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시사 캠페인:책을 읽읍시다]

[책을 읽읍시다 (1275)] 누에의 난

[책을 읽읍시다 (1275)] 누에의 난
 
김도연 저 | 문학의숲 | 220| 12,000원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김도연의 여섯 번째 장편소설. 이전 작품들에서 삶의 구슬픔과 애잔함, 인간성의 모순 등을 그려왔던 작가는 누에의 난에 가족의 사랑과 따스함을 오롯이 담았다. 모든 사건의 원인이며 주인공의 심리를 대변하는 누에. 그 성장과정을 따라가며 주인공은 누에를 통해 어린 시절 갑작스럽게 닥쳐온 불행에 대한 상처를 대면하고 새로운 희망을 발견한다.

 

직장에서 해고된 건식은 시장에서 누에애벌레를 만난다. 쪄서 말리면 약이 된다는 장사꾼 할머니의 수완에 넘어가 누에애벌레를 사게 된 건식은 어이없어 하는 아내, 호기심을 보이는 아들의 시선을 받으며 누에들을 위한 잠실을 준비한다.

 

그리고 다음 장에는 엄마가 빚보증을 서서 남의 빚을 갚아야 하는 건식의 가족이 등장한다. 아버지는 술 마시고 술주정으로 화를 풀고 엄마는 가족들이 사용하는 방까지 잠실로 만들며 누에를 키워 빚을 갚으려 한다. 중학교에 다니는 건식뿐만 아니라 건식의 여동생 예식이, 남동생 하식이, 농사철이 되면서 성실한 농사꾼으로 돌아온 아버지 모두 누에 키우는 일에 동원된다. 하루하루 뽕잎을 따서 누에들에게 먹이고 잠실을 따뜻하게 덥히며 정성껏 돌본다.

 

어느 날 건식이 학교에서 돌아오니 집에는 아무도 없었다. 저녁설거지하고 가족을 기다리지만 밤이 깊어가도 소식이 없다. 등짝에 붙은 서늘함을 없애기 위해 따뜻하게 데운 잠실 안으로 들어가 눈을 감았는데 동생들의 목소리가 들려오고 엄마, 아버지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수많은 누에들 속에서 뽕잎을 갉아먹지 않고 고개를 들고 있는 네 마리의 누에. 엄마, 아버지, 여동생 예식이 남동생 하식이.

 

뽕잎 따러 산에 갔던 가족들은 왜, 어떻게 누에로 변해서 건식에게 말을 하고 있는 걸까. 이제 잠실 안의 수많은 누에를 돌보는 일은 오롯이 건식의 몫이 되었다. 누에가 된 엄마 아버지의 지도에 따라 산에 가서 뽕잎을 따고 그것을 누에들에게 먹이고, 찾아온 이웃 아줌마 아저씨도 상대해야 했다. 그러면서 생각한다. “나도...... 누에가 되고 싶다.

 

현재의 누에와 가족들 모습, 기억 속 누에와 가족들 모습이 교차되면서 이야기가 펼쳐지는데 기억 속 꿈, 꿈속의 기억, 현재의 꿈, 그리고 현실. 어떤 게 진짜 있었던 일이고 그렇지 않은지 모르게 연결되는 장면들을 통해 상처가 너무 커서 외면했던 가족들과 누에에 대한 기억들을 꺼내 올린다.

 

건식의 아내는 말한다. “누에와 얽힌 어떤 기억들을 잘 정리했으면 싶어.”

 

어린 시절 엄마는 뽕잎을 썰면서 세 남매에게 누에에 관한 옛이야기를 조근조근 들려줬다. 저녁에는 엄마가 차려준 냉이된장국 밥상에 온 가족이 둘러앉아 밥을 먹었다. 이제 성인이 된 건식은 누에가 고치 지을 잠박을 만들면서 아들에게 누에 이야기를 들려준다.

 

 

작가 김도연 소개


강원도 평창에서 태어나 강원대 불문과를 졸업했다. 1991년 강원일보, 1996년 경인일보 신춘문예에 소설이 당선되어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2000년 중앙신인문학상, 2008년 허균문학작가상, 2011년 무영문학상, 2013년 강원문화예술상을 수상했다.

소설집 0시의 부에노스아이레스』 『십오야월』 『이별전후사의 재인식, 장편소설 소와 함께 여행하는 법』 『삼십 년 뒤에 쓰는 반성문』 『아흔아홉』 『산토끼 사냥』 『마지막 정육점, 산문집 눈 이야기』 『이 있다.

 

 

<맑은 사회와 밝은 미래를 창조하는 시사타임즈>

<저작권자(c)시사타임즈.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시사타임즈 홈페이지 = www.timesisa.com>

 

 



박속심 기자 sisatim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