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형 한동대 교수, “문재인 정부의 담대한 대북 제안 필요”
[시사타임즈 = 탁경선 기자] (사)평화통일연대(이사장 박종화 목사)가 건강한 통일담론 확산을 위해 마련한 월례세미나 첫 번째 마당이 17일 오전 7시 연세대 루스채플 원일한홀 101호에서 4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10월 월례세미나 첫 번째 발표자는 국제관계 전문가인 김준형 한동대 교수(국제어문학부)였다. 김 교수는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 캠프에도 참여했고, 문재인 정부 초대 국정기획자문위원으로도 활약했다.
▲김준형 한동대 교수 (사진제공 = (사)평화통일연대) (c)시사타임즈 |
앞서 인사말에서 평화통일연대 이사장 박종화 목사는 “오랫동안 통일연구를 해왔지만 지금처럼 중요한 때는 없었다. 누가 무슨 말 한 게 중요한 게 아니라 모든 나라를 끌어안고 한반도 위기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며 “지금이야 말로 한반도 위기 해소를 위해 모든 옵션을 테이블에 올려놓고 논의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어 김 교수가 ‘한반도 평화협정과 북미수교, 북핵문제의 열쇠인가?’를 주제로 발표했다. 김 교수는 현 한반도의 심각한 위기상황의 원인을 진단하고 나름의 해법을 제시했다.
우선, ‘최대한의 압박’(maximum pressure)이라고 하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북 정책과 ‘핵보유’를 최우선정책으로 몰아가고 있는 북한 김정은 위원장의 정책이 장기적으로 갈 것이라고 진했다.
김 교수는 “트럼프는 북한 무시가 아닌 북한을 최우선에 놓고 20년이든 30년이든 얼마나 시간이 걸리든지 북한을 말려죽이겠다는 것”이라면서 “하지만 북한은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이러한 압박에도 굴하지 않고 버틸 것이고, 미국도 이걸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렇게 해서 한반도 위기가 장기화로 갈 수밖에 없을 것.
김 교수는 “앞으로 10년이든 20년이든 미국 군부는 북한을 고사시키려 할 것으로, 이렇게 되면 한반도 전쟁 가능성도 있지만 90% 가능성은 항구적인 위기의식 속에 살게 될 거라는 예상이다”며 미국의 북한 고사작전으로 결국 우리도 말라갈 것”이라고 우려했다.
아울러 한반도 위기의 해법으로는 미국과 중국이 북한 압박에 공조하고 미·중이 협력해 한국을 대북 대화의 파트너로 공히 인정하는 것을 제시했다. 대북 채찍(경제)을 가진 중국과 당근(평화협정·수교)을 가진 미국이 서로 협력하는 것, 그러기 위해서는 한국이 주도해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다고 했다. 이미 사드 배치로 미·중간 딜레마에 빠진 한국으로서 쓸 수 있는 카드가 없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을 대북 대결이 아닌 대북 투자로 방향을 틀 수 있도록 이끄는 방법도 한반도 위기 해법의 하나가 될 수 있다고 했다”면서 최근 미국을 다녀온 김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과 참모들의 심각한 균열 양상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알코올은 계속 증유하면 다 증발되어 독한 성분만 남는다. 트럼프 대통령도 ‘하드코어’ 지지자들만 데리고 4년을 갈 것 같다. 나는 이런 게 트럼프 몸에 뱄다고 생각한다. 트럼프는 싸움으로 시간을 보냈지만 전략은 없다고 생각한다. 미국 고위관료들을 만났더니 자기들은 소방수라고 한다. 트럼프는 얘기할 때 항상 가오(폼)를 잡는다고 한다. 자기가 얼마나 대단한 대통령인지 뽐낸다는 것이다. 김정은에 대한 막말도 그런 차원이란 것이다. 참모들은 대통령 앞에서는 그걸 열심히 듣는 척 하지만 듣고 나서는 다 잊어버린다고 한다. 팔로업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트럼프의 발언은 자기의 정치적 생존을 위한 일종의 푸닥거리인 셈이다.”
김 교수는 트럼프의 참모들 중 ‘반 중국’이 아닌 ‘친 중국’ 인사들을 한국이 잘 상대할 때 중국을 통해 북한을 설득하고 한반도 위기를 해소할 수 있다는 새로운 해법을 제시했다.
예를 들어 매티스 국방장관, 맥매스터 국가안보보좌관, 존 캘리 백악관 비서실장 등은 트럼프와 달리 북한에 대한 군사옵션이나 한반도 전쟁은 반대하지만 길게는 트럼프를 이용해 중국을 견제하려고 하기 때문에 지금 같은 한반도 위기는 계속될 수밖에 없다는 것.
최근 백악관을 떠난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 스티븐 밀러 백악관 수석정책고문 등 트럼프주의(trumpisim)를 만든 이들은 ‘반중친러’ 정책을 통해 IS(Islam States)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지만 대선 기간 러시아와의 내통사실이 드러나면서 물러난 상태다.
김 교수가 한반도 위기 해법의 키로 제시한 의외의 인물은 트럼프 대통령의 장녀인 이방카 트럼프와 사위 재러드 쿠슈너 부부다. 이들은 ‘친중반러’ 인물로 정치적 입장과 상관없이 북한을 투자처로 볼 수 있고, 이러한 관점이 트럼프의 대북관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김 교수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정책에 대해서도 더욱 획기적이고 담대한 제안이 나와야 한다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미 대북정책에 대한 강력한 공약 던졌고 그걸 추인받은 게 당선 아닌가. 그리고 지금 받고 있는 70-80%의 국정운영 지지는 두 번째 추인을 받은 것이다. 두 번의 추인으로 충분하다. 이미 충분히 대담한 제안을 북한에 할 수 있는 기반이 된 것이다. 그런데 왜 세 번이나 추인을 받으려 하나. 문재인 정부 입장에서 초창기에는 북한에 담대한 제안을 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상황을 잘 관리하다가 내년 지방선거에서 승리하면 그 추동력으로 잘 밀고나가겠다는 입장인 것 같다. 아쉽다. 문재인 대통령이 제안했던 포괄적이고 완전한 한반도 문제 해결이 왜 지금처럼 어그러졌을까. 미국 프레임에 말려들었고, 북한이 예상보다 더 도발적이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우리가 좀더 진심으로 북한을 대하면 북한이 대화로 나올 거라고 하는데 얼마나 순진하고 어리석은 생각인가. 북한이 이렇게(비타협적으로) 나올 걸 충분히 감안했어야 한다. 그러려면 북한이 원하는 걸 줬어야 한다. 북한이 원하는 건 대북적대시 정책 포기이고 생존이다. 이건 우리가 줄 수 없는 것이다. 미국이 줄 수 있는 것이다. 우리가 미국을 설득해서 이걸 가능하게 했어야 한다. 그런데 이 두 가지가 어그러진 것이다. 대통령이 화가 난 것 같다. 그런 면에서 대통령이 순진한 것이다. 지난달 미국 폭격기 편대가 북한 영공을 최근접해서 비행하고 북한이 그걸 선전포고라고 했을 때 이 상황을 이끌어서 대화로 가기 위한 의지나 전략은 미국도 우리도 없다. 그게 진짜 위기이고 문제라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진짜 담대한 대북 독트린이 나와야 할 때다.”
이와 함께 박종수 전 러시아 공사(GEPI 이사장)는 논찬에서 “1994년 1차 북핵위기 이후 기회는 얼마나 많았나. 다 놓쳤다. 어떤 면에서 오늘날 북한이 핵개발을 할 수 있도록 방조한 주범은 미국”이라고 지적했다.
참석자들의 질문과 답변이 이어졌다.
김 교수는 끝으로 “많은 사람들이 ‘지금 남북간에 진짜 핫라인이 없냐?’고 하는데 진짜 없다. 북한 정보를 북한 신문을 보고 알아야 하고, 휴전선에서 확성기로 서로 얘기해야 한다”며 “초기 대북 특사를 보냈어야 한다. 심지어 남북 학술대회 같은 데 정부 관계자가 따라가서 북한 당국자를 만날 수도 있는데 미국보다 앞서서 북한과 모종의 합의하는 걸 굉장히 부담스러워 하는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평화통일연대 윤은주 사무총장은 다음달 7일로 예정된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과 관련해 “한국교회는 1970년대부터 인권과 통일운동, 대북지원운동을 이끌어왔다”면서 “민주주의와 인권의 모범국인 미국이 북한을 증오하고 함부로 전쟁을 입에 올려서는 안된다고 한국의 진보-보수 교회의 일치된 목소리를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21일 열리는 11월 평화통일연대 월례회에서는 한완상 전 부총리가 발표자로 참석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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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경선 기자 sisatim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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