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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캠페인:책을 읽읍시다]

[책을 읽읍시다 (1269)] 착한 사람들

[책을 읽읍시다 (1269)] 착한 사람들
 
애비게일 마시 저 | 박선령 역 | 와이즈베리 | 412쪽 | 16,000원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가 유대인에게 저지른 만행, 홀로코스트. 유대인 40만명을 학살한 전범 아이히만이 “나는 시키는 대로 했을 뿐”이라고 항변했던 일화는 지금까지도 많은 분노를 유발한다. 그들은 예외적인 악(惡)이었나, 아니면 누구나 특정 상황에 처하면 그렇게 되는 것일까?


불과 10년 사이 국내에서도 ‘사이코패스’는 이제 익숙한 단어가 됐다. 최근 ‘어금니 아빠’ 사건은 사이코패스 테스트 논란을 재점화시키는 계기가 됐다. 일반인과 사이코패스를 명확하게 구분할 수 있는 기준은 있을까? 이들의 성향은 선천적인가 아니면 후천적 영향 탓인가에 대한 학계의 의견이 여전히 분분한 가운데, 과학적인 연구 결과를 토대로 인간의 본성에 대해 탐구한 책이 나왔다.


『착한 사람들』은 사이코패스 성향부터 이타주의의 기원까지 인간의 본성을 밝혀내기 위한 과학적, 실증적 연구를 담은 책이다. 젊은 시절 고속도로 한 가운데서 낯선 이에게 극적으로 구조됐던 저자의 경험이 연구의 계기가 됐다. 책은 신경생리학, 유전학, 사회문화학까지 방대한 이론과 함께 이를 입증하기 위한 실험 과정과 결과를 꼼꼼하게 제시하며 ‘폭력성’과 ‘이타심’이라는 인간의 양면성을 탐구한다.

 

저자는 사이코패스 징후를 가진 청소년과 이타적인 신장기증자 두 집단을 대상으로 뇌의 생리학적 변화상을 관찰하며 그 답을 추적해 나간다. 실험 결과, 무엇보다 편도체 반응이 크게 상이했다. 사이코패스 성향을 가진 집단은 편도체 기능장애로 두려움이나 고통을 인지 혹은 공감하지 못한 반면, 이타적 성향을 가진 집단의 경우 고통을 인지하지 위해 편도체가 유달리 활성화된 것. 요컨대 타인의 두려움을 예민하게 알아차리는 능력이 사이코패스 성향과 이타심을 판가름하는 강력한 기준인 셈이다.


저자는 단순히 뇌구조나 호르몬 장애로 두 집단의 차이를 설명하지는 않는다. 최초 포유류들의 번식전략부터 대리양육을 하는 종의 습성, 우리를 둘러싼 경제적·문화적 환경까지 논의를 확장시키며 이타심의 근원을 파고든다. 그의 생생한 실험과정과 논리적 전개를 따라가다 보면 두려움에 대한 민감성이 어떻게 ‘악’의 무기이자 ‘선’을 행하는 힘이 될 수 있는지 깨닫게 된다.


책은 유전적 성향과 환경의 힘 어느 한쪽 손을 명확히 들어주지는 않는다. 성악설·성선설이 평행선을 달리는 것과 비슷하다. 다만 저자는 인간의 이타적 능력은 생물학적, 유전적 영향이 강하지만 문화의 힘이 현대사회를 그 어느 때보다 이타적으로 이끌고 있으며, ‘착한 사람들’이 있는 한 우리는 더욱 나아질 수 있다고 강조한다. 책 말미, 불길 속에 뛰어들어 이웃집 여성을 구했던 코리부커 전 뉴어크 시장의 말이 결론과 맞물려 인상 깊다.




작가 애비게일 마시 소개


조지타운 대학교 심리학과 부교수. 하버드 대학교에서 사회심리학 박사 학위를 받았고 국립정신보건원에서 인지신경과학 박사 후 과정을 마쳤다. 저자는 인간이 서로의 감정을 이해하는 방법, 우리가 다른 사람의 행복에 신경쓰는 이유, 폭력적인 공격성부터 타인의 생명을 구하는 이타주의까지 우리 안에 잠재된 최악 및 최선의 충동이 발생하는 원인을 이해하기 위해 10년 넘게 인간의 행동과 뇌를 연구했다. ‘타임’, ‘슬레이트’, ‘허핑턴포스트’, ‘NPR’, ‘이코노미스트’, ‘뉴욕매거진’ 등 다양한 매체에서 그녀의 연구 결과를 다룬 바 있다.


http://www.abigailmars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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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속심 기자 sisatim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