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니 블랙허스트 저 |박지선 역 | 나무의철학 | 440쪽 | 14,800원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영국을 비롯한 유럽과 미국에서 스릴러 신예이자 베스트셀러 작가로 자리를 굳히고 있는 제니 블랙허스트의 첫 번째 소설이다. 400쪽이 넘는 분량이나 이야기의 치밀함과 속도감, 흡인력 등 이 작품이 지닌 특징들은 신인 작가의 데뷔작이라기에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탁월하다. 작가는 어릴 때부터 꾸준히 지속해온 독서와 인간에 대한 폭넓은 이해, 여러 단서들을 짜 맞춰 하나의 그림으로 만드는 습관을 바탕으로 누구의 삶에나 존재하는 커다란 구멍에 빠진 한 여성의 이야기를 어떤 소설보다 촘촘하고 현실적으로 그려냈다.
소설은 수전 웹스터라는 여성의 서술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부모님의 사랑을 받으며 별다르지 않게 자랐고, 유능하고 다정한 남편 마크를 만나 행복을 키워가던 수전은 어느 날 충격적인 사건의 주체가 된다. 태어난 지 12주 된 아들 딜런을 살해한 것이다. 검안의는 딜런의 사인으로 SIDS(영아급사증후군)를 의심했으나 정확한 원인은 폐 공기증과 폐부종, 비구부폐쇄였으며 수전의 집 소파에 있던 쿠션 실이 아기 입에서 발견되었다. 이는 곧 쿠션에 질식해 사망했다는 진단이다.
사건 이전에는 가벼운 산후 우울증을 진단받았으나 아기를 죽이고도 진술을 번복하며 혼란스러운 모습을 보인 수전은 재판 결과 3년 동안 치료 감호소에서 복역하게 된다. 자기 손으로 아들을 질식시키고 그 일을 정확히 기억하지 못하는 그녀는 살면서 가장 깊고 커다란 구덩이에 빠진다. 그녀는 감호소 밖은 물론 감호소 안의 사람들에게도 마음을 열지 않고 우연한 기회에 자기만의 지난한 추적을 시작한다. 그사이 3년이라는 시간이 지나 수전은 새로운 삶을 꾸릴 기회를 얻는다. 그녀는 이름을 엠마 카트라이트로 바꾸고 작은 동네로 이사해 과거를 지우려고 하지만 어느 날 현관 매트 아래 놓인 봉투 하나로 노력은 원점으로 돌아간다. 그 안에는 남자아이 사진이 들어 있고 뒷면에는 ‘딜런’이라고 쓰여 있다.
그동안 많은 스릴러물이 경찰 수사가 주축이 되어 이야기가 진행되었다면 이 소설은 사건의 주체인 주인공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소설은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고통스러운데도 삶에 뚫린 구멍에서 자라난 불행의 줄기를 뿌리 뽑으려는 의지를 단단하게 다지는 인간상을 가감 없이 보여주며 독자의 감정을 이리저리 끌고 다닌다. 주인공 수전 웹스터의 시선으로 서술되며 나아가는 현재 사건과 시간을 거슬러 올라오며 그 사이사이를 끼어드는 또 하나의 이야기가 만날 때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소름이 끼칠 것이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줄곧 안정적인 문체로 독자를 몰입시키며 마지막 순간에는 주인공과 심리가 동화될 정도의 놀라운 흡인력을 보여준다. 삶에 뚫린 거대한 구멍에서 빠져나오려는 인물을 내세워 삶의 혹독함과 아름다움, 인간의 잔혹함과 굴하지 않는 의지를 보여주는, 문학성과 대중적 재미를 겸비한 보기 드문 페이지 터너 스릴러다.
작가 제니 블랙허스트 소개
어린 시절부터 책을 좋아해 범죄 소설을 잃고 이야기 나누기를 즐겼다. 아끼는 소설로 가득했던 책장이 아이가 생기고부터는 곰 인형과 아기 용품이 담긴 바구니로 채워지고 하루 대부분을 아이를 먹이고 재우는 데 쓰는 등 생활이 변하기 시작하면서 어릴 때 좋아했던 글쓰기에 관한 기억이 되살아났고 출산과 육아 경험에 영감을 받아 이 작품을 집필했다.
평소 문학 작품은 물론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볼 때에도 주어진 실마리들을 하나의 그림으로 습관처럼 짜 맞추는 작가는 다양한 문화적 경험을 토대로 자신의 소설에도 여러 단서를 곳곳에 던져놓아 읽는 이가 고민하고 추적하면서 읽기를 바라며 글을 쓴다. 심리학 석사학위를 취득했을 만큼 인간 심리에 관심이 많아 개개인이 어떤 사건에 얽혀 소중하게 지켜왔던 평범한 것이 모두 산산조각 날 때 인물의 감정이 어떻게 변모하는지 누구보다 예민하게 포착하고 사실에 가깝게 그려내 데뷔작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만큼 정교하고 탄탄한 작가 세계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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