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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캠페인:책을 읽읍시다]

[책을 읽읍시다 (1746)] 그레구아르와 책방 할아버지

[책을 읽읍시다 (1746)] 그레구아르와 책방 할아버지

마르크 로제 지음 | 윤미연 옮김 | 문학동네 | 316| 13,800원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프랑스 대중 낭독가 마르크 로제의 첫 소설 그레구아르와 책방 할아버지는 책과 담을 쌓고 살아가던 소년과 작은 서점을 운영하며 평생 책과 문학을 사랑해온 노인의 우정, 두 사람이 책 읽기를 통해 고독한 노인요양원에 변화를 만들어내는 소통과 연대, 성장에 관한 이야기다.

 

학교에서는 유령처럼 지내다 수업 시간에 이름이 불릴까 늘 불안에 떨던 소년 그레구아르. 80퍼센트 이상 통과하는 대학 입학 자격시험에도 떨어지고, 적당한 일자리를 찾는 일도 만만치 않다. 막연히 나무를 좋아한다는 그의 말에 진로상담 선생님은 산림청에 취업하라며 엉뚱하게 이과형 입학시험을 제안한다. 수학엔 젬병인 그에게! 몇 차례 방황을 거치던 그레구아르는 마침내 수레국화 노인요양원에 주방 보조로 취직한다.

 

초년생이라는 이유로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보수를 받으며 온갖 허드렛일을 하던 소년은 요양원 각 방에 식사 배달 임무를 맡으며 피키에 씨와 운명적으로 만난다. ‘곁가지 문학이라는 작은 서점을 운영하며 평생토록 문학을 사랑해온 피키에 씨는 파킨슨병이 악화되자 재산을 모두 정리하고 수레국화 노인요양원 28호실에 입주했다.

 

그가 세상에서 가장 아끼는 책 삼천 권과 함께. 요양원 방안의 사방 벽을 가득 메울 만큼 많은 수이지만, 그는 미처 챙겨 오지 못한, 더는 읽을 수 없게 된 나머지 이만 칠천 권의 책을 생각하면 아직도 환상통증에 시달리는 것 같다고 말한다. 식사 배달을 위해 온통 책으로 둘러싸인 작은 방에 매일 드나들며 그레구아르는 조금씩 책과 친숙해진다. 그리고 이 시대 최고의 지략가 피키에 할아버지에게 조금씩 물들어가며 책 속으로, 또 세상으로 한 걸음 내딛는다.

 

피키에 할아버지는 책과는 담을 쌓고 살던 그레구아르에게 책 읽는 즐거움을 알려준다. 그리고 그 즐거움을 타인과 나누는 방법, 다른 사람들에게 책을 읽어주는 일이 얼마나 행복한 것인지 직접 느낄 수 있도록 곁에서 독려하고, 때로는 운동 코치처럼, 낭독하는 기술을 훈련시킨다.

 

수레국화 노인요양원 28호실, 파킨슨병과 녹내장 때문에 더이상 책을 읽을 수 없게 된 피키에 할아버지를 위해 큰 목소리로 책을 읽어주던 그레구아르의 낭독회는 점차 옆방의 할머니들에게로, 요양원 전체로 번져간다.

 

소리 없이, 말썽 없이 죽어가는공간에 살아가던 노인들은 낭독을 통해 열광과 기쁨을 되찾으며 어린아이들처럼 즐거워하고, 거주자들, 직원들, 방문자들 모두가 동시적인 공감으로 행복해한다. 소설 낭독을 통한 긍정적인 변화를 인정받아, 그레구아르는 요양원 내에서 주방일을 줄이는 대신 낭독 시간과 장소를 늘려가며 더 많은 사람들에게 책을 읽어준다. 요양원의 주치의 제레미 박사는 환자들에게 항우울제 대신 그레구아르의 책 낭독을 들으라는 처방을 내리기도 한다.

 

사람들을 책의 세계로 이끄는 안내자 피키에 할아버지는 절대로 억지로 강요하지 않는다. 인물과 상황을 고려한 적절한 큐레이팅을 통해 낭독을 듣는 청자 스스로 책 속에 빠져들게 만드는 지략가다. 학창시절의 트라우마를 간직한 그레구아르에게는 샐린저의 호밀밭의 파수꾼, 이웃 할머니들에게는 목걸이」 「투안 영감」 「비곗덩어리등 기 드 모파상의 짧은 단편을 추천한다. 고전문학이나 으레 문학성이 높다고 평가받는 작품들만 고집하지도 않는다. 고요하고 온기 없는 듯했던 요양원 입주자들을 대상으로 뜨거운소설을 읽어 요양원 전체를 발칵 뒤집어놓으며 활기를 불어넣기도 한다.

 

계급이나 문화적 배경, 나이나 학력이 전혀 다른 두 인물의 만남과 화합, 그리고 이를 통한 긍정적 변화를 다룬 서사는 이미 낯설지 않다. 하지만 노인요양원 안에서 벌어지는 유쾌하고 감동적인 에피소드들, 책과 책을 둘러싼 세상을 누구보다 생생하게 묘사하는 현직 낭독가인 작가의 목소리, 사회 초년생의 혼란과 노년의 삶에 대한 사색, 소설 속에 소개되는 다양한 프랑스 문학작품 등이 풍부하게 곁가지를 더하며 이 소설을 특별하게 만든다.

 

작가 마르크 로제는 프랑스 전역의 서점과 도서관 등을 순회하며 대중들에게 책을 읽어주는 일을 해온 전문 낭독가이다. 1992년부터 28년 동안 독자들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만나며 책 읽는 기쁨을 전파해온 마르크 로제는 책이 가장 생생하게 살아 숨쉬는 현장에서 얻은 경험을 바탕으로 책과 문학, 독서, 낭독, 서점, 도서관 등 그만이 선보일 수 있는 책 세상의 이야기를 선명하게 그려낸다.

 

작가 마르크 로제 소개

 

프랑스 작가, 대중 낭독가. 1958년 말리 바마코에서 태어났다. 1992년부터 사람들에게 책 읽어주는 일을 시작했고, 꾸준히 프랑스 전역의 서점과 도서관 등을 순회하며 낭독회를 열고 있다. 책과 대중을 이어주는 뛰어난 텍스트 전달자로서의 공로를 인정받아, 2014년 프랑스 출판 전문 주간지 리브르 에브도에서 수여하는 리브르 에브도 도서관 대상의 심사위원장 특별상을 받았다.

 

직업적인 낭독가로서 세계 곳곳을 누비며 쓴 여행기 책과 함께하는 프랑스 일주 오소르로 향하는 길: 지중해 여행기 정오선, 생말로부터 바마코까지(2012)를 출간했다. 그레구아르와 책방 할아버지는 그의 첫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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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속심 기자 sisatim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