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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명구

유라시아에서 들려주는 사랑과 모험, 평화이야기 (61) 유라시아에서 들려주는 사랑과 모험, 평화이야기 (61) 20대 애송이와 60의 벽창호의 동행 [시사타임즈 = 강명구 평화 마라토너] 낯선 길을 오랜 고독 속에 빠져서 달리다 보면 맑고 잔잔한 물속에 비친 어린아이보다도 불완전한 자신을 바라보게 된다. 그리고 그것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게 된다. 자신을 바라다보는 것은 삐뚤어진 것을 바로잡기 위해서가 아니라 비뚤어진 자신의 모습에 익숙해지기 위해서이다. 남과 비교해서 다른 점을 고치려고 하고 감추려 할수록 문제는 꼬이게 마련이다. 먼 길을 끝없이 달리면서 자신의 깊은 곳을 탐험하다 보면 찌찔함과 모자람이 자신 안에 편안하게 자리 잡을 넉넉한 공간을 발견하게 된다. 지나가는 사람들은 반갑게 손을 흔들어주고 차를 대접해주기도 한다. 어느 곳이나 그렇듯 시장은.. 더보기
유라시아에서 들려주는 사랑과 모험, 평화이야기 (60) 유라시아에서 들려주는 사랑과 모험, 평화이야기 (60) 극단은 극단을 부른다 [시사타임즈 = 강명구 평화 마라토너] 해발 5700m, 엘브르즈산맥 곳곳에 뒤덮인 만년설이 녹아 흘러 내려와 카스피해로 들어간다. 카스피해가 이란을 동서로 가로지르는 엘브르즈산맥에 막혀 더는 나아가지 못하는 곳이 지금 내가 달리고 있는 카스피해 연안이다. 아침 햇살에 바다의 물비늘이 반짝이며 떨리며 밀려온다. 파도는 순한 어린애처럼 뒤척일 뿐 큰 소리를 내지는 않는다. 거대한 엘브르즈산맥은 카스피해만 막고 서있는 것이 아니다. 사람들의 왕래도 막고 비구름도 막아서서 엘브르즈산맥 저 남쪽은 카비르사막, 루트사막 등 황폐한 사막이 되고 만다. 황폐한 사막 뒤에는 언제나 거대한 산맥이 풍요의 비구름을 가로막고 서 있다. 미국의 모하.. 더보기
유라시아에서 들려주는 사랑과 모험, 평화이야기 (47) 유라시아에서 들려주는 사랑과 모험, 평화이야기 (47) 햇빛을 가리지 말고 다만 비키시오! [시사타임즈 = 강명구 평화 마라토너] 다 버리고 다 잊고 떠나왔지만 또 버리고 잊어야 할 것이 너무 많다.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는 것 같지만 산비탈을 매일 오르내리는 곳에 젖은 눈이 흩뿌린다. 70kg나 되는 손수레를 밀고 오르다 미끄러워서 더 이상 오도가도 못하고 멈추어서고 말았다. 어디선가 아이들이 내 모습을 보고 몰려들었다. 미끄러운 비탈길을 오르기 위해 짐을 줄여야 했다. 여름옷을 꺼내 제일 지저분한 옷을 입은 아이에게 주었다. 다른 아이들이 달려들었다. 아무것도 없는 줄 알았더니 버리려고 하니 이것저것 버릴 것이 꽤 되었다. 그다음엔 비상용으로 가지고 다니던 통조림을 아이들에게 나누어.. 더보기
유라시아에서 들려주는 사랑과 모험, 평화이야기 (45) 유라시아에서 들려주는 사랑과 모험, 평화이야기 (45) 들개와 함께 춤을! [시사타임즈 = 강명구 평화 마라토너] 바닷가 마을 시데로 가는 길은 수많은 언덕을 넘고 꼬불꼬불한 길을 따라가야 했다. 때로 소 두어 마리를 몰고 가는 펑퍼짐한 아주머니의 뒤태를 따라가기도 하고 때로 자기들끼리 풀 뜯어 먹으러 가는 당나귀 서너 마리의 뒤태를 따라가기도 하고, 떼지어 워낭소리 딸랑거리며 앞장서 가는 소들의 뒤태를 따라가기도 하며 무료함을 잊는다. 차들이 그리 많이 다니지 않는 한적한 바닷가 산골 마을 길에는 개들도 궁둥이를 흔들며 그렇게 길거리에 어슬렁거린다. 떼를 지어 날아가는 기러기들도 뒤태를 뽐내며 비행을 한다. 그뿐만 아니었다. 터키의 헌병 잔다르마도 여기에서 빠지면 서러워할 것이다. 트럭을 타고 지나가다.. 더보기
유라시아에서 들려주는 사랑과 모험, 평화이야기 (34) 유라시아에서 들려주는 사랑과 모험, 평화이야기 (34) 소피아의 리듬을 타고 [시사타임즈 = 강명구 평화 마라토너] 내 마음 갈대와 같아서 가는 나라마다 그 나라에서 다른 사랑에 빠져서 헤어질 때마다 곤욕을 치르곤 한다. 내가 사랑에 약한 사람이다. 세르비아와의 사랑은 지독한 것이었다. 세르비아에 발을 들여놓기 전까지는 두렵고 무섭기까지 했었다. 깊은 사랑일수록 이별도 쉽지 않아서 지난번 헝가리를 빠져나올 때는 나의 한혈마가 진구렁에 빠져 한 시간 반을 사투를 벌였는데 이번에 세르비아를 나오는 날은 한혈마의 바큇살이 네 개나 부러져 꼼짝달싹하지 못하는 상황이 되었다. 아침에 통일흥부가족이 이리로 온다고 했는데 한 시간이나 지났는데도 못 만난 것이다. 길이 어긋난 모양인데 큰일이 났다. 질주하는 트럭이 우.. 더보기
유라시아에서 들려주는 사랑과 모험, 평화이야기 (16) 유라시아에서 들려주는 사랑과 모험, 평화이야기 (16)강명구 일병 구하기 [시사타임즈 = 강명구 평화 마라토너] 달릴 때 나는 무아의 지경에 빠진다. 정신없이 달리다 보면 내가 몇 시간이나 이렇게 달리고 있는지 알 수가 없을 때가 있다. 다만 목마름과 허기짐 하늘의 태양 위치가 시간을 알려줄 뿐이다. 아무 생각 없이 달리기에 몰입하고 있을 때 기쁨이 물밀 듯 몰려든다. 내가 지금 달리고 있는지조차 잊는 시간에는 달리는 일이 세상에서 가장 쉬운 일이 되고 만다. 그러나 일단 내가 달리고 있다는 것을 의식하는 순간 피로감과 고통이 밀려들기 시작한다. 그때부터는 발걸음은 천근만근이 되고 만다. 아무 생각을 하지 않는데도 발걸음은 저절로 정확하고 정교하게 옮겨졌다. 보폭은 한석봉의 어머니가 어둠 속에서도 가래떡..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