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읍시다 (516)] 고결한 야만인
나폴리언 섀그넌 저 | 강주헌 역 | 생각의힘 | 656쪽 | 25,000원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야노마뫼 족은 브라질과 베네수엘라 국경 양편의, 아마존에서도 외부인이 접근하기 힘든곳에 살고 있었다. 외부 세계와 거의 접촉하지 않았기 때문에 외부에서 유입된 질병으로 떼죽음을 당한 적도 없었다. 이들이 사용하던 도구나 화전 농법은, 이들이 석기시대에 살았다는 것을 보여 준다. 다큐멘터리 ‘아마존의 눈물’에도 모습을 비추었던 야노마뫼 족은 이렇게 섀그넌이 현지 조사를 시작한 1964년 당시 지구상에 마지막으로 남아 있던 야생의 원시 부족이었다.
루소는 『사회계약론』(1762)에서 자연 상태의 인간은 더없이 행복하고 비폭력적이며 이타적이고 경쟁하지 않고 서로에게 친절하다고 묘사했다. 그러나 섀그넌이 관찰한 야노마뫼 족은 만성적인 폭력과전쟁의 위험에 노출돼 있었다. 섀그넌은 야노마뫼 족의 전쟁과 그 사회를 분석하면서 루소의 ‘고결한 야만인’은 몽상이며 먼 과거의 인간은 오히려 홉스적 자연 상태에서 살고 있었음을 보여 주었다.
섀그넌의 작업은 에드워드 윌슨의 『사회생물학』(1975)과 맞물려 큰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많은 인류학자들은 인간의 행동을 과학적으로 설명하는 이론에 생물학과 번식, 진화론의 개념이 끼어들 여지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후 저널리스트인 마이크 티어니는 『엘도라도의 어둠: 어떻게 과학자와 언론인이 아마존을 파괴했는가』를 통해 섀그넌이 인종 이론 실험을 위해 홍역을 퍼뜨려 야노마뫼 족을 죽음으로 몰아 넣었고 아마존에서 금을 채굴하기 위해 범죄자들과 관계를 맺었다고 비판했다.
언론은 ‘과학자들이 인종 이론을 실험하기 위해 아마존 원주민들을 죽였다’라는 선정적인 기사를 보도했다. 그러나 국제전염병학회, 미국 국립과학원 등의 조사 결과 이 주장은 명백한 거짓이라는 점이 밝혀졌다.
사회적 논란에 휘말리면서 섀그넌은 더 이상 현지 조사를 수행할 수 없게 되어 연구 일선에서 은퇴했다. 섀그넌은 이렇게 터무니없는 거짓 혐의가 떠들썩한 스캔들로 확대된 것은 이 조작된 이야기가 너무 흥미진진하기도 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인간의 속성도 생물학적으로 진화한다는 이론이 대부분의 인류학자들에게 받아들여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티어니의 책은 사회생물학의 신빙성을 깍아내리며 그 이론을 지지한 이단적인 인류학자를 마녀사냥하기에 적절한 기회였던 셈이다.
이 책은 이제는 존재하지 않는 원시 부족에 대한 생생한 기록이다. 이것이 중요한 이유는 현대의 우리가 어떤 과정을 거쳐 오늘에 이르게 되었는지, 그 한 단면을 보여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한 인류학자의 삶의 기록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가 인간을 과학적으로 연구하는 과정에서 부딪혔던 지적 야만인들로부터의 비난과 공격은 역설적으로 야노마뫼 족을 통해 관찰한 인간의 본성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사실을 보여 준다.
작가 나폴리언 섀그넌 소개
미국의 인류학자로, 역사상 가장 많은 논란에 휩싸였던 인류학자로도 알려져 있다. 최후의 원시 부족으로 알려진 아마존 야노마뫼 족의 땅에서 1964년부터 30년 넘게 현지 조사를 수행하며 야노마뫼 족을연구하였다. 인류학에 진화론을 도입하여 인간의 행동을 설명하고자 하였으며, 이로 인해 기존 하계의 많은 반발에 부딪혔다. 펜실베이니아 주립대학교, 미시간대학교, 노스웨스턴대학교 등에서 가르쳤으며, 현재는 미주리대학교의 연구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박속심 기자(sisatim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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