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를 꽃처럼 바라보다…‘Take the Flower Seriously 꽃을 진지하게 바라보다’ 展, 333갤러리에서 열려
존재를 꽃처럼 바라보다…‘Take the Flower Seriously 꽃을 진지하게 바라보다’ 展, 333갤러리에서 열려
여성성과 자연, 신체와 사회를 교차하는 7인의 예술 언어
[시사타임즈 = 이종현 기자] 서울 청담동 333갤러리에서 4월 19일까지 열리는 전시 ‘Take the Flower Seriously 꽃을 진지하게 바라보다’는 꽃과 여성성, 그리고 존재의 본질을 둘러싼 전통적 상징 체계에 정면으로 질문을 던지는 기획 전시다.
김민희 큐레이터(333Gallery/Seoul 디렉터)가 기획한 이번 전시에는 한국과 해외 작가 7인이 참여하여 회화, 설치, 사진, 퍼포먼스, 혼합 매체 등 다양한 방식으로 '꽃을 진지하게' 사유한다.
"꽃은 단순한 장식이 아니다. 스스로 피어나는 존재다."
이번 전시는 꽃을 여성성과 연약함의 상징으로 소비해온 오래된 시선을 비판하며, 꽃이 지닌 회복력 지속성 강인함을 여성성과 연결해 새롭게 해석한다. 참여 작가들은 저마다의 언어로 자연과 신체, 사회적 시선과 내부 감정 사이의 긴장을 시각화하며, 부드러움과 저항, 전통과 현재, 소멸과 생성이 교차하는 여성성을 이야기한다.
직조, 몸, 껍질, 디저트… 작가 7인의 '꽃 같은 존재' 탐구
이번 전시에는 회화, 설치, 사진, 퍼포먼스 등 다양한 매체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7인의 작가가 참여했다. 이들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여성성과 자연, 정체성과 사회적 시선 사이의 관계를 사유하며, '꽃'이라는 전통적 상징을 새롭게 해석한다.
먼저, 차승언은 전통 섬유공예에서 출발해 회화와 설치의 경계를 넘나들며, 직조라는 노동의 행위를 통해 시간의 흐름과 감각의 층위를 시각화해왔다. 그녀의 작업은 반복되는 실의 짜임을 통해 단절된 기억과 경험을 다시 엮어내는 구조를 만든다. 이번 전시에 출품된 <인-인-인동문>과 <한가지> 연작은 전통적인 직조 방식과 현대적 회화 언어가 교차하는 시공간의 틈을 관람자에게 열어 보인다.
홍이현숙은 여성의 신체와 생애 주기를 생물학적 변화가 아닌 서사적 전환으로 바라보며, '폐경'을 재생의 시작으로 전환하는 작업을 이어왔다. <폐경의례> 시리즈는 여성의 몸을 소멸이 아닌 생성의 공간으로 재해석하며, 서울의 오래된 목욕탕에서 촬영된 퍼포먼스를 통해 여성의 삶을 자기 선언적인 축제로 승화시킨다. 광활한 자연 속 몸의 움직임을 기록한 <무빙 어웨이> 시리즈는 여성성과 자연, 이동성과 회귀의 관계를 사유적으로 탐색한다.
이와 함께 곽지수는 유머러스하면서도 날카로운 시선으로, 귤껍질 형상을 통해 사회가 강요하는 규범적 정체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껍질 군단'이라 이름 붙인 작은 형상들은 약한 상태에서도 주체로서의 몸짓을 보여주며, 강함과 약함이라는 이분법을 해체하는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다. 귤껍질이라는 일상적 소재에 사회적 긴장과 유쾌한 저항을 담아낸 그녀의 작업은, 전시의 중심 메시지인 '꽃을 진지하게 바라보는 감각'을 가장 작고 친숙한 대상으로부터 이끌어낸다.
송태인은 프랑스에서의 삶과 경험을 바탕으로 여성의 욕망, 연약함, 소멸, 그리고 존재의 이중성을 탐색하는 회화를 선보인다. 케이크를 모티프로 한 시리즈는 소비되고 대체되는 아름다움의 상징으로서 여성의 정체성을 시적으로 비틀고, 전시 포스터에 쓰인 ‘Who Are You?’는 꽃과 뱀이라는 상징을 통해 아름다움과 위협, 정체성과 자아 사이의 긴장 관계를 응시한다. 그녀의 회화는 시적이면서도 은유적인 언어로 여성 존재의 경계와 내면을 끊임없이 해석한다.
미틸 티바이랑크는 프랑스와 태국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작가로, 르네상스 회화의 고전적 구도와 젠더 상징을 현대적으로 해체한다. 그녀는 전통적으로 규정된 남성성과 여성성의 이미지가 실제로 얼마나 복합적인지를 인물화로 드러낸다. 꽃과 금박을 활용한 강렬한 색채, 중세 회화를 연상시키는 구성은 강인함과 섬세함이 공존하는 인물을 창조하며, 그 안에서 관람자는 익숙했던 성 역할에 대한 혼란과 낯선 감정을 마주하게 된다.
염지희의 작업은 시적인 상상력과 문학적 서사를 기반으로, 콜라주와 드로잉을 통해 무대적 정서를 구성한다. 그녀의 회화는 삶을 연극처럼 바라보며, 존재의 층위를 감각적으로 쌓아올린다. <냉담의 시>, <장식적인 은둔자> 등의 연작에서는 내면의 고독, 자발적 고립, 그리고 감정의 흐름을 겹겹이 쌓인 이미지 속에 담아내며, 여성성과 자연을 정의로 환원하지 않고 감각과 상상력의 무대로 확장한다.
마지막으로, 진영은 사회적 역할과 타인의 시선을 반영한 캐릭터 형상을 통해 현대인의 감정과 내면을 탐색한다. 앵무새 머리를 한 인물들은 반복되는 사회적 역할을 풍자하면서도 따뜻한 시선으로 감싸며, 연과 풍선 같은 상징을 통해 자기 회복과 감정의 환기를 유도한다. 그녀의 회화는 유쾌하고 천진난만한 표현을 통해 오히려 더 깊은 자기 탐색의 여운을 남기며, 꽃과 여성성을 삶의 주파수를 회복하는 존재로 제시한다.
김민희 큐레이터는 “꽃을 진지하게 바라본다는 것은 결국 존재를 진지하게 바라본다는 의미”라며, “여성성, 생태, 정체성의 문제를 다시 사유하는 출발점이 되길 바랐다”고 전했다. 이번 전시는 여성성과 꽃을 단일한 정의나 장식적 요소가 아닌 복합적인 힘과 감정, 사회적 긴장과 생성의 상징으로 확장시키는 기획이다.
‘Take the Flower Seriously’ 전시는 꽃을 다시 보고, 여성성을 다시 듣고, 존재를 다시 느끼는 '사유의 감각'을 건네는 전시다. 그 앞에서 관람자 역시 자기 내면의 꽃을 다시 바라보게 될 것이다. 무심히 지나쳤던 존재의 결들, 보이지 않았던 감정의 무늬가 이 전시를 통해 다시 피어난다. 꽃을 진지하게 바라본다는 것은 결국, 우리 스스로를 진지하게 마주하는 시간이며, 지금 여기의 나를 더 깊이 이해하고 연결하기 위한 시작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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