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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캠페인:책을 읽읍시다]

[책을 읽읍시다 (1402)] 믿기 어렵겠지만, 엘비스 의상실

[책을 읽읍시다 (1402)] 믿기 어렵겠지만, 엘비스 의상실 

최향랑 저 | 사계절 | 60| 12,800원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믿기 어렵겠지만, 엘비스 의상실은 그림책 작가 최향랑의 어른들을 위한 생활예술 그림책이다. 믿기 어렵겠지만, 말도 안 되게 좋은 조건으로 들어간 셰어하우스. 그런데 집주인이 개구리 씨? 이 책엔 십 년 동안 옷 열 벌을 만들어 주고 아파트를 물려받게 된 주인공이 의상실을 차리게 된 사연이 담겼다. 명랑하고 엉뚱한 상상이 바느질과 가위질로 완성한 개구리 인형에 실크스크린으로 작업한 그림들과 만나 읽고 나면 누구나 뭐든 만들고 싶어진다.

 

는 별 볼 일 없는 화가로 작업실을 비워 주고 새로 얻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어느 날 우연히 말도 안 되는 조건의 집 하나를 소개받는다. 요즘 인기라는 셰어하우스인데, 조건이 파격적이다. ‘혼자 사는 집주인과 공간은 나눠 살되 집안일을 조금 도와주기만 하면 보증금 없이 관리비만 내는특별 조건인데, 마다할 사람이 누가 있을까? 밝고 깨끗하고 아늑한 고층 아파트를 둘러보던 나는 이상한 소리에 깜짝 놀라고 만다.

 

세상에, 집주인이 개구리 씨? 믿기 어렵겠지만, 변기에서 반신욕을 즐긴다는 개구리 씨는 욕실 두 개 중 하나만 차지할 거고 나머지는 다 세입자 차지라니, 나는 마다할 이유가 없다. 하루에 한 번 살아 있는 밀웜으로 식사만 챙겨 주면 되고, 변기 물 내릴 때 잘 살펴보기만 하면 되니까.

 

나는 개구리 씨에게 생일 선물로 기꺼이 옷을 만들어 준다. 작은 맨투맨 티와 청바지 한 벌을 만들어 개구리 씨 욕실에 두면서 개구리 씨가 대학 생활에 성공하기를 빌어 준다.

이후로 개구리 씨는 자신의 생일이 있는 5월이 되면 물음인 듯 주문인 듯 옷을 부탁해 왔고, 나는 그를 위해 정성껏 옷을 만들어 줬다.

 

개구리 씨는 십 년 세월 동안 마치 사람의 일생을 사는 듯 다양한 여정을 보여 준다. 대학 생활도 해보고, 힙합 동아리 활동도 하고, 공무원 시험 준비도 하고, 소개팅도 나가고, 취미나 마음 수련을 위해 자수를 배우기도 하고, 동양화를 그리기도 하면서. 그리고 열 번째 생일 선물로 옷을 받은 개구리 씨는 그동안 한 번도 얘기한 적 없는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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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구리 씨는 다음 생일을 맞게 된다면 엘비스 프레슬리의 무대 의상을 갖고 싶다며 자기는 목소리가 걸걸해서 부드러운 목소리를 가진 엘비스가 늘 부러웠다고 고백한다. 누구나 남들한테는 말하기 부끄러운, 그냥 꿈으로만 간직하고 싶은 소망이 있는 거라며. 그렇게 개구리 씨는 나와 십 년을 함께 생활하고 열 벌의 옷값 대신 집을 물려주고 저 세상으로 떠난다.

 

나는 이제 화가 일은 접고 의상실을 차렸다. 믿기 어렵겠지만, 개구리 씨가 죽고 난 그해 초여름부터 개구리 씨한테 명함을 받았다며 손님이 부쩍 많이 찾아오기 시작한다. 이들은 하나같이 뭔가 크고 작은 고민거리가 있는 고객들로, 나는 자연스레 패션 상담과 더불어 고민 상담까지 떠맡았다. 그다음 해 개구리 씨의 생일에 맞춰 나는 엘비스 프레슬리 무대 의상을 만들어 개구리 씨 무덤을 찾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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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실 세를 올려 줄 수 없어 쫓겨난 는 그야말로 별 볼 일 없는 화가지만, 결국엔 자신의 재능을 발견한다. 어떻게든 이 세상에 적응해 잘 살아 보려 했던 개구리 씨의 고군분투는 우리네 인생과 너무나 닮았다. 나와 개구리 씨와의 우정은 그 어떤 관계보다 신의에 차 있고, 서로를 밝게 빛내 준다.

 

앞으로는 주변을 잘 살펴보자. 우리 주위에도 자신의 정체를 숨기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을지도 모른다. 믿을 수 없겠지만, 고릴라이거나 외계인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 누가 됐든 진심으로 서로의 안녕을 빌어 줄 수 있다면 우리의 삶은 훨씬 더 가치 있을 것이다.

 

작가가 이 책에서 선보이는 개구리 인형이나 소품들은 자투리 천에 그림을 그리고 색칠한 다음 손바느질로 삐뚤빼뚤 꿰매 만들거나, 플라스틱 병뚜껑 틀(개구리 씨의 자수틀)이나 빨대(개구리 씨의 동양화 붓), 스팽글(개구리 씨 옷에 달린 지퍼 등) 등을 활용해 만든 것이다. 그야말로 큰돈이 드는 것도 아니고, 특출난 재주가 없어도 누구나 시간과 마음을 들이면 완성할 수 있는 생활 예술품들이다. 믿기 어렵겠지만, 최악의 곰손 독자라도 이 책을 읽고 나면 뭐라도 자기 손으로 만들고 싶은 예술혼을 갖게 될 것이다.

 

 

작가 최향랑 소개


마음속 재미난 이야기들, 아름다운 이미지를 거미처럼 솔솔 뽑아 눈에 보이는 책으로 만드는 일이 즐거운 작가. 1970년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여자대학교에서 서양화를, 미국 샌프란시스코 아카데미 오브 아트 컬리지에서 일러스트레이션을 공부했다. 2003요리조리 맛있는 세계 여행으로 제7좋은 어린이책원고 공모 기획 부문 대상을 받았다. 새로운 세상을 알려 주는 재미있는 책, 보기만 해도 마음이 환해지는 고운 책을 만들기 위해 애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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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속심 기자 sisatim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