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민 장관 탄핵 기각…與 “당연한 결정” vs 野 “책임져야 할 사람 사라져”
|헌법재판소 “규범적 측면에서 그 책임 이상민 장관에게 돌리기는 어렵다”
[시사타임즈 = 탁경선 기자] 헌법재판소는 25일 10·29 이태원 참사 부실 대응 논란으로 탄핵심판을 받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국회의 탄핵심판 청구를 기각했다. 이에 따라 이상민 장관은 2월8일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가결돼 직무가 정지된지 167일 만에 복귀하게 됐다.
국회는 △재난예방조치 의무 위반 △사후 재난대응조치 의무 위반 △참사 발생 이후 부적절한 언행 등을 이 장관의 탄핵사유로 의결했다.
이에 헌재는 탄핵 심판 선고에서 “이 사건 참사는 어느 하나의 원인이나 특정인에 의해 발생하고 확대된 것이 아니라, 종래 재난안전법령상 주최자 없는 축제의 안전관리 및 매뉴얼의 명확한 근거규정이 마련되지 않았고, 각 정부기관이 대규모 재난에 대한 통합 대응역량을 기르지 못했으며, 재난상황에서의 행동요령 등에 관한 충분한 홍보나 교육, 안내가 부족하였던 점이 총체적으로 작용한 결과이므로, 규범적 측면에서 그 책임을 피청구인(이상민 장관)에게 돌리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또 “탄핵심판절차는 공직자의 직무수행에 대한 법적 책임을 추궁함으로써 헌법의 규범력을 확보하는 데 본래의 목적과 기능이 있으므로, 피청구인이 재난관리 주무부처의 장인 행정안전부장관으로서 재난대응 과정에서 최적의 판단과 대응을 하지 못하였다 하더라도, 재난대응의 미흡함을 이유로 그 책임을 묻는 것은 규범적 심판절차인 탄핵심판절차의 본질에 부합한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헌법과 법률의 관점에서 피청구인(이상민 장관)이 재난대응기구의 설치·운영 및 재난관리 총괄·조정 등에 관한 재난안전법과 공무원의 성실의무 등을 규정한 국가공무원법을 위반하였다거나,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해야 할 헌법상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번 헌재 결정과 관련해 여야의 반응은 명확하게 갈렸다.
국민의힘 장동혁 원내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애초부터 무리하게 진행된 탄핵소추에 대한 당연한 결정이며 더불어민주당이 밀어붙인 ‘정략적 탄핵’에 대해 엄중한 경고이다”며 “현직 국무위원에 대한 탄핵을 밀어붙인 더불어민주당조차 기각을 예견해 왔다. 사실상 더불어민주당 스스로가 억지 탄핵을 자백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이제 국민들은 더불어민주당의 정략적 탄핵에 대해 엄중하게 꾸짖고 있다”면서 “이재명 대표와 더불어민주당은 즉각 국민 앞에 사과하고 책임 있는 답변을 내놓아야 할 것”고 밝혔다.
국민의힘 유상범 수석대변인도 논평에서 “헌법재판관 9명 전원이 ‘기각’결정을 내렸으니, 얼마나 허무맹랑한 탄핵소추였는지도 여실히 드러났다”며 “재난안전 주무부처인 행안부의 손발을 묶어, 정작 재난 상황에서 책임을 다하지 못하게 만든 것은 바로 민주당이다. 이제 민주당이 책임져야 할 시간이다. 국민 피해를 가중시키는 민주당의 ‘습관적 탄핵병’, 반드시 죗값을 치러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 강선우 대변인은 서면브리핑을 통해 “헌법재판소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탄핵소추안에 기각 결정을 내린 것은 안타깝다”면서 “헌재는, 이상민 장관이 행정안전부의 장으로서 국민이 안전을 보장받아야 공간에서 발생한 사회재난과 그에 따른 인명 피해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 장관이 이태원 참사의 예방 및 대비 사후 대응 과정에서의 미흡함도 인정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재난 안전 관리 총괄책임자의 대비 부족과 대응의 미흡함으로 무려 159명이 목숨을 잃었다. 헌재는 이 같은 참사에 대한 총괄책임자에게 헌법 정신에 입각하여 엄정한 책임을 물어야 마땅했다”며 “오늘 헌재의 기각 결정으로 책임져야 할 사람은 사라졌다. 이제 정부의 재난 대응 실패에 책임을 물을 수도 없게 됐다. 참담한 심정이다”고 토로했다.
아울러 “윤석열 정부는 여전히 이태원 참사에 대한 책임은 나 몰라라 하며 야당 탓으로 일관하고 있다”면서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어야 집권세력의 뻔뻔함과 후안무치한 행태는 역사가 심판할 것”고 강조했다.
정의당 강은미 원내대변인도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에서 진행한 브리핑에서 “이상민 장관에 대한 국회의 탄핵소추는 비단 법률적 책임에 한정된 게 아니었다. 참사의 책임에 더해 오늘날까지도 사과 한마디 하지 않는 무도한 윤석열 정부에 보내는 국민적 경고였다”며 “그럼에도 헌재는 생명권 보호라는 헌법적 의무와 재난안전법상 책임을 매우 기계적으로 해석해 이상민 장관을 면죄했다. 국민안전은 내팽개치고 정권 안전을 도모한 윤석열 정부를 향한 국민적 분노를 헌재가 가로막은 꼴이다”고 지적했다.
강 대변인은 또 “159명의 무고한 죽음에 대한 윤석열 정부의 책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신속처리안건 지정 이후에도 여전히 계류돼있는 이태원참사특별법 심사를 서둘러 참사 1주기 전에는 반드시 특별법을 발동해야 한다”면서 “정의당은 특별법을 통해 현장 일선에서 꼬리 잘린 정부의 책임을 철저하게 규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녹색당은 브리핑에서 “장관이 맡은 바 직무를 수행하지 않고도 책임을 지지 않는 정부 기구는 존재할 이유가 없다”며 “탄핵받아 마땅할 행정안전부 장관의 이러한 대응에 대해 「재난 대응을 불성실하게 수행했거나 유기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기각을 결정한 헌법재판소도 존재할 이유가 없다. 시민의 안전 책임지지 못하는 헌법재판소는, 행정안전부와 함께 사라져라”고 비판했다.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은 “헌법재판소는 이번 탄핵재판에 있어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라는 헌법상의 중대한 법익과 헌법 수호의 이익을 어느 때보다 무겁게 따졌어야 한다”면서 “그럼에도 국민 안전과 생명에 관한 정부의 책무에 대해 매우 소극적으로 해석함으로써, 국민이 요구하고 국회가 결단한 이태원 참사의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이라는 너무나도 소박한 또 정당한 요구를 사법부는 외면했다”며 사법부의 판단에 깊은 유감을 표했다.
용 의원은 또한 “사법부는 이번 결정으로 우리 국민은 앞으로 사회적 참사로 인해 국민이 얼마나 죽고 다쳐도, 정부가 재난 예방과 대응 책임을 방기하고 어떠한 법적·정치적 책임조차 지지 않을 수 있다는 선례를 남겼다”며 “주무부처 장관에게조차 그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선언이나 다름 없는 결정이다. 대한민국 헌법 가치를 수호하는 최후의 보루인 헌법재판소의 이번 결정에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절망을 느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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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경선 기자 sisatim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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