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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캠페인:책을 읽읍시다]

[책을 읽읍시다 (1484)] 벨맨 앤드 블랙

[책을 읽읍시다 (1484)] 벨맨 앤드 블랙

다이앤 세터필드 저 | 이진 역 | 비채 | 420| 14,000원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19세기 영국 휘팅포드의 작은 마을을 배경으로 제1부가 시작된다. 소년 윌리엄 벨맨은 운 좋은 아이였다. 그는 영리하고 잘생겼고 교회 성가대의 스타였으며 동네 아가씨들의 인기를 한몸에 누렸다. 아버지에게 버림받았지만 백부는 그를 믿고 벨맨 방직공장에 고용해주었으며 윌리엄은 당연히 뭐든 빨리 배웠다. 공장 역시 전에 없던 성장을 거듭했다. 아름답고 지혜로운 아가씨와 결혼해 그들을 닮은 아이들을 낳았다. 삶은 그의 것이고 행복은 필연적인 일처럼 보였다. 가족들이 하나둘 열병에 걸려 죽어가기 전까지는.

 

행복한 소년 윌리엄은 온데간데없고 더없이 음울해진 제2부의 이야기는 런던으로 무대를 옮긴다. 윌리엄 벨맨은 런던의 상점가에 장례용품 전문점 벨맨&블랙을 연다. 부고장부터 상복 드레스, 흑단으로 만든 모자핀, 단단하고 질 좋은 관까지 총망라한 영국 최초의 죽음 컨셉숍이다.

 

죽음은 유행을 타지 않으며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찾아오니까. 이 기막힌 아이디어는 벨맨의 주위를 맴도는 의문의 남자 블랙과의 대화에서 시작되었다. 사업이 성공할수록 벨맨은 언제 블랙이 찾아올지 몰라 전전긍긍해한다. ‘벨맨&블랙은 그에게 엄청난 부를 가져다주었지만, 정작 벨맨은 그중 무엇도 누리지 못한다.

 

강렬한 서두로 전 세계의 독자를 사로잡은 열세 번째 이야기이후 10. 다이앤 세터필드 작가가 자신의 전공분야인 ‘19세기로 돌아왔다. 철썩거리면서 흐르는 윈드러시 강과 하루 종일 엄청난 소음을 쏟아내는 방직공장, 리젠트 스트리트에서 기지개를 켜는 상점가와 대리석으로 벽을 세우고 위엄을 뽐내는 은행은 세터필드의 철저한 고증과 신들린 필력에 힘입어 생생한 현재가 된다. 열세 번째 이야기의 키워드가 쌍둥이였다면, 벨맨 앤드 블랙의 소재는 죽음까마귀이다.

 

행복한 나날 사이로 습격해오는 죽음, 모든 것을 잃은 사람에게 유혹하듯 손짓하는 죽음, 어디로도 갈 수 없는 사람의 눈앞에 절벽처럼 놓인 죽음, 애도가 이어지는 와중에도 계속되는 삶의 기쁨, 그리고 죽음과 애도를 팔아 돈을 버는 사람들.

 

주인공 윌리엄 벨맨의 삶이 생()이 아닌 죽음으로 이루어진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벨맨 앤드 블랙에 등장하는 죽음은 다양하고 일상적이다. 그리고 중간중간 삽입된, 망자를 저세상으로 인도하고 돌아오는 존재인 까마귀에 대한 묘사가 신비감을 더한다. 이토록 숨 가쁘게 420페이지를 달려 마지막 책장을 넘기는 순간, 여전히 우리 앞에 버티고 있는 과 등 뒤에 도사린 친구이자 적()죽음을 새로운 눈으로 보게 될 것이다.

 

 

작가 다이앤 세터필드 소개


1964년 영국 버크셔 주 잉글필드에서 태어나 시일에서 자랐다. 어린이 도서관에 소장된 책을 몽땅 읽어치울 정도로 어린 시절부터 책읽기를 좋아했으며, 브리스틀 대학교에서 프랑스 문학을 전공했다. 앙드레 지드 연구로 박사학위를 취득한 후 프랑스로 건너가 국립고등화학기술대학에서 영문학을 강의했고 영국으로 돌아와서는 대학에서 프랑스 문학을 강의했다. 영국과 프랑스를 중심으로 발전한 19세기 문학에 대한 세터필드의 관심은 소설 창작으로 이어졌다.

 

직장을 그만두고 5년 동안 본격적으로 소설을 썼고, 2006, 마흔한 살의 나이로 열세 번째 이야기를 발표했다. 대저택의 폐허에 숨겨진 가족의 비밀이 서서히 드러나는 고딕 미스터리 열세 번째 이야기는 출간 즉시 뉴욕타임스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으며, 그해 전미도서관연합에서 수여하는 알렉스상을 수상했다. 2013년에는 BBC에서 동명의 드라마로 제작되어 뜨겁게 사랑받았다.

 

2013, 세터필드는 장장 7년에 걸친 자료조사와 집필 끝에 두 번째 소설 벨맨 앤드 블랙을 발표했다. 19세기 영국의 풍경과 벨맨 씨의 숨 가쁘고 불안한 일대기, 우아하면서도 세련된 미스터리가 결합된 벨맨 앤드 블랙으로 작가는 소포모어 증후군을 사뿐히 뛰어넘는 한편 마음을 홀리는 이야기꾼의 위력을 다시 한번 증명했다. “언제나 독자가 먼저다라고 말하는 세터필드는 현재 벨맨 앤드 블랙의 무대이기도 한 영국 옥스퍼드에 살며 다음 작품을 집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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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속심 기자 sisatim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