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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캠페인:책을 읽읍시다]

[책을 읽읍시다 (1329)] 굿바이, 세븐틴

[책을 읽읍시다 (1329)] 굿바이, 세븐틴
 
최형아 저 | 새움 | 312| 13,000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최근 ‘OO() 내 성폭력’ ‘MeToo’ 등의 해시태그와 함께 폭로되는 여성들의 발언은 우리 사회에 성폭력이 얼마나 널리 퍼져 있는지를 보여준다. “에이, 내가 있는 데는 안 그래.” “내 주변에선 성폭력 피해자 한 번도 본 적 없는데.” 하는 말들은 스스로가 지독하게 무신경한 사람이고 성폭력의 방관자이자 동조자라는 자백이 될 뿐이다.

 

성폭력의 본질은 성별 문제가 아니라 권력 문제다. 자신이 한 번도 피해자가 되어본 경험이 없다면 그건 권력을 지녔다는 근거에 다름 아니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여자들은 횟수와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모두 성폭력을 경험한다. 누군가는 성폭력의 가해자가 되고 또 누군가는 피해자가 되는 동안 가혹하리만큼 무심했던 세상은 이제야 목소리를 듣기 시작했다.

 

최형아 장편소설 굿바이, 세븐틴에는 두 여자가 등장한다. 한 여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죽은 이는 말이 없고 살아남은 이는 그 죽음의 이유를 파헤친다. 두 사람을 필연적으로 만나게 한 남자는 누구인가? 그는 지금 어떻게 살고 있을까? 염치와 반성을 모른 채 여전히 뻔뻔하게 살아가고 있는 건 아닐까? 남은 여자는 떠난 여자에 대한 미안함과 더불어, 불안과 분노를 감추며 살아온 자신의 삶을 정면으로 마주하기 위해 그를 찾아나선다.

 

폭력의 잔인함은 그것이 육체를 넘어 영혼까지 파괴한다는 데 있다. 하지만 영혼이 상처 입은 피해자라고 해서 언제까지나 자책하면서 울지만은 않는다. 더 이상 어리고 약하고 수동적인 존재가 아니다. 그녀는 오랫동안 고통받았지만 자신의 힘을 키워서 스스로가 할 수 있는 선에서 복수를 실행한다. 피해자로만 규정당하기를 거부하는 한 여자의 용기와 노력이 누군가에게는 따뜻한 카타르시스를 전할 수도 있으리라. 자신의 상처를 직시하고 스스로를 격려할 수 있을 때부터 치유가 시작되고, 누군가에게 연대의 손길을 내밀 수도 있을 것이다.

 

여성의 성폭력 경험과 상처의 극복을 담아내기 위해 작가가 택한 장소는 여성 성형 전문 병원이다. 취업, 결혼, 사랑, 콤플렉스 등 여러 이유로 자신의 얼굴과 가슴, 심지어 성기까지 성형하려는 환자들로 북적이는 곳. 탄탄한 취재를 바탕으로 그려낸 성형외과와 환자들의 풍경은 생생한 현실감을 획득하며 성형이라는 현대인의 욕망이 어떻게 여성들의 절망적 상황과 맞닿아 있는지를 씁쓸하게 보여준다. “자기 안의 소중한 뭔가를 잃어버린 사람이 자신을 지키는 방법이 뭔 줄 아세요? 그것을 소중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이것은 소설 속 여자만의 목소리가 아니다. 여성으로 태어난 삶. 그 고된 여정은 때로 많은 여자들의 목소리와 표정을 닮게 만든다.

 

소설 속 인물은 지나간 과거에 잡아먹히지 않고, 한 발짝 미래를 향해 발걸음을 내딛는다. 더 이상 자신의 잘못이 아닌 어두운 상처에 삶이 지배당하는 상황을 내버려두지 않는 것이다. 굿바이, 세븐틴은 열일곱 살의 끔찍한 상처를 괄호 속에 감춘 채 표면적으로만 잘 살아가던 여자가, 마침내 진심으로 괜찮아말할 수 있게 되는 이야기다. 꽤 긴 시간 끝에 장편소설을 내보내는 작가의 첫 발걸음으로도 손색이 없다.

 

 

작가 최형아 소개


전남에서 태어나 단국대학교 특수교육과를 졸업했다. 2005에스코트월간문학신인상을 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고, 2016년 소설집 퓨어 러브를 펴냈다. 사회적으로 위기에 처한 다양한 인물들의 삶을 섬세하게 응시하는 문체로 이야기의 울림을 키우는 작가라는 평을 받았다.

 

작가의 첫 장편소설 굿바이, 세븐틴은 여성들의 고통과 연대를 담아낸 이야기다. 우리 사회에 뿌리 깊은 성폭력을 소재로 한 이 소설은 육체를 넘어 그 사람의 영혼까지 파괴하는 폭력이 얼마나 악한 것인지, 그 폭력에 맞서 연대하는 힘이 얼마나 소중한지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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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속심 기자 sisatim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