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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칼럼

한 여학생의 죽음을 보고…


화가 나서 견딜 수 없었다.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진 한 여학생의 죽음 말이다.

친구들에게 얻어맞아 결국 숨진 여학생의 죽음.

경찰에게 알려달라고 마지막 도움의 요청까지 무시해버린 그 여학생의 친구.

이건 친구가 아니다. 어떻게 친구라고 할 수 있나.

도대체 우리 사회가 어찌하여 여기까지 왔나.

누가 이렇게 만들어버렸나.

정말이지 이번 사건은 인간이 악하면 얼마나 악할 수 있는가를 보여준 전형적인 사례가 아니겠는가 싶다.

이건 영화나 드라마가 아니다. 실제상황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에 그것도 우리 이웃에서 일어난 사건이다.

그것도 장차 우리 사회의 미래를 책임질 일꾼을 키우는 학교에서 일어난 사건이다.

이게 무슨 학굔가.

아이를 보호하지 못하는 학교. 오히려 죽음으로 내몰게 한 학교.

이게 학교인가.

아, 미쳤다. 미치지 않았으면 이럴 수 없다.

 

한 여학생의 인생을 송두리째 무너뜨리게 만들어버린 끔찍한 사건의 주인공들.

집단 폭행이라는 무기로 한 여학생에게서 생명을 빼앗아버린 이들의 황폐한 심령.

어느샌가 우리 사회는 치유 불가능한 깊은 수렁에 박혀버린 것 같다.

서로 물고 뜯고 죽이는 악마의 근성들이 난무한 사회.

국회에서도, 직장에서도, 방송에서도, 시내 한복판에서도, 광장에서도, 가정에서도 그리고 학교에서까지도 이런 행태들은 얼마든지 쉽게 볼 수 있다.

인터넷 아고라에 들어가 보라.

얼마나 거침없는 비인격적 언어들과 글들이 도배를 하고 있는지를 보게 될 것이다.

차마 입에 담기 어려운 욕설들과 막말.

이런 말들이 소위 사회의 지도자라고 하는 사람들의 입에서도 쏟아져 나오고 있으니.

그러니 본대로 들은 대로 영향을 받는 청소년들이 저런 행동을 한다해서 전혀 이상할 것도 없을 것이다.

누가 누구를 비판할까.

이렇게 말하는 나도 예외는 아니다.

그러나 이건 정말 아니다.

 

사람의 생명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일깨우지 못하는 사회에 무슨 희망이 있단 말인가.

학교가 왜 존재하는가.

왜 국가가 존재하는가.

국민과 학생의 인격을 담보해주고 보호해주며 보람된 인생, 행복한 인생을 영위해주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닌가.

그런데 인격이나 행복은 고사하고 국가나 학교가 그 구성원의 안전조차 보호해주지 못하는 상태가 되어 오히려 죽음으로 내모는 공동체로 변모됐다면 이를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

죽은 그 여학생의 가족이 겪게될 정신적 고통은 어떠할까.

시간은 이 사건을 우리의 기억에서 점점 희미하게 만들어 버릴 것이다.

그저 우리 사회에 이런 사건이 있었구나 하고 치부해 버릴 것이다.

그러나 피해를 당한 그 여학생의 가족과 주위 사람들의 가슴속에선 언제까지 치유되지 않은 상처로 살아가게 될 것이다.

한 여학생을 죽인 가해 학생들.

그 학생들이 시간이 흘러 제정신을 차렸을 때 받게 될 고통 역시 결코 가볍지 않을 것이다.

가해 학생 역시 피해자인 것이다.

이렇게 죽이고 죽임을 당하는 사건들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는 우리 사회.

오늘 이 하루에도 또 어디에선가 한 사람의 생명을 앗아가려는 무서운 눈초리가 우리 중 그 누군가를 향해 겨냥하고 있음을 아는지 모르겠다.

 

그러나 문제는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지만 근본적인 치유책이 없다는 사실이다.

정치학 박사, 경제학 박사, 심리학 박사들이 무수하지만, 그리고 종교단체들 또한 우리 사회에 얼마나 많은가. 그렇지만 이런 사건이 끊어지지 않는다는 것은 무엇을 말하고 있는가.

공권력마저 의미가 퇴색해버린 듯한 우리 사회.

정녕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사회는 이미 죽음의 사각지대가 되어버린 것인가.

우린 우리를 죽이려는 무서운 눈초리와 보이지 않는 손들에 의해 마치 포로가 되어 사지를 향해 걸어가는, 어쩔 수 없이 살아가야할 존재들인가.

이 죽음의 정글에서 우릴 구원할 자는 누구인가.

 

엄무환 편집국장(weom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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