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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캠페인:책을 읽읍시다]

[책을 읽읍시다 (1549)] 어떤 강아지의 시간

[책을 읽읍시다 (1549)] 어떤 강아지의 시간

보스턴 테란 저 | 이나경 역 | 황금시간 | 312| 13,500

 

 

[책을 읽읍시다 (1549)] 어떤 강아지의 시간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인터넷을 보면, 텔레비전을 켜면, 신문을 펴면 예전에는 상상도 못했던 안 좋은 뉴스들이 흘러 넘친다. 혐오가 만연한 지금은 용서와 배려, 최선 등의 단어를 말하는 건 쿨하지 못하다고 생각하는 시대가 된 듯하다. 어떤 강아지의 시간은 그런 세상에 대항하며 살아가는 사람들과 한 마리의 개에 대한 찬사를 담은 소설이다. 어떤 강아지의 시간의 주인공은 개다. 인간을 따르고, 보호하며, 지키는 개의 이야기.

 

하지만 이것은 단순한 개 이야기가 아니다. 자연재해를 겪고, 전쟁을 치르고, 폭력에 시달리며 살면서도, 자신이 태생적으로 갖고 있는 선량함과 우직함, 건강함을 잃지 않는 개. 그리고 그로 인해 구원 받고, 살아갈 힘을 얻고, ‘쿨하지 못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에 눈을 돌리고 행동하게 되는 인간의 모습. 어떤 강아지의 시간은 개와 개를 매개로 이어지는 사람들의 이야기, 그리고 그 개인의 삶을 관통하는 역사의 단면들을 아름답게 엮어냈다.

 

숙소 달린 화물차 휴게소를 혼자 운영하는 애나는 개를 키우며 살고 있다. 굶주리거나 버림 받은 개들을 만나면 데려다 키웠다. 어느 날 비참한 몰골로 휴게소를 찾아온 늙은 개 역시 키우게 됐고 목줄에 있는 글자로 추정해 이름을 기브라 했다. 기브는 애나의 보살핌 속에 건강해져 아빠도 되었고 마지막 날에는 편안히 눈을 감았다. 기브의 새끼들은 모두 가족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분양됐고 아빠의 이름을 받은 막내 기브만 애나 곁에 머물게 되었다.

 

어느 날 젬과 이언이라는 형제 밴드가 숙박을 위해 애나의 휴게소를 찾는다. 애나는 방을 내주었지만 형제에게 불온함을 느꼈다. 형인 젬은 애나가 집을 비운 어느 날 애나의 방에 들어가 그녀의 일기를 훔쳐봤고, 거기서 자신이 아닌 동생 이언이 재능 있는 뮤지션이라고 쓴 글을 보고 열등감이 폭발해 분노한다. 충동적으로 젬은 강아지 기브를 훔쳐 동생과 함께 달아난다. 주인과 어미 개에게 사랑 받으며 살았던 강아지 기브는 갑자기 낯선 사람들과 동행을 하게 된다. 그리고 파란만장한 사건과 생각지도 못한 만남으로 기브의 견생은 완전히 달라진다.

 

어떤 강아지의 시간에서는 개도, 인간도 똑같이 가혹한 운명을 마주하게 된다. 학대를 당하기도 하고 잔인한 전쟁터에서 처참한 광경을 목격한다. 자연재해에 목숨을 위험 받기도 하고 사랑하는 사람을 잃기도 한다. 그 모든 것이 살아갈 의지를 잃게 만드는 우리의 현실이다. 작품 속에서 이언이 아빠에게 학대를 당하는 장면이나, 전쟁에서의 기억과 자신만 살아 돌아왔다는 죄책감에 딘이 괴로워하는 모습은 읽는 것만으로도 그 고통이 전해질 정도다. 하지만 개는 다르다.

 

어떤 강아지의 시간에서 기브는 살아가는 것, 사랑하는 것을 결코 멈추지 않는다. 악한 사람들에게 잡혀 죽기 직전의 상황에 도달했음에도 불구하고 살고자 하는 의지와 용기를 보여준다. 자신을 사랑해준 사람을 위해서라면 자신의 생명도 돌보지 않는다. 믿음, 선량함, 건강함의 미덕은 기브를 통해 표현되고, 이는 결코 사소하지 않은 위로를 건넨다.

 

특히 이 작품은 실제 현대사에서 잊을 수 없는 사건들을 끌어들인다. 애나는 헝가리 혁명 당시 가족을 잃고 미국으로 건너온 이민자이다. 딘은 9/11 때 누나의 시신을 찾은 바로 다음 날 군에 입대했다. 기브는 수많은 사람들을 목숨을 앗아간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뉴올리언스를 덮쳤을 때 현장에 있었다. 거대한 역사의 단면을 채우는 이들의 고뇌와 살아가는 모습은 그만큼 더 가깝게 다가오고, 읽는 이의 마음을 뒤흔든다.

 

 

작가 보스턴 테란 소개

 

데뷔작 신은 탄환이다가 영국 추리작가협회가 최우수 데뷔 장편소설에 수여하는 존크리시상을 수상했다. 미국 추리작가협회의 에드거상 최우수 데뷔 장편소설 부문과 인터내셔널 임팩 더블린 문학상에서 최종 후보로 선정되는 등 세계 각지에서 좋은 평가를 받으며 화려하게 데뷔했다. 지금까지 열두 편의 작품을 발표했으며 꾸준히 자신만의 작품 세계를 넓히는 중이다. 보스턴 테란은 필명으로 이 외에 작가에 대해 알려진 정보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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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속심 기자 sisatim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