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칼럼 ] 땅에 묻은 가축, 그 이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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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타임즈 칼럼 = 김동진 시사타임즈 호남본사 대표] 새해 들어서면서 좀 뜸해지긴 했지만 우리는 지난 해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가 창궐하여 닭과 오리 등 가금류 3300백만 마리를 살 처분이라는 이름으로 땅 속에 묻었다. 게다가 구제역까지 겹치면서 덩치가 훨씬 큰 소와 돼지도 함께 묻어야 했다.
지난 10년 동안의 통계를 살펴보니 구제역과 AI로 인한 가축 감염병으로 애꿎게 살 처분된 동물의 숫자가 무려 7200백만 마리가 넘는다. 그 중에서도 아직 완전히 사라지지 않고 간간히 병이 나타나고 있지만 작년 한 해에만 3300만 마리가 넘는 가축이 땅 속 깊숙이 묻혔다는 것은 너무나 놀랍다. 감염력이 너무 강하기 때문에 구제역이나 조류인플루엔자가 발견되기만 하면 인근 지역을 모두 출입통제하고 구덩이를 파 땅에 묻도록 법으로 규정하고 있어 당국에서는 이렇다 할 대책을 강구할 새도 없이 이 매뉴얼이 시키는 대로 묵묵히 따를 뿐이다. 이를 바라만 봐야 하는 국민의 가슴은 답답하기만 하다.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서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여 축사를 짓고 사료를 공급하며 소독과 청소를 게을리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쓰나미처럼 밀려오는 감염(感染)을 막을 수 있는 뚜렷한 방법이 없으니 이를 어쩌란 말인가. 땅을 치며 통곡해도 내가 낳은 자식인양 애지중지 키웠던 가축들이 죽어나가는 것을 막지 못한다.
구제역과 AI가 발생하면 매뉴얼에 의해서 살 처분으로 땅에 묻는 방법이 되풀이되고 있으며 이로 인한 엄청난 재산의 손실과 국가재정의 투입도 문제지만 정녕 예방이 불가능한 것일까 하는 의문을 떨치기 어렵다. 가축 감염병은 우리나라에서만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나라에서 똑같이 발생한다. 그러나 이웃 일본에서는 작년 한 해에 겨우 100만 마리 정도를 살 처분했을 뿐이다.
AI는 흔히 철새들이 날아오면서 병을 옮기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철새들은 수천km를 날아오기 때문에 세계 어느 곳이나 먹을 것이 있는 곳에 나앉는다. 일본이고 미국이고 중국이고 간에 가리지 않고 날아드는 철새들인데 이들 나라에서는 조류인플루엔자가 발생하더라도 우리나라처럼 엄청난 숫자의 닭과 오리가 살 처분되는 일은 없다. 왜 그럴까? 이번에 발생한 구제역으로 소와 돼지가 감염되었을 때 사전에 예방접종을 했는데도 어째서 병에 걸리느냐 하는 문제가 제기되었다. 더구나 백신을 맞은 소와 돼지들의 몸에 항체(抗體)가 생겼는데도 발병한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문제점이었다. 일반국민은 이에 대해서 대부분 문외한이다. 전문가라는 사람이 하는 말을 들으니 더 이해하기 힘들다. 항체가 생겨도 감염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예방백신은 필요 없는 것 아닌가. 조류 인플루엔자를 예방하기 위해서 철저하게 소독약을 살포했음에도 병이 발생하기도 한다. AI병균이 살포한 소독약을 뛰어 넘어 가축을 감염시킨 것이라면 소독약이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는 물소독약이었다는 뜻이 된다.
사람의 병이나 가축의 병이나 똑같은 약만 쓰게 되면 병균 자체가 면역성을 갖게 된다는 것은 상식이다. 예전에 효과가 좋았다고 하더라도 계속적인 관찰과 실험을 통하여 개선된 약을 투여해야 되는 게 아닐까. 미국이나 일본 등지에서는 병균의 진화에 맞춰 새로운 소독약을 개발했기 때문에 가축감염의 숫자가 현저히 차이가 나는 것으로 생각된다. 한국에서도 과연 그렇게 하고 있을까. 그런 의미에서 며칠 전 중앙일보에 대서특필된 와부읍 월문리에 있는 고센농장(대표 이경용)의 사례는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고센농장에서 사육하는 닭은 머릿수로 대강 2만 마리 정도라고 한다. 모두 토종닭들인데 축사에 가둬놓고 키우는 것이 아니라 방사(放飼)한다. 산으로 날아 올라간다. 온갖 벌레를 잡아먹으며 훌훌 날아다닌다. 물론 사료를 공급하지만 자연방사의 효과는 엄청나다. 경기도 일대의 감영소식에도 끄떡없다.
철저한 소독도 병행하여 아무런 문제없이 위기에 대처한다. 비록 개인이 운영하는 조그마한 농장 하나의 사례지만 전국의 모든 농장이 벤치마킹해야 하지 않을까. 고센농장은 친환경적이면서 자연과 하나 되는 사육방법을 통해서 창조적인 농장경영의 본보기라고 할 것이다. 이제 우리는 지난 10년 동안 하루 2만 마리씩 땅에 묻은 가축에 대한 그 후 문제를 생각할 때가 되었다. 소와 돼지가 350만 마리, 닭과 오리는 7,000만 마리 정도다. 남북한 인구를 합친 숫자와 비슷하다. 땅에 묻을 때 비닐을 깐다. 아무리 비닐을 두껍게 깔았어도 부패한 동물들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어떠할까. 엄청나게 많은 가축의 사체는 환경을 오염시키는 재앙이 될 수 있다. 전국적으로 5,000곳이 넘는 가축무덤에서 발생하는 침출수와 가스는 토양오염의 근원이다. 현행법으로는 3년에서 5년 동안만 기축매몰지의 발굴과 이용을 금지하고 있어 오래된 곳에서는 이미 논밭 경작을 시작한 곳도 있다. 여기에서 생산된 농산물은 유전자적으로 어떤 문제가 없을 것인지 예의 추적하여 행여 발생할지 모르는 미지의 문제점을 철저히 차단해야 한다.
병이 발생하면 무조건적으로 땅에 묻는 방식을 떠나 새로운 백신과 소독약을 개발하여 근본적 예방법을 찾아야 한다. 병든 가축을 멸균분해하거나 소각하는 문제도 검토할 수 있으나 새로운 비용을 발생시킬 것이며 공기오염의 주범으로 몰릴 가능성도 있다. 사전 예방에 총력을 기울인다면 방법은 나올 것이라고 생각된다. 관민이 함께 걱정해야 할 문제다.
글 : 김동진 시사타임즈 호남본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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