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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캠페인:책을 읽읍시다]

[책을 읽읍시다 (1493)] 힘내라 돼지

[책을 읽읍시다 (1493)] 힘내라 돼지

심상대 저 | 나무옆의자 | 308| 13,000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주인공 셋은 1959년생 돼지띠 동갑내기 중년남자로 교도소 징역 작업장에서 처음 만난다. 교도소 징역 작업장에는 백만 송이 장미라는 대중가요가 흐르고 그 음악은 재소자들의 징역생활의 시작을 축하하는 팡파르로 작용한다. 힘내라 돼지는 쇼핑봉투를 제작하는 작업장에서 무더운 여름 두 달 동안 벌어지는 이런저런 사건을 배경으로 한 코믹하고 애달픈 이야기로 꾸며져 있다.

 

주인공 셋은 징역살이 이외에도 살인적인 더위와 양아치 같은 죄수들의 괴롭힘에 힘들어한다. 그렇지만 그들은 서로 위로하고 서로에게 기대며 남은 인생후반에 대한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다. 사기와 탈세로 3년형을 복역 중인 털보는 어떡하든 다시 주유소를 개업해 파산과 이혼으로 망가진 삶을 재건하고자 한다.

 

상해와 특수상해로 16개월 징역형을 복역 중인 빈대코는 마흔 후반에 결혼한 아내와 벌인 10년의 불화 끝에 과수원과 선영을 다 빼앗기고 마침내 범죄자로 전락한 초등학교 졸업 학력의 농부다. 한창 작업 중에 복도로 불려나가 포승에 묶인 채 가정법원으로 끌려간 그는 아내가 제기한 이혼 합의서와 재산분할 합의서에 수갑 찬 손으로 지장을 찍는다.

 

작품 후반에 등장하는 전직 국회의원 빠삐용은 뇌물수수 등으로 8년 형을 선고받은 뒤 수감기간 대부분을 직업훈련 교도소에서 보내며 여러 가지 요리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만기출소가 8개월밖에 남지 않은 그는 출소하면 아무도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는 낯선 바닷가에 아름다운 레스토랑을 차릴 생각이다.

 

그래서 셋은 자신들이 모두 출소하고 환갑이 되는 2019년 여름 어느 날에 대한 꿈을 공유한다. 그들은 이 세상 어딘가 존재하리라 믿는 그곳을 동경하면서 자신들은 반드시 그곳을 찾아낼 수 있으리라 자신한다. 그곳은 거짓말하지 않고 겉과 속이 조금도 다르지 않은 사람들이 사는 작은 바닷가 마을로 행복한 사람들이 승용차를 타고 지나가는 국도가 있고 음식의 품격을 아는 사람들이 기꺼이 승용차에서 내려 허기를 채우는 그러한 곳이다. 그래서 털보는 그 마을 국도 변에 주유소를 개업하고 빠삐용은 그 주유소 옆에 차린 레스토랑에서 착하고 배고픈 손님들을 맞는다. 또한 빈대코는 주유소와 레스토랑 뒷동산을 아보카도 과수원으로 가꾸겠다는 꿈을 가슴에 담고 있다.

 

힘내라 돼지는 바로 지금 우리 이웃에 살고 있는 이번 생은 망쳤다고 한탄하는 중년남자들을 위한 페이소스와 패러독스의 코미디다. 그리하여 힘내라 돼지는 그들의 그러한 자조에 대해, “아니다! 그렇지 않다! 당신의 삶은 진정 아름다웠으며 앞으로도 또한 그러하리라하고 항변한다.

 

심상대의 소설은 단편집 묵호를 아는가』 『떨림에서부터 장편소설 나쁜봄』 『앙기아리 전투에 이르면서 호흡이 길어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여전히 뼈와 기름을 발라낸 살코기 같은 문체가 압권이다. 특히 탐미주의자로서 냉혹한 시선은 생생히 살아 있다. 소설에 등장하는 레옹은 소년원에서 교도소로 이감한 무기수로 서른네 살 먹은 징역살이 17년째의 인물이다. 그는 시의 피라는 제목의 소설을 쓰겠다고 한다. 교도소에서 펜팔로 사귄 처녀와 결혼까지 했다니 속사정은 모르지만 여하튼 글 솜씨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작가 심상대 소개

 

1960년 강원도 강릉시에서 태어났고 고려대 고고미술사학과를 졸업했다. 1990세계의 문학봄호에 단편소설 세 편을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일곱 권과 산문집 두 권, 장편소설 나쁜봄앙기아리 전투를 출간했다. 2001년 단편소설 로 현대문학상, 2012년 중편소설 단추로 김유정문학상, 2016년 장편소설 나쁜봄으로 한무숙문학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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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속심 기자 sisatim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