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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캠페인:책을 읽읍시다]

[책을 읽읍시다 (1436)] 언젠가, 아마도

[책을 읽읍시다 (1436)] 언젠가, 아마도

김연수 저 | 컬처그라퍼 | 264| 14,000원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소설가 김연수의 첫 번째 여행 산문집 언젠가, 아마도2013년부터 2017년까지, 4년이 넘는 기간 동안 론리플래닛 매거진 코리아에 연재한 글과 새롭게 발표하는 글 8편을 더하고 가다듬어 엮은 책이다. 단순히 여행의 기록을 담은 기행문도, 사적인 감상에만 치중한 에세이도 아니다. 이런 저런 이유로 방문한 타지에서 혹은 어딘가로 향하는 길 위에서, 그도 아니면 여정이 끝난 뒤에 마주하는 어떤 순간을, 저자는 허투루 지나치지 않고 가만히 품고 있다가 하나씩 길어 올려 글로 풀어냈다.

 

흔히 여행은 설레고 즐거운 것으로만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의 삶처럼, 여행 또한 막상 떠나보면 기대했던 것과 꼭 같지는 않다.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해 발을 동동 구르고, 아무도 없는 타지에서 전에는 몰랐던 지독한 고독을 맛보기도 하고, 전혀 다른 삶을 사는 타인의 존재에 당혹감을 느끼기도 한다. 게다가 여행이 끝난 뒤에도 변함없는 현실, 고민, 걱정거리를 확인하고 나면, 그 여행마저도 완벽한 도피나 해답은 될 수 없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실감하게 된다.

 

소설가 김연수에게도 마찬가지다. 여행은 설레고 즐겁고 짜릿하기보다, 외롭고 외로우며 또 외로운 시간의 터널처럼 보인다. 홀로 떠난 여행지에서 끼니를 해결하기란 생각보다 쉽지 않고(‘리스본의 밤에 듣는 파두의 매력’), 인파로 북적이는 관광지는 휴일의 놀이공원과 다를 바 없으며(‘유네스코 지정 외로운 세계 여행자’), 호텔 방은 이 세상에 오직 혼자라는 사실을 뼈저리게 재확인하는 장소다(‘체크인과 체크아웃 사이에 겨우 존재하는 것들’).

 

그는 늘 그 외로움을 통과하기위해 고군분투한다. 밤베르크에 석 달을 머무는 동안 저녁이면 리슬링 와인을 친구 삼았고(‘외로움도 너의 것이야’), 옌지에서는 호텔 커피숍에서 책을 읽으며 시간을 때웠다(‘.. 여행’). 마드리드에선 노트북 충전등에 숨은 의미를 발견하기도 했다(‘위로의 테크놀로지’).

 

물론 그의 여행이 늘 외롭기만 한 것은 아니다. 뜻밖의 못한 사건(‘처음이자 마지막일 낙타고기의 맛’)도 있고, 잊지 못할 만남(‘아름다운 모스크 아래의 소녀들’)도 있다. 때로는 호텔 비누의 행방을 궁금해하고(‘그 많은 비누는 모두 어디로 갔을까?), 장거리 비행 중 이코노미석에서 시간 보내는 노하우를 공유하기도 한다(‘이코노미석에 앉아 조종사의 눈으로’).

 

이처럼 여행이란 낯선 감정과 사람, 경험을 통해 일상 속에서 무심히 지나치던 것을 새롭게 바라보고, 깊숙이 묻어둔 기억을 되살리기도 하며, 뜻밖의 깨달음을 얻는 기회이기도 하다. 특히나 타인의 삶을 그려내는 소설가를 업으로 삼고 있는 저자에게 여행이란 어쩌면 자발적으로 선택한 낯설고 고독한 상황에서 외롭고 무력한 상태의 낯선나를 마주하는 것. 그리고 그 과정을 통해 타인을, 나아가 세상을 조금 더 이해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것이 저자가 또 다른 여행을 떠나는 이유이고, 스스로 낯선 사람이 되어 누군가를 만나기를 희망하는 이유이리라.

 

작가 김연수 소개

 

전통적 소설 문법의 자장 안에서 끊임없이 새로운 소설적 상상력을 실험하고 허구와 진실,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넘나드는 작가 김연수. 1970년 경북 김천에서 태어나 성균관대 영문학과를 졸업. 1993작가세계여름호에 시를 발표하고 이듬해 장편 가면을 가리키며 걷기로 제3회 작가세계 신인상을 수상하며 본격적인 작품 활동에 나섰다.

 

대표작에 장편소설 가면을 가리키며 걷기』 『7번 국도』 『꾿빠이, 이상』 『사랑이라니, 선영아』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밤은 노래한다소설집 스무 살』 『내가 아직 아이였을 때』 『나는 유령작가입니다, 세계의 끝 여자친구산문집 청춘의 문장들』 『여행할 권리,청춘의 문장들+등이 있다. 역서로는 대성당(레이먼드 카버), 기다림(하 진), 젠틀 매드니스(니콜라스 바스베인스), 달리기와 존재하기(조지 쉬언) 등이 있다.

 

2001꾿빠이, 이상으로 제14회 동서문학상을, 2003내가 아직 아이였을 때로 제34회 동인문학상을, 2005나는 유령작가입니다로 제13회 대산문학상을, 그리고 2007년에 단편 달로 간 코미디언으로 제7회 황순원문학상을, 2009산책하는 이들의 다섯 가지 즐거움으로 이상문학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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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속심 기자 sisatim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