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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캠페인:책을 읽읍시다]

[책을 읽읍시다 (1232)] 괴담: 서늘한 기척

[책을 읽읍시다 (1232)] 괴담: 서늘한 기척
 
고이케 마리코 저  | 오근영 역  | 알에이치코리아(RHK) | 308쪽 | 13,000원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괴담: 서늘한 기척』에 담긴 일곱 개의 단편들은 일상의 공간에서 마주친 괴이한 존재가 주는 공포를 생생하게 그린다. 나이 든 화가가 홀로 살고 있는 숲속 외딴집에서 남자아이의 천진한 웃음소리가 들려온다. 그러나 그곳에 사는 이라고는 화가와 고양이뿐이다. 한편 지방의 대지주와 결혼한 친구를 만나기 위해 방문한 저택에는 심상치 않은 분위기가 흐른다. 비쩍 마른 친구는 겁에 질려 있고 여자가 묵게 된 손님방에서 등골을 서늘하게 하는 기척이 느껴진다. 단편 「동거인」과 「손님방」에서는 집과 방이라는 지극히 개인적이고도 편안한 공간을 배경으로 알 수 없는 존재와 마주치는 공포스러운 순간을 그렸다.

 

우연히 손에 넣은 카디건에 매료되어 가는 여자의 모습을 다룬 「카디건」은 모임이 끝나고 바에 남겨진 수수께끼의 검은 카디건에서부터 시작된다. 모임에 참가한 이들 중 카디건의 주인은 없고 바의 주인만이 아무도 본 적 없는 긴 머리의 여성을 목격했음을 알게 된다. 또 다른 단편 「곶으로」는 낭떠러지에서 몸을 던져 자살한 남자의 흔적을 따라온 여자가 그가 마지막으로 묵은 펜션에서 기묘한 밤을 보내게 되는 이야기다. 애완동물과 함께 숙박할 수 있는 숙소로 인기가 있었던 곳이지만 지금은 짐승 냄새가 감도는 을씨년스러운 풍경에 주인 부부도 이상한 분위기를 풍긴다. 이 두 이야기에서 인물들은 바와 펜션이라는 밝고 떠들썩할 것만 같은 공간에서 정반대의 어두운 존재와 조우한다. 현실인지 환상인지 구분할 수 없는 상황이 기괴한 분위기로 그려지고 마지막에는 간담을 서늘하게 하는 공포가 오감을 장악한다.

 

아들의 결혼식에서 처음 얼굴을 본 수수께끼의 남자와 계속해서 우연히 마주치게 되는 이야기를 다룬 「돌아오다」와 공원에서 만난 고독한 노인에게 자신의 행복한 가족 이야기를 들려주는 여자의 이야기 「행복의 집」, 그리고 죽은 아내와 재회하는 남편의 나날을 그린 「칠흑의 밤」에서는 떠나간 존재에 대한 그리움과 지독한 공포가 공존한다. 이미 저세상으로 떠난 누군가를 다시 만났을 때 인간은 기뻐할까 아니면 두려움에 떨까. 이 모순된 두 가지 감정이 손에 잡힐 듯 그려지고 마지막의 충격적인 반전이 가슴을 움켜쥐게 한다.

 

아무도 없는 곳에서 느껴지는 누군가의 시선, 존재할 리 없는 이와의 조우, 온몸에 소름이 돋는 무언가의 서늘한 기척. 살다 보면 때론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일들이 일어나고, 인간은 이러한 정체 불명의 무언가에 대한 이야기에 강렬한 호기심과 흥미를 느낀다. 그러나 이와 같은 일이 자신에게도 일어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 그 서늘하고도 오싹한 이야기들은 갑자기 묵직한 무게를 가지고 현실로 다가온다. 그 이야기들 틈새에 실제로 살아 숨쉬는 존재가 숨어 있기 때문이다.

 

고이케 마리코는 미스터리, 서스펜스, 연애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꾸준히 사랑받아 온 소설가이다. 일본추리작가협회상, 나오키상, 시바타 렌자부로상, 요시카와 에이지 문학상 등 다수의 문학상을 평정한 탄탄한 작품성과, 독자를 몰입시키는 섬세한 심리 묘사가 돋보인다. 괴담은 이러한 요소들을 한껏 발휘할 수 있는 작가의 또 다른 특기 중 하나이다. 이 책에서 작가는 실제로 경험했던 에피소드와 허구를 선명한 문체로 버무려내 완성도 높은 공포소설로 재탄생시켰다.

 

 

작가 고이케 마리코 소개


 나오키상, 시마세 연애문학상을 수상한 일본을 대표하는 연애소설 작가. 정열과 낭만이 담긴 어른들의 사랑을 현실에 가깝게 그려내고 있다. 1952년 도쿄에서 태어난 그녀는 세이케이(成蹊) 대학 문학부를 졸업하고 출판사와 잡지사에서 일하다가 1985년 『당신에게서 도망칠 수 없어』를 내놓으며 소설가로 데뷔하였다. 1989년 『아내의 여자친구』로 제42회 일본 추리작가 협회상, 1996년 『사랑』으로 제114회 나오키 상, 1998년 『욕망』으로 제5회 시마세 연애문학상, 2006년 『무지개 저편』으로 제19회 시바타 렌자부로상을 수상하였다.


그 외 저서로는 『아오야마 창관』 『유리 정원』 『무반주』 『물의 날개』 『겨울 호수』 『에리카』 『여름의 숨결』 『소문』 『밀월』 『쁘아종 향기가 나는 여자』 『사랑하는 남자들』 『노스탤지어』 『일각수』 『낭만적 연애』 『밤마다 어둠 속에서』 『밤은 가득하다』등이 있다. 또한 2001년 남편인 후지타 요시나가가 『사랑의 영토』로 나오키상을 수상하면서 ‘일본 최초의 나오키상 수상 부부’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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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속심 기자 sisatim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