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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캠페인:책을 읽읍시다]

[책을 읽읍시다 (1437)] 맥파이 살인 사건

[책을 읽읍시다 (1437)] 맥파이 살인 사건

앤터니 호로비츠 저 | 이은선 역 | 열린책들 | 624| 15,800원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맥파이 살인 사건은 고전 탐정 소설의 황금시대를 재현한 추리 소설이다. 고전 탐정 소설의 수법을 계승하면서도 전형을 탈피한 맥파이 살인 사건은 외화(外話)와 내화(內話)로 구성된 액자 소설이다.

 

20176월 게재된 뉴욕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앤서니 호로비츠는 추리 소설을 완성하는 데 있어 탐정 캐릭터를 창조하는 것 외에 다른 무언가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강하게 했다고 전했다. 집필에 들어가기 전, 5개월에 걸친 구상 작업이 있었다. 그 결과 이야기 속에 이야기가 삽입된 액자 소설 두 개의 이야기는 긴밀하게 연결된다 이 탄생했고 그 어느 추리 작가도 이전에 시도하지 못한 바를 자신이 성공적으로 이뤄 내 매우 기쁘게 여긴다고 소감을 밝혔다.

 

1950년대와 현대 영국을 배경으로 각각의 시공간은 멀찌감치 떨어져 있으나 인물들 사이의 역학 관계는 읽기도 이해하기도 쉽다. 서로 다른 이야기 속에서 개개의 인물들은 동일한 역할을 수행한다. 한마디로 요약해 등장인물들은 작품 내에서 두 개의 연결된 정체성을 갖는다.

 

별고 없는 조용한 마을 색스비온에이번에서 대저택 파이 홀의 가정부 메리 블래키스턴의 장례식이 치러진다. 추도식을 맡은 목사, 음흉한 앤티크 숍 주인, 고인과 갈등을 겪은 아들, 시신을 발견한 관리인 등 등장인물들의 미심쩍은 행동과 죽음을 둘러싼 소문들이 밀도 있게 다뤄진다. 이후 파이 홀의 주인인 매그너스 파이마저 기이한 죽음을 맞는다. 소식을 접한 탐정 아티쿠스 퓐트는 본격적으로 수사에 착수한다.

 

용의선상에 놓인 인물은 여럿이나 결정적인 대목에 이르러 소설은 중단되고 만다. 수전은 원고의 결말이 누락됐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출판사 대표인 찰스 클로버에게 곧장 연락을 취한다. 그러나 찰스와 연락이 닿지 않는 새, 앨런 콘웨이가 사망했다는 충격적인 뉴스를 전해 듣는다. 사라진 원고의 행방을 좇아 편집자에서 탐정으로 변신한 수전은 앨런 콘웨이의 죽음과 관련 있는 인물들을 직접 찾아 나선다. 그녀가 사건의 외부자에서 내부자로 깊숙이 진입하게 되는 과정이 흥미진진하게 전개된다.

 

현실을 매우 세밀하게 그린 디테일이 주는 재미 역시 상당하다. 현대 출판업계의 사정과 현대성 그 자체인 소품들 1950년대 영국의 어느 조용한 마을의 일상은 한데 섞일 법하지 않은 것이지만 앤서니 호로비츠는 탁월한 변주로서 시공간을 교차시키며 놀라운 조화를 끌어냈다. 현실 세계를 그대로 영사한 듯한 묘사는 분위기에 생동감을 더한다. 일상에서 흔히 보는 사물의 재발견, 인간 심리에 관한 날카로운 분석, 악의가 담긴 조작 없이 단순히 객관적으로 기술되고 노출되는 것만으로도 보기 좋게 격하하는 엄숙주의의 삶. 이 작품의 묘미는 그런 데에 있다.

 

앤서니 호로비츠는 작가의 이상(理想)과 현실 사이의 괴리는 작품이 작가로부터 분리되어 하나의 생명성을 획득하고 스스로 나아가는 데에서 기인한다는 점을 짚는다. 민감한 주제를 유머러스하게 풀어나가는 것이야말로 미덕으로 꼽을 만하다. 맥파이 살인 사건에는 글쓰기의 고충에 대한 작가의 고백이 스며 있으며, 일견 화려하고 완벽해 보이기만 하는 생의 이면을 슬그머니 내보인다.

 

맥파이 살인 사건은 추리 소설 장르의 팬들에게 익숙한 트릭을 차용해 안정감을 주는 동시에 독특한 구성을 통해 신선한 재미를 안긴다. 강력한 내러티브의 힘으로 시종일관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게 만들고 애너그램, 아크로스틱 등 게임을 통해 독자가 탐정으로 개입할 수 있는 자리를 충분히 마련해 놓는다. 한순간도 결말을 예측할 수 없다. 하지만 결정적 단서는 전 페이지에 걸쳐 노출되어 있다. 맥파이 살인 사건은 작가의 말마따나 그 자체로 작가와 독자 사이의 공정한 게임인 것이다.

 

맥파이 살인 사건은 작품 구성의 특성을 살려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내화 하단에 플립 북을 삽입하였다. 교차되는 페이지 번호 역시 원서에 따른 것으로 오류가 아님을 밝혀 둔다.

 

 

작가 앤터니 호로비츠 소개


전형을 탈피해 색다른 구성을 선보이는 베스트셀러 추리 작가이자 각본가. 앤서니 호로비츠는 1955년 영국 미들섹스주에서 태어났다. 부유한 유대인 집안에서 성장해 요크 대학교에서 영문학과 예술사를 전공했다. 극사실주의적인 디테일과 인간 심리에 대한 치밀한 묘사가 돋보이는 작품으로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2007년 영국 출판업계 시상식에서 올해의 작가로 선정됐으며 아서 코넌 도일 재단에서 처음 출간하는 공식 셜록 홈스의 작가로 지정됐다. 2014년 문학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대영 제국 4등 훈장을 수훈했다. 청소년 스파이의 활약을 그린 앨릭스 라이더 시리즈는 전 세계에서 19백만 부 이상 판매됐으며 그의 작품들은 30여 개 국어로 번역됐다.

 

미드소머 살인 사건」 「푸아로 시리즈10여 개 이상의 드라마 제작에 참여했으며 그중 포일의 전쟁]은 텔레비전 프로듀서인 아내 질 그린이 제작을 맡아 영국 아카데미상을 받은 바 있다. 스티븐 스필버그가 감독하고 피터 잭슨이 제작한 탱탱의 차기 시리즈 각본을 썼다. 그는 열여섯 살에 처음 아서 코넌 도일의 작품들을 접한 이후, 집필에 있어 셜록 홈스가 많은 영감을 주었다고 밝힌 바 있다.

 

영미권에서만 30만 부 이상 팔려 나가며 뜨거운 반응을 얻은 맥파이 살인 사건은 등장인물들이 외화와 내화에서 두 개의 정체성을 갖는 독특한 액자 소설이다. 1950년대와 현대 영국을 배경으로 각각의 시공간은 멀찌감치 떨어져 있으나 인물들 사이의 역학 관계는 읽기도, 이해하기도 쉽다. 한순간도 결말을 예측할 수 없다. 하지만 결정적 단서는 전 페이지에 걸쳐 노출되어 있다. 이 작품은 작가 자신의 말마따나 그 자체로 작가와 독자 사이의 공정한 게임인 것이다.

 

그 외 작품으로는 마인드게임』 『죽이는 농담』 『그 말은 살인』 「다이아몬드 브라더스」 「펜타그램」 「다섯의 힘」 「제임스 본드시리즈 등이 있다. 아내와 런던 중심부에서 살고 있으며 슬하에 두 아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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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속심 기자 sisatim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