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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연예/북스

[책을 읽읍시다 (427)] 느리게 읽기

[책을 읽읍시다 (427)] 느리게 읽기

데이비드 미킥스 저 | 이영아 역 | 위즈덤하우스 | 416쪽 | 18,000원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진지한 독자가 디지털 시대에 처할 수 있는 위험을 설명하고 ‘느리게 읽기’를 통해 책 읽기의 즐거움을 되찾을 것을 제안한다. 저자 데이비드 미킥스는 열네 가지 느리게 읽기 규칙을 단편 소설과 장편 소설, 시, 희곡, 에세이 등 여러 문학 장르에 적용해 설명한다. 호메로스와 그리스 비극부터 셰익스피어, 톨스토이를 거쳐 사뮈엘 베케트, 앨리스 먼로, 필립 로스까지 우리가 잊고 있었던 책 읽기의 즐거움을 되찾게 해 준다.

 

저자는 진지한 독자라면 제대로 된 독서로 돌아가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어떠한 방해도 받지 않고 책을 읽을 수 있는 환경, 책을 새로운 관점에서 읽을 수 있는 독서의 기술을 갖춰야 한다고 말한다. 이러한 읽기 방식이 바로 ‘느리게 읽기’이다.

 

느리게 읽기는 속도를 늦추고 작품의 리듬과 의미, 저자의 의도와 가치관을 섬세하게 파악하는 것은 물론이고, 때로 다시 읽고 소리 내어 읽고 암기하는 것까지도 포함하는 독서법이다. 책을 읽기 위해 우선 인터넷을 차단하고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열고 싶은 유혹을 물리치라는 저자의 당부에 세상과 격리된 채 홀로 책을 읽는 이미지를 떠올리기 쉽다.

 

그러나 한편으로 독서에는 ‘대화’, 즉 사회적 관계가 반드시 필요하다. 성급하게 자의적으로 텍스트를 이해하려고 하지 않고 읽고 있는 작품, 저자, 또 다른 작품, 나아가 함께 책을 읽는 다른 이들과 끊임없이 대화를 하며 의미를 이해하는 것이야말로 독서가 주는 즐거움이다.

 

이 책의 미덕은 난해하고 현란한 (문학) 이론을 동원하지 않고도 다양한 장르의 문학 작품을 읽는 방법을 보여 준다는 점이다. 대개 이야기를 지닌 문학 작품은 다른 종류의 책보다 읽기가 쉽다. 그러나 그간 우리는 문학 작품을 이해하는 여러 이론이나 철학의 무게에 짓눌려서 작품이 주는 즐거움을 제대로 느끼지 못하고 권위자의 해석에 기대어 작품을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이 책은 그러한 즐거움을 맛본 적이 없거나 잊고 있는 독자에게 친절하고 쉽게 작품을 설명한다. 현대 부조리극·전위극의 고전으로 평가받는 사뮈엘 베케트의『고도를 기다리며』는 실존주의의 영향이나 전후 유럽의 상황 등 작품 외적 요소에 의해서뿐만 아니라 느리게 읽기의 기본 규칙을 통해서 일차적으로 그 의미와 가치를 파악할 수 있다.

 

이 책은 고전이나 성서, 그 외 익히 알려진 작품은 물론이고 전공자가 아니라면 쉽게 접하지 못했던 낯선 작품이나 최근의 작품까지 다루고 있어 읽는 즐거움을 준다. 성서와 호메로스의 서사시, 그리스 비극부터 셰익스피어, 톨스토이, 헨리 제임스 등을 거쳐 베케트, 앨리스 먼로, 필립 로스까지 이 책은 방대한 시공간을 아우르는 작품들을 인용하고 분석한다. 저자의 분석은 매우 친절하고 설득력이 있어서 읽지 않은 작품이라도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고 작품을 찾아서 읽고 싶은 욕구를 느끼게 한다. 흔히 고전이라고 일컫는 유명 작품뿐만 아니라 새뮤얼 메나시, 유도라 웰티, 제임스 볼드윈, 앙드레 아시망 등 아직 우리에게 소개되지 않았거나 생소한 작가의 작품도 다수 제시되어 있다. 또한 문학 작품 외에도 사회 과학이나 역사 분야의 책, 에세이도 몇몇 소개되어 다양한 분야의 글을 읽는 재미를 준다.

 

느리게 읽기는 책과 멀어진 독자에게는 책 읽는 즐거움을 다시 찾게 해 준다. 또한 책을 가까이 하고 싶지만 어떻게 읽어야 할지 모르는 미래의 독자에게는 독서의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알려 준다. 이를 통해 삶의 속도와 방법을 성찰하게 해 주는 소중한 일깨움이다.

 

 

작가 데이비드 미킥스 소개

 

뉴욕 대학교에서 문학사 학위를, 예일 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시, 지성사, 현대 문학에 관한 교육 및 저술 활동을 활발히 펼치고 있으며, 셰익스피어, 프로이트, 영화에서부터 현대 소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의 평론가로 활약해 왔다. 2001년에 휴스턴 대학 최고 교수상을 수상한 바 있으며, 현재 휴스턴 대학교 영문학과에서 가르치고 있다. 『뉴 리퍼블릭)』의 북 블로그에 글을 기고하고 있고, 문학 학자·비평가·작가 협회(Association of Literary Scholars, Critics and Writers)의 회원이다.

 

저서로는 『신 문학용어 편람』『에머슨과 니체의 작품에 나타나는 개인주의의 낭만』『스펜서와 밀턴의 작품 속 도덕적 훈계의 한계』『자크 데리다는 누구인가?: 지적 생애』『소네트의 기술』(공저) 등이 있다.

 

박속심 기자(sisatim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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