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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자's MOVIE story (9)] 신과 인간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신과 인간>은 이슬람이 지배하는 알제리 산골의 한 수도원을 배경으로 정치적 사건에 의해 생과 사의 갈림길에 직면한 일곱 프랑스 수도사들이 겪는 깊은 고뇌와 갈등을 드라마틱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조용하게 가슴을 파고드는 자비에 보브와 감독의 뛰어난 연출력과 마치 다큐를 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배우들의 실감나는 연기, 그리고 영화의 중요한 순간마다 울려 퍼지는 아름다운 그레고리안 성가는 영화가 끝난 후에도 관객들의 가슴 속에서 절대 잊혀지지 않을 깊은 감동과 여운을 남긴다.

 

<신과 인간>은 종교 영화가 아니다. 오히려 우리들 누구나가 갖게 되는 삶에 대한 질문 그리고 각각의 개인이 가지고 있는 신념과 이상이 현실과의 괴리감을 가질 때 그 것으로부터 오는 깊은 갈등과 고뇌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드라마다.

 

알제리 아틀라스 산골의 나지막한 언덕에 조화롭게 둥지를 든 7명의 프랑스인 수도사들. 그들은 트라피스트 수도회의 율법에 따라 죽을 때까지 한 곳에 정착해 기도와 독서 자급자족을 위한 노동을 실천하며 마을의 이슬람 형제들과 평화롭게 살아간다. 하지만 알제리 정부군과 이슬람근본주의자들 사이에서 일어난 정치적 소용돌이는 수도사들의 생명까지 위협한다. 지금까지 지켜왔던 수도사로서의 신념과 인간이기에 느끼게 되는 죽음에 대한 공포 그 사이에 생긴 깊은 갈등의 골 앞에서 그들은 동요한다.

 

여생이 길지 않은 80대 의사 뤽에게 있어 수도원에 남는다는 결정은 그리 어렵지 않다. 하지만 아직 젊은 수도사 크리스토프에게는 자신의 희생이 진정 값지고 의미 있는 일인지 의심스럽다. 그는 마치 게세마니의 예수처럼 아무리 기도해도 답이 없는 신을 향해 소리치며 고통스러운 내면의 갈등을 토로한다.

 

이처럼 <신과 인간> 속 수도사들은 종교인으로서 추구되는 절대적인 이상을 대변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들도 인간이기에 나약하며 그렇기에 극복하고자 애쓰는 우리 자신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때문에 군인들의 헬기 소리가 두려워서 더 크게 성가를 부르고 기도문을 버팀목 삼아 두려움을 극복하려는 그들의 노력은 더욱 눈물겹게 다가온다.

 

검소하고도 적막하게 살던 그들이 중대한 선택을 한 후 죽음을 예감한 듯 마지막 만찬의 시간에 말 없이 눈물을 흘릴 때 우리는 숭고함마저 느끼게 된다. 이 때 울려 퍼지는 차이코프스키의 ‘백조의 호수’는 다른 어떤 영화의 장면에서 흐르는 것보다도 감동적으로 우리들의 가슴속에 조용히 파고든다.

 

영화 <신과 인간>은 1996년 실제 있었던 알제리의 ‘프랑스인 수도사 살해사건’을 바탕에 둔 작품이다. 당시 알제리 정부군과 무장이슬람단체(GIA)와의 내전은 최정점에 치닫고 있었다. 무장이슬람단체(GIA)가 자국 내의 모든 외국인들에게 떠날 것을 최후 통첩하자 알제리 정부는 이슬람교 지역의 티브히린에서 수도원생활을 보내고 있던 7명의 프랑스인 수도사들에게 당장 떠날 것을 통보하지만 수도사들은 이를 거부한다. 죽음이 예견되는 극한의 위기 속에서 일곱 명의 수도사들이 왜 떠나지 않고 남아 있었는지 영화는 사건의 이면에 숨겨진 인물들의 내면에 주목한다. 그리고 신의 종으로 살아온 이들이 죽음 앞에 섰을 때 종교인이자 인간으로서의 갈림길에서 겪게 되는 갈등과 고뇌를 드라마틱하고 깊이 있게 담고 있다.

 


영화 <신과 인간>은 수도사들의 삶을 조망하는 빼어난 영상은 물론 스토리와 절묘하게 맞물려 영화 전반을 흐르는 아름다운 성가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시토 트라피스트 수도사들은 침묵을 추구하고 자연의 한복판에서 느린 호흡으로 조망하는 삶을 살아간다. 예배당에서 하루 일곱 번의 기도를 하고 성찬에 들어가기 전 한 목소리로 “생명의 기운”을 노래한다. 특히 성가는 수도사들이 신 앞에 하나가 되어 함께 어우러지게 함은 물론 삶의 리듬과 기도 생활을 구성하는 필수적인 역할을 한다.


 

그들이 엄격히 따르는 베네딕토 규율은 고통 받는 자, 가난한 자와 무엇이든 함께 나눌 것을 정하고 있다. 특히 전쟁이나 천재(天災) 등의 불안정하고 제한적인 상황에서는 더욱 필수적으로 의료 지원과 경작 활동을 통해 얻은 수확물들을 이웃들과 나누며 조화로운 관계를 맺을 것을 정하고 있다.

 

영화는 이처럼 이른 새벽 예배당으로 향하는 수도사들의 모습에서부터 묵상과 독서, 경작과 봉사를 실천하는 그들의 하루를 묵묵히 따라가는 다큐적 연출을 통해 치밀하고 사실적으로 수도사들의 일상을 그려낸다. 배우들의 탄탄한 연기는 몰입도를 높여주고 그레고리안 성가의 목소리는 장엄하며 절대 서두름 없이 조망하는 카메라는 관객들에게 긴 공백의 미로부터 얻어지는 깊은 사색의 시간을 제공한다.

 

느린 듯 하지만 전혀 답답하지 않고 오히려 성스러워 보이기까지 하는 영상은 영화의 클라이막스인 최후의 만찬에서 정점을 찍는다. 잔잔하게 그리고 점차 장엄하게 흐르는 차이코프스키의 백조의 호수 선율 속에서 카메라는 롱테이크로 수도사 한 명 한 명을 클로즈업 하며 결연한 얼굴을, 흔들림 없는 눈 빛을, 그리고 마침내 그들 내면의 깊은 심연을 들여다본다.

 

박속심 기자(sisatim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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