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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자's MOVIE story (6)] 화차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영화 ‘화차’는 1993년 일본에서 발표된 미야베 미유키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낮은 목소리’의 변영주 감독이 2012년 연출했다.

 

‘화차’는 인생을 송두리째 훔친 여자를 소재로 결혼을 앞두고 갑자기 사라진 약혼녀 선영(김민희)와 그를 찾아 헤메는 남자 문호(이선균), 그리고 문호의 사촌이자 전직형사 종근(조성하)가 벌이는 미스터리 수사극이다.



원작 소설은 신용불량이란 덫에 걸린 한 여자가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은 욕망으로 다른 여자를 죽이고 그녀의 삶으로 갈아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작가는 사회의 모순과 병폐를 작품에 잘 녹여내 상처받은 인간의 모습을 섬세하게 그려냈다. 날카로운 관찰력으로 리얼리티를 살린 소설은 발간 다음 해 제6회 야마모토슈고로상을 수상하며 작품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인정받았다.



영화 ‘화차’는 빚을 감당하지 못한 한 여성의 파괴된 삶을 통해 적나라하게 표현했다.

 

장문호(이선균)와 강선영(김민희)은 결혼 한 달을 앞두고 장문호 부모님 집에 인사차 내려간다. 잠시 커피를 마시기 위해 휴게소에 들린다. 원두커피를 사온 주인공 동물병원 원장 장문호(이선균)는 승용차를 함께 타고 온 애인 강선영(김민희)이 어디론가 사라진 것을 확인하면서 영화는 긴장감 있게 시작된다. 주인공 장문호(이선균)는 ‘왜 떠나야 했는지’를 알기위해 동분서주한다. 평소 알고 지낸 형을 찾아가 부탁을 한다. 비리로 형사를 그만 둔 김종식(조성하)은 미적거리지만 결국 도와주기로 마음먹고 강선영의 행적 파악에 동분서주한다.

 


영화속의 남자주인공 문호는 소설에는 등장하지 않는 새롭게 창조된 캐릭터로 문호를 중심인물로 내세운 이유를 변영주 감독은 이렇게 설명한다.


“원작의 주인공 혼마 형사와는 다르게 사건의 중심인물인 그녀를 사랑하며 그녀를 잘 알고 있다고 스스로 믿는 사람을 이야기의 축으로 놓게 된다면 해석의 영화가 아니라 체험의 영화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관객은 문호와 마찬가지로 처음에는 당혹스러운 감정에 휩싸였다가 점점 공포스러운 현실을 ‘체험’하게 된다. <화차>를 감싸고 있는 섬뜩한 공기는 동정할 수도, 그렇다고 사악한 괴물이라고 몰아붙일 수만도 없는 차경선이란 여자에게서 비롯된다. 신비로움을 간직한 배우 김민희의 연기는 그 경계에서 빛을 발한다. 극장문을 나서고도 그 섬뜩함은 오랫동안 들러붙어 있는데, 무서운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었다는 변영주 감독의 의도는 성공한 듯 보인다.

 


‘화차(火車)’는 일본 속담에 등장한 말인데 그 의미는 무시무시하다. ‘화차’는 악행을 저지른 망자를 태워 지옥을 향해 달리는 일본 전설 속의 불수레를 뜻한다. 한 번 수레에 올라탄 자는 두 번 다시 내릴 수 없다. 역설적으로 자본주의 체제에서 도저히 빚을 갚지 못해 인간이 파산해가는 의미를 담고 있는 것이다.

 

박속심 기자 (aptcf1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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