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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캠페인:책을 읽읍시다]

[책을 읽읍시다 (1594)] 찰스

[책을 읽읍시다 (1594)] 찰스
한윤섭 저
| 조원희 그림 | 문학과지성사 | 122| 10,000원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찰스는 작가의 작은 기억으로부터 시작돼 집요한 상상력 안에서 확장되고, 이 세상의 주인이라고 여기는 인간들의 위선을 신랄하게 비판한다. 인간 앞에 한없이 힘없고 연약한 존재인 수탉과 개의 눈과 입을 통해. 한낱 하찮은 존재라 여겨진 동물 앞에 까발려진 인간들의 밑바닥은 추악하고 더럽고 위험하다. 수치심, 부끄러움 따위는 모르는 인간의 본성이 오늘, 우리 곁에서 아우성치고 있다고 작가는 강철 같은 문체로 말하고 있다. 찰스와 메리, 식당의 주인 남자와 주인 여자, 직업소개소 사장, 조선족 여자 손밍. 저마다 시리고 아픈 사연을 안고 살아가는 이들에게 찾아오는 일촉즉발의 순간들이 식당의 고요한 밤을 사납게 흔들며 그들이 간직한 비밀 속으로 성큼 다가가게 한다.

 

식당의 모든 일을 통솔하고 관리하는 주인 남자, 주인 남자를 아저씨라고 부르는 그의 10대 딸 주인 여자, 가끔 들러 속물근성을 자랑하는 직업소개소 사장, 사장의 소개로 식당에서 일자리를 얻은 조선족 여자. 이들을 예의 주시하는 수탉과 개.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이들의 관계는 서로 실타래처럼 얽혀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게 한다.

 

성호가든 앞마당, 가느다란 철망을 사이에 두고 찰스와 메리는 늘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인간 못지않은 이성을 소유한 수탉 찰스와 사람에게 길들여져 본성을 잃어가는 개 메리. 서로를 경멸하지만 상대를 공격하기엔 이들에게 주어진 자유가 고작 닭장 안과 목에 묶인 줄만큼이다. 찰스는 매일 주인 남자와 게임을 벌인다. 주인 남자가 빨간 장갑을 끼고 앞치마를 두르고 닭장을 보고 있다는 건 곧 닭들의 운명이 주인 남자의 손에 달려 있다는 뜻이다. 서로 대치하는 듯하지만 닭과 사람 사이에는 오직 본능만이 존재하는 법이다. 다가오면 달아나는 본능.

 

하지만 의식이 있는 수탉 찰스는 사람의 습성과 닭의 본능을 너무도 잘 파악하고 있다. 찰스는 앞만 보고 달리는 닭들과 똑같이 행동하지 않는다. 사람을 주시하며 세세한 움직임까지 파악하여 함께 있는 닭들보다 한발 먼저 움직인다. 찰스는 자신만의 방법으로 주인 남자의 손아귀를 벗어나 닭장에서 이 년을 버텨 왔다.

 

찰스의 존재를 인식하고 있는 건 주인 여자의 개 메리뿐이다. 닭의 본능을 거스르는 찰스와 개의 본능을 잃어가는 메리. 둘 사이에 우정이 존재할 리 만무하지만 이들은 자신들의 눈앞에서 벌어지는 인간들의 일들을 낱낱이 듣고 보며 일종의 어떤 연대감을 느끼기 시작한다. 그리고 찰스가 자신에게 의식이 있게 된 충격적인 사건을 알게 되면서 이들에게, 또 인간들에게 새로운 국면이 펼쳐진다.

 

 

작가 한윤섭 소개


서울예술대학에서 극작을, 프랑스 핸느대학교에서 연극을 공부했다. 극작가와 공연 연출가, 어린이문학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작품으로 동화 봉주르, 뚜르』 『해리엇』 『서찰을 전하는 아이』 『우리 동네 전설은』 『짜장면 로켓발사』 『전우치전, 희곡 후궁박빈」 「굿모닝 파파」 「조용한 식탁」 「오거리 사진관」 「수상한 궁녀」 「하이옌」 「전시조종사」 「신흥무관25편을 썼다. 봉주르, 뚜르로 제10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대상을 수상했고, 전국 창작희곡공모전 대상, 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올해의 최우수예술인상, 거창국제연극제 희곡상, 대한민국연극제 희곡상 등을 수상했다.

 

 

그림 조원희 소개


홍익대학교에서 멀티미디어디자인을 전공하고 HILLS에서 일러스트레이션을 공부했다. 자연과 동물, 마음속 깊은 곳에 자리 잡은 감정들, 그밖에 작고 소중한 것에 관해 그림으로 이야기하기를 좋아한다. 자기 내면 깊은 곳의 감정과 바깥 세계가 부딪치며 뿜어내는 기운을 간결하면서도 힘 있는 형태와 독특한 색채로 표현하는 작가이다. 쓰고 그린 책으로얼음소년, 혼자 가야 해, 이빨 사냥꾼, 중요한 문제, 콰앙!, ! 줄이다!등이 있다. 이빨사냥꾼은 코끼리의 시각으로 바라본 상아 밀렵에 관한 이야기다. 말로는 표현하기 어려운, 그러나 꼭 하고 싶은 이야기를 그림에 담았다. 이 책으로 2013 볼로냐 국제 아동도서전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로 선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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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속심 기자 sisatim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