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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캠페인:책을 읽읍시다]

[책을 읽읍시다 (1268)] 나는 강아지로소이다

[책을 읽읍시다 (1268)] 나는 강아지로소이다
 
이노우에 히사시 저 | 송태욱 역 | 현암사 | 642쪽 | 18,500원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나오키상을 수상한 일본의 국민 작가 이노우에 히사시의 소설 『나는 강아지로소이다』. 이 작품은 일본의 셰익스피어로 불리는 이노우에 히사시가 나쓰메 소세키의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이후 수십 년 만에 소세키를 기리며 강아지를 소재로 발표한 작품이다.


『나는 강아지로소이다』는 이류 소설가의 집에서 살게 된 강아지 돈 마쓰고로가 자신의 일상을 이야기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인간의 말을 알아듣는 마쓰고로는 고교 과정도 3주 만에 끝내고 대학에서 강의를 듣는 영특한 강아지다. 이 소설은 강아지 돈 마쓰고로의 시선으로 인간과 세상사를 유쾌하게 풍자하면서, 사라진 동료 강아지를 찾기 위한 마쓰고로와 친구들의 모험을 흥미롭게 그리고 있다.


잡종견 돈 마쓰고로는 버려진 신세다. 어머니와 생이별하고 강에 떠내려가는 중 가까스로 목숨을 구하고, 소설가 마쓰자와 선생 부부와 두 딸 가즈코와 아키코가 살고 있는 집에 기식하게 된다. 동네 개들의 우두머리 셰퍼드견 킹과 시바견 시바 헤이키치 등을 사귄다. 마쓰자와 선생을 따라서 누드 극장에 간 마쓰고로는 주인인 무희를 잃어버려 곤경에 처한 푸들 오긴을 도와준다. 어느 날 귀와 꼬리를 잘릴 처지에 놓인 불테리어 조타로와 그를 위로하던 오긴이 사라지고 만다. 이들을 찾기 위해서 마쓰고로와 친구들은 대담한 계획을 세운다.


이노우에 히사시는 강아지의 입으로 『나는 고양이로소이다』와 나쓰메 소세키를 언급하며 존경심을 밝히고 있다. 이 작품은 이렇게 시작한다. “듣자하니 인간 족속의 세계에는 나쓰메 소세키라는 대문호가 있는데 그에게는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라는 제목의 장난삼아 쓴 소설이 있다고 한다. 해학적인 소설이나 범상치 않은 걸작인 모양이다.”


강아지 돈 마쓰고로는 자기들이 인간에게 길러지는 척하지만 사실은 인간을 기르고 있다고 말한다. “우리처럼 집에서 기르는 개는 옛날이나 지금이나 인간에게 서비스를 시킨다. 인간 주인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람이 부나, 그리고 준법 투쟁하는 날도 묵묵히 일하러 간다. 우리는 그사이 개집에 엎드려 편안히 지낸다. 주인은 처자식을 먹여 살리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우리도 아주 빈틈없이 배당을 받고 있는 것이다.”

강아지의 눈으로 본 인간 세상은 어떨까? 앞뒤가 맞지 않거나 이해할 수 없는 인간의 행동에 대해 마쓰고로가 하는 말에 뜨끔뜨끔해진다. 이 작품 출간 이후 수십 년이 지나도 인간의 본성과 행동은 크게 변하지 않았는지, 지금 우리의 이야기처럼 보인다.

돈 마쓰고로는 돈을 버는 건 인간 본인이 아니라 회사이며 아무리 출세해봤자 기껏해야 중역이 될까 말까 한데 출세에 한없이 약한 인간의 행태를 꼬집으며 인간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한다. 또한 경쟁심 없이는 살아갈 수 없는 인간(특히 일본인)의 본성을 가리키며, 타인과의 경쟁, 그게 인간의 거대한 에너지원이라고 풀어놓기도 한다.

과학 발전과 산업 혁명의 흐름에 뒤처지면 큰일 날 것 같이 소란을 피우는 인간 세상을 보고는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인간은 뛰어난 동물이다. 하지만 인간은 이제 스스로 추진한 자연과학의 발달을 자신이 따라갈 수 없는 희비극을 연출하고 있다. 즉, 인간은 발달한 자연과학을 제어할 만한 철학을 갖고 있지 않은 것이다. 그러므로 인간은 발달한 자연과학에 이리저리 끌려 다니고 있다. 인간보다 열등한 동물인 개는 이 점을 깊이 생각해봐야 한다.”

돈 마쓰고로는 인간의 결혼과 이혼 행태에 대해서도 비판을 서슴지 않는다. “성격이 맞지 않는 것은 결혼의 이유가 아닌가. 그것을 그대로 이혼의 이유로 삼는 것은 전혀 이치에 맞지 않는다. 남편과 아내의 성격이 맞지 않다니, 참 말도 잘한다. 원인을 밝히자면 남편과 아내는 생판 남이니 성격이 맞지 않는 것은 처음부터 분명한 일이 아닌가. 맞지 않으니까 서로 자신에게 없는 것이 상대에게 있는 것에 끌려 결혼해서 함께 살 생각을 하게 되었을 것이다.”

애완동물을 좋아하는 일부 사람들의 행태에 대해서도 나름의 견해를 밝힌다. 인간 전체가 행복해지기 전에는 개의 행복도 있을 수 없다고 역설한다. “개나 고양이, 그 밖의 동물에게 ‘자유로운 운동을 할 수 있는 넓은 공간을 주’는 것은 아주 좋은 일이지만, 그 전에 인간 아이들에게 ‘자유로운 운동을 할 수 있는 넓은 공간’을 주어야 할 것이다. 자기 아이들에게 충분한 놀이터도 주지 못하는 주제에 어떻게 인간 이외의 동물에게 놀이터를 줄 수 있겠는가. 예쁜 아이들을 차치하고 개와 고양이에게 놀이터를 주겠다는 것은 결국 일시적인 위안이나 그림의 떡에 지나지 않는다.”

 

 

작가 이노우에 히사시 소개

1934년 야마가타 현에서 태어나 조치대학 외국어학부를 졸업했다. 대학 재학 중에 무대 대본을 쓰기 시작했으며 졸업 후에는 방송작가로 활동했다. 1964년부터 NHK에서 방송된 어린이용 인형극 「횻코리 효탄 섬」에서 날카로운 웃음과 풍자를 선보였다.

 

1969년 「일본인의 배꼽」으로 극작가로 데뷔했고, 1972년에는 에도 시대 통속소설 작가들을 경묘한 필치로 그린 소설 『수갑 동반자살』로 나오키상을 수상했다. 그해 「도겐의 모험」으로 기시다 희곡상, 예술선장 신인상을 수상했다.


소설로는 『기리키리진』, 『후추신구라』, 『사천만 보(步) 남자』, 『도쿄 세븐로즈』, 『배 북치기』, 『백년전쟁』, 『이솝주식회사』 등이 있다. 희곡으로는 「두통 견통 히구치 이치요」, 「반짝이는 성좌」, 「어둠에 피는 꽃」, 「눈아 내려라」, 「아버지와 산다면」, 「큰북 두드리고 피리 불고」 등이 있다.


요리우리문학상, 일본 SF대상, 요시카와 에이지 문학상, 테아톨 연극상, 아사히상, 마이니치 예술상 등 다수의 상을 받았다. 일본 문예가협회 이사, 일본 펜클럽 회장을 지냈다. 2010년 폐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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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속심 기자 sisatim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