본을 도와주는 것도 나쁘지가 않을 것이다. 이웃이 어려울 때 힘을 보태주는 게 도리일수도 있다. 코로나로 사면초가에 쌓인 일본을 감싸고 돕는다면 혐한파도 감복할 것이다. 우리 선수단도 대폭 파견한다고 약속하라. 무관중도 좋다. 도쿄올림픽을 매개로 일본과의 관계를 과감하게 뚫어라. 전쟁 일보직전이라고 전전긍긍했던 남북관계를 평창 동계올림픽으로 타개한 훌륭한 노하우가 있지 않은가. 외교는 확실한 비전으로 배짱 좋게 밀어붙여야 한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면 효과는 배가된다. 이래야 통 큰 정치가 되는 것이다.

 

글 : 김동진 논설위원

 

※ 이 기사는 시사타임즈의 공식입장이 아닌, 필자의 견해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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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진 호남본사 대표 ksk3677@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