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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읍시다 (1838)] 어떤 사랑의 확률

[책을 읽읍시다 (1838)] 어떤 사랑의 확률

이묵돌 저 | 피카(FIKA) | 224| 13,500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우리 시대의 이십 대는 십이 년 내내 공부만 하면서 살다가, 어느 날 덜컥 어른이 돼버린다. 미적분은 알아도 사랑은 모르는 똑똑한 오늘날의 청춘들은 막상 어른이 되었을 때 제대로 할 줄 아는 게 별로 없다. 물질 만능주의 사회에서 자라 배는 부르지만, 영혼은 그만큼 더 공허해졌다. 사람이 싫으면서도 영원한 사랑을 필요로 했던, 한때 스무 살이었던 우리는 어떤 사람과 사건들을 겪고, 어떤 생각을 하면서 진짜 어른이 돼가는 것일까? 

 

엄마는 학교에서 도보 10분 거리에 있는 원룸으로 민혁을 쫓아냈다. 그러나 민혁은 난생처음 생긴 자취방보다 가까운 학교 도서관에 더 오래 머물렀다. B대학 중앙도서관의 자유 열람실 66번 자리는 지정석 취급을 받았는데, 민혁이 평일 주말을 가리지 않고 거기서 숙식을 해결하기 때문이었다. B대학 학생들은 매일 같은 자리에서 곯아떨어진 민혁을 애처롭게 바라보며 쑥덕거렸다.

 

주인공 민혁에게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사랑. 자신도 모르게 덜컥 어른이 되어버렸듯, 사랑 또한 서투르기 그지없는 어색한 모습으로 맞이하고 만다. 민혁의 모습을 통해 첫사랑의 설렘부터 진정한 사랑의 의미까지, 복잡한 수학 문제처럼 알쏭달쏭하기만 했던 기억들이 내 삶에 어떤 의미가 되는지 깨닫게 될 것이다. 망설이느라 놓치거나 서툴렀던 사랑의 순간들. 어쩌면 그것은 예고 없이 찾아오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 사랑은 원인이 있고 결과가 있는 사건이나 알고리즘 같은 게 아니다. 그냥, 아주 가끔 외로운 우리에게 닥쳐오는, 그러면서 아주 소중하고 의미 있는, 말하자면 날씨 같은 것이다. 산책하기 좋은 것 같아서 신나게 밖에 나갔다가도 예고 없이 닥치는 소나기는 어쩔 수 없듯이, 비가 쏟아진다고 해서 우산을 안 가져온 걸 후회하지 않아도 된다. 알고 보면 그럴 필요가 하나도 없다.

 

입시, 낯선 세계, 새로운 만남, 사랑과 이별, 취업준비에서 도피유학까지. 나약하고 우울한 이 시대의 젊음을 담은 청춘 소설, 어떤 사랑의 확률은 대한민국에서 이십 대로 살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외롭고 혼란스러운 일인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면서, 동시에 따뜻한 위로와 희망으로 밀레니얼 세대특유의 섬세한 감수성을 어루만진다.

 

여러 매체에 칼럼과 수필을 연재하고 개인 SNS를 통해 독자들과 활발히 교류해 온 이묵돌 작가는 그동안 문단을 통하지 않고도 많은 독자와 글쓰기로 소통할 수 있다는 것을 직접 실천하고 보여주었다.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새로운 방식의 글쓰기를 시도하던 이묵돌 작가가 이번에는 첫 장편소설을 통해 독자들과 소통하려고 한다. 근본 오랑캐 같은 글을 쓴다고 자신을 표현하지만 등단 이전의 하루키가 20대에 글을 쓴다면 꼭 이런 느낌일 것 같다라는 실제 독자평처럼 그의 글에 열광하는 이십 대가 많다는 점은 이 시대 청춘들이 원하는 글쓰기가 과연 어떤 것인지를 다시 한번 돌아보게 한다.

 

 

작가 이묵돌 소개

 

1994년 경남 창원에서 외동아들로 태어났다. 다섯 살에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대구로 이사했다. 기초생활수급자 세대로서 성인이 될 때까지 정부보조금을 받았다. 홍익대학교 경영학과에 진학하며 상경했지만 생활고를 겪다 자퇴했다. 중학생 때부터 글을 썼다. 서울에서 여러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다가 취미삼아 인터넷에 쓰던 글이 관심을 끌었다. 팔로워를 수십만 명쯤 모았다. 페이스북에서는 김리뷰라는 필명으로 알려져 있다. 책 몇 권을 내고 강연을 몇십 번했다.

 

만 스무 살에 콘텐츠 기획자로 스카웃되면서 회사생활을 시작했다. 퇴사 이후에는 IT회사를 창업했다. 온라인 플랫폼을 기획하고 출시했지만 2년 뒤 경영난으로 폐쇄했다. 이후 여러 온라인 매체에 칼럼 및 수필을 기고하면서 프리랜서 작가 생활을 했다.

 

본관이 영천인 이씨는 어머니의 성이고, 묵돌은 오랑캐 족장의 이름을 따온 것이다. 실제로도 무근본 오랑캐 같은 글을 쓴다. 굳이 의미를 갖다 붙이자면 몽골말로 용기 있는 자정도가 된다. 2019년에 수필집 역마, 사랑하기 좋은 계절에, 2020년에 그러니까 우리, 갈라파고스 세대, 마카롱 사 먹는데 이유 같은 게 어딨어요, 단편 소설집 시간과 장의사를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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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속심 기자 sisatim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