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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칼럼

[칼럼] ‘파이브 아이즈’(Five Eyes)란 무엇인가?

[칼럼] ‘파이브 아이즈’(Five Eyes)란 무엇인가?

 

▲현규 국방외교협회 중국센터장, 중국 복단대(復旦大)) 객좌교수, 국제정치학 박사

 

[시사타임즈 = 조현규 국방외교협회 중국센터장, 중국 복단대(復旦大)) 객좌교수, 국제정치학 박사]

 

들어가는 말

 

근자에 들어 오크스(AUKUS)1) , 쿼드(QUAD)2) , 파이브 아이즈(FIVE EYES) 등의 어휘가 국내외 언론에 자주 회자(膾炙)되고 있는데, 이들은 모두 다자협력기구에 속한다. 다자협력이란 국가간 화해와 협력을 통하여 분쟁의 예방과 평화적 해결, 위기관리, 공동번영 등을 도모하며, 무력이나 경제 제재 따위의 강권력을 배제한 가운데 대화를 통하여 현안을 해결하고자 하는 이상주의적인 협력을 의미한다.

 

국제문제 전문가들은 2021년 미국·영국·호주가 체결한 안보협의체인 오커스는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 지역을 목적으로 하지만, 쿼드 등과 함께 중국 견제를 위한 협의체 목록에 추가될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또한, 해외언론들은 오크스·쿼드·파이브 아이즈 등이 현재 압도적으로 중국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이렇게 증가하는 미국 중심의 다자안보협력기구는 결과적으로 중국의 대응을 초래하면서 국제정세의 긴장과 역내 군비경쟁을 촉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이처럼 현재 국제무대에서는 미국이 주도하는 다자협력체가 그 위세를 떨치고 있는 상황이다. 위에서 언급한 3개의 다자안보협력기구 중에서 쿼드는 작년 12월호에서 이미 소개한 바 있으며, 본고에서는 파이브 아이즈란 무엇이며, 파이브 아이즈와 우리나라와는 어떤 관계가 있는 지 살펴보기로 한다.

 

▲Five Eyes. ⒞시사타임즈

 

파이브 아이즈 개요

 

파이브 아이즈(Five Eyes)는 미국·영국·캐나다·호주·뉴질랜드 등 5개국 간의 기밀정보 공유협의체이다. 지난 50여 년간 비밀리에 운영해 오다가 2013 6월 미국 국가안보국(NSA, National Security Agency) 요원이던 에드워드 스노든(Edward Joseph Snowden)에 의해 그 실상이 알려졌는데, 당시 스노든이 폭로한 NSA의 도·감청 기밀문서를 통해 미국 NSA가 영국·캐나다·호주·뉴질랜드 정보기관과 협력해 벌인 다양한 첩보활동의 실태가 드러났던 것이다.

 

파이브 아이스는 1946년 미국과 영국이 소련 등 공산권과의 냉전에 대응하기 위해 비밀 정보교류 협정(UKUSA, United Kingdom United States of America, 국제 통신감청망)을 맺은 것이 시초로서, 1948년 캐나다, 1956년 호주·뉴질랜드가 가세하면서 결성되었다. 이들 5개국의 대표적 정보기관은 미국 국가안보국(NSA), 영국 정부통신본부(GCHQ, Government Communications Headquarters), 호주 신호국(ASD, Australian Signals Directorate), 뉴질랜드 정부통신안보국(GCSB, Government Communications Security Bureau), 캐나다 통신안보부(CSE, Communications Security Establishment) 등이다. 파이브 아이스는 신호정보 수집 및 분석 네트워크인 에셜론’(ECHELON)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전 세계 통신망을 취합한 정보를 공유한다.

 

파이브 아이즈라는 이름은 미국 기밀문서 등급 분류의 ‘AUS/CAN/NZ/UK/US EYES ONLY’에서 유래한 것으로 소속 국가의 정보기관들만 해당 등급 문서의 열람이 가능하며 미국 국방부 및 국무부 정보망인 SIPRNet에도 접속이 가능하다.

 

파이브 아이즈 회원국 상호관계

 

파이브 아이즈를 구성하는 미국·영국·캐나다·호주·뉴질랜드는 핵심 우방이라는 위상에 걸맞게 다음과 같은 많은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첫째, 각 국을 이끄는 문화적 주류 민족이 앵글로 색슨(Anglo-Saxon)족이다. 둘째, 모두 영어가 공용어인 영미권(英美圈) 국가이다. 언어가 같다는 것은 곧 정보 공유 시 장벽이 없으며, 동시에 정보 취득의 범위도 훨씬 넓어지기 때문에 정보의 양과 질 차이가 커진다는 뜻이다. 셋째, 모두 영국에서 유래된 역사를 공유한다. 넷째, 민주주의 지수가 모두 30위권 안에 드는 민주주의 국가이다. 다섯째, 모두 국제통화기금(IMF) 기준으로 선진국으로 분류되며 시장경제 체제, 개방경제 체제를 채택한 국가들이다. 여섯째, 기독교, 특히 개신교 신앙과 전통의 국가들이다. 일곱째, 모두 영미법계를 따른다. 영미법계는 기본적으로 판사를 주민들이 직접 선출하고, 병과주의(倂科主義, 각 죄에 대하여 독자적인 형을 확정한 이를 합산하여 형을 부과하는 방법), 배심제, 법조일원화 등의 원칙을 공유한다. 또한 이들 국가는 각각 오대양에 해당하는 넓은 해역과 국경이 인접했기 때문에 유사시 전 세계에 미군을 파병할 수 있는 미국의 해상경계 체인(chain)의 중요한 거점이자 미군의 눈이 되는 국가들이다.

 

영국·캐나다·호주·뉴질랜드는 미국의 핵심 우방국으로 미국의 다른 우방국들에 비해 매우 특별한 대우를 받아왔다. 중국·러시아와 멀리 이격되어 있기 때문에 미국이 협력 및 제어하기 쉽다는 특징이 있으며, 미국의 해상 작전영역에서 가장 넓은 구역인 북대서양·남태평양·인도양에 각각 위치해 있다. 2차 세계 대전 이후 미국 외교에 있어 파이브 아이즈 국가들을 제외한 어떤 나라도 그와 동등 이상의 대우를 하지 않는다. 즉 파이브 아이즈 국가들이란 미국에 있어 운명공동체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그에 걸맞게 파이브 아이즈 국가들 또한 미국의 중요한 핵심 행보가 중국이나 러시아와 충돌하는 상황에서는 거의 대부분 미국을 지지한다. 그 대표적인 이슈는 미중간 패권 경쟁과 북한 핵문제를 들 수 있다. 중국은 파이브 아이즈의 이러한 특성을 파악하고 있기 때문에 자오리젠(趙立堅)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020 11월 파이브 아이즈를 직접 겨냥하며 조심하라, 눈이 5개든, 10개든 중국의 주권을 해친다면 눈이 찔려 멀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파이브 아이즈 운영과 발전

 

2019 2월 미국 정부는 중국 화웨이’(華爲)에 대해 해당 회사의 장비에 내장된 백도어(backdoor) 프로그램을 이용한 중국 정부의 불법 정보수집과 사이버테러 가능성을 주장하였다. 이 과정에서 미국은 화웨이 사태에 대응할 연합전선이 필요했기 때문에파이브 아이즈+3’체제(프랑스·독일·일본 추가, 기존 파이브 아이즈 국가들과 동일한 지위를 갖게 된 것은 아님)를 출범시키는 등 우방국과의 동맹 관계를 활용하여 화웨이 장비에 대한 보이콧을 추진하였다. 그러나 파이브 아이즈+3’ 체제가 출범한 이후 중국에 대항하여 일사불란한 조치를 취할 것으로 예상했던 미국의 기대와 달리 전통적인 유럽의 우방국 영국은 미국과 일치된 대응을 하지 않았다. 영국은 5G 산업 성장을 우선한다는 이유로, 독일은 법적 문제와 국내 여론을 이유로 보이콧 조치를 유보하였다. 물론 프랑스는 화웨이 장비의 국내 검열을 강화하는 법률을 마련하는 움직임 등의 조치를 취했다.

 

미국은 파이브 아이즈를 미국의 관심 사안에 따라 운영하기 때문에 내부적 분열음이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일반적인 동맹의 특징과 달리 파이브 아이즈는 미국과 나머지 회원국과의 내부 협상과 같은 행위가 부재하여 이로 인한 회원국들의 운신의 폭이 좁고, 미국이 파이브 아이즈에서 획득한 정보를 안보 목적이 아니라 자국의 경제적 이득을 위해 오용할 가능성이 있으며, 파이브 아이즈를 통한 정보협력 시 정보가 왜곡되거나 제3국으로 유출된다거나, 미국이 적대국뿐만 아니라 우방국 및 파이브 아이즈 회원국까지 감시한다는 문제 등이 제기되고 있다.

 

2013년 미국 국가안보국 소속의 스노든이 미국의 정보 획득 및 공유체계의 불법성을 폭로함으로써 위의 문제들은 가능성이 아닌 사실로서 파이브 아이즈에 대한 부정적 측면은 더욱 부각되었다. 이와 더불어 4차 산업 혁명 시대에는 네트워크를 통한 테러의 세계화와 은밀성 심화의 문제 때문에 이에 대응하기 위해 기존의 파이브 아이즈 구조의 수정이 필요하다는 견해가 대두되고 있다. 회원국 확대를 통해서 좁은 지역이라도 깊이 있는 정보 수집을 권유하고 수집범위가 중첩되는 다층적 정보협력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미국은 파이브 아이즈의 내부적 통합 노력과 외연적 확장을 동시에 시도 하고 있다. 기존 회원국이 새로운 도전세력으로 이탈하지 않도록 강경책과 온건책을 병행하여 사용하고, 새로운 회원국을 받아들여 세력적 우위를 차지하고자 상술한 파이브아이즈+3’체제를 출범시켰다. 이와 같은 미국의 행보는 그들로부터 실제로 핵심 정보를 획득하거나 공유하고, 심화되고 있는 미중간 패권경쟁이라는 국제환경 속에서의 정치적 의미를 갖는 선택으로 보인다.

 

파이브 아이즈 확대 논의

 

2021년 들어 미국은 중국을 억제하기 위한 인도·태평양 전략에 초점을 맞추는 가운데 미국의 동맹국들과 협력 분야를 경제, 군사 등을 넘어 기밀정보 공유로까지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2021 9 2일 미국 하원은 한국·일본·독일 등까지 확대할 필요성이 있다는 내용을 담은 2022 회계연도 국방수권법(NDAA, National Defense Authorization Act)을 처리했는데, 하원 군사위원회에서 찬성 57, 반대 2표라는 압도적인 표차로 통과되었다.

 

지금까지 앵글로 색슨 계열의 서구 민주주의 국가만 참여해 온 파이브 아이즈에 한국과 일본·인도·독일 등을 추가하려는 이유는 중국과 러시아 등 비민주주의 국가들의 안보 위협이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커지고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기존 5개국에 4개국을 더 추가해 정보 네트워크를 대폭 강화함으로써 중국과 러시아의 패권주의를 저지하겠다는 취지에서, 앵글로 색슨 순혈주의를 버리고 자유시장경제와 민주주의 체제의 대표 국가인 이들 4개국에 초대장을 보낸 것이다.

 

그러나 미국의 전문가들은 현실적으로 파이브 아이즈에 새로운 국가를 추가하는 것은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파이브 아이즈는 최고 수준의 정보와 매우 민감한 기밀을 공유하는 모임이기에 미국이 주도하는 모임일지라도 미국 혼자서 확대를 결정할 사안이 아니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회원국 확대를 위해서는 기존의 5개 회원국이 모두 찬성해야 하며, 미국 내에서는 한국이 파이브 아이즈에 소속될 경우 북한, 중국 등에 의해 기밀이 유출될 우려가 있다는 일부의 의견이 있다. 일본 역시 회원국 확대 자체로 인한 기밀유출 가능성 증가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다고 보고 있다.

 

맺는 말

 

상술한 바와 같이 파이브 아이즈는 미국의 최우방국이자 가장 핵심적인 가치를 공유하는 영미권 정보기관들이 군사정보의 수집·공유·활용에 관한 협력을 목표로 활동하고 있는 기밀정보 공유연합체이자 다자안보협력기구로서 1956년 결성된 이래 현재까지 협력해 오고 있으며, 향후 파이브 아이즈는 일부 불협화음은 있지만 각자의 국익과 고급정보의 필요성으로 인해 굳건히 유지해 나갈 전망이다. 특히, 2018년 이후 파이브 아이즈는 주로 중국을 견제하는 수단으로 활용되기 시작하여, 나아가 2020년 이후에는 중국에 대응하기 위하여 한국·일본·독일 등으로 정보 공유 국가를 확대하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는 한미 동맹이라는 안보 틀 속에 있으면서도 중국과는 경제적 상호 의존성이 크고, 북한 핵과 미시일 등 한반도 문제에 있어서는 정치적으로는 관련국들과 정치외교적 협력을 지향해야 하는 등 다자적 구조 속에 놓여 있다. 우리나라는 현재 쿼드·오커스·파이브 아이즈 등 미국 주도의 3개 다자협력체 어느 곳에도 속해 있지 않고 있는데, 이러한 상황에서 미국은 파이브 아이즈는 물론 쿼드에도 한국을 참여시키려 하고 있다. 한국이 처한 안보 구조 환경과 국내외적 상황에서 우리는 어떠한 선책을 해야 할까? 경제무역 분야에서 대중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의 특성상 중국 견제를 포석으로 하는 연대에 동참한다는 현실적으로 매우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우리나라가 미국 주도의 다자협력체에 참여한다면 서방세계에서 한국과 한미 동맹의 위상을 제고할 수 있고, 현재 대북 정보에 초점을 둔 우리의 정보 능력이 전 세계로 확장될 수 있으며, 주요 국가들과의 고가치 정보 공유는 외교·통상·군사 분야에서 전략적 대응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2016년 사드(THAAD) 배치를 문제 삼아 중국이 보여 준 행태를 볼 때 중국이 또 다시 한국을 압박할 수 있다는 우려가 크고, 특히 미중 전략경쟁이 격화됨에 따라 외교적 부담과 경제적 리스크가 확대될 가능성을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우리는 오직 국가이익·안보환경·한미동맹 등을 중점적으로 고려하여 현명한 선택을 내리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할 것이다. 끝으로, 윤석열 대통령이 후보 시절인 작년 9 22일 외교안보 부문 공약을 발표하면서 점진적 쿼드 가입을 추진하겠다라고 밝힌 바 있는데, 우리나라가 향후 파이브 아이즈(Five Eyes), 쿼드(Quad), 오커스(AUKUS) 등 미국 주도의 다자안보협력기구에 참여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신정부의 외교안보 정책 추이를 주시해 보기로 한다.

 

 : 조현규 한국국방외교협회 중국센터장, 중국 복단대(復旦大)] 객좌교수, 국제정치학 박사

 

필자 조현규는 예비역 대령(육사 41)으로 국방정보본부 중국분석총괄, 주중 한국대사관 무관ㆍ주대만 한국대표부 연락관 등을 역임했으며, 전역 후 현재 한국국방외교협회 중국센터장, 중국 상해 복단대(復旦大學) 객좌교수, 신한대학교 특임교수 겸 평생교육원 부원장으로 재직 중이다.

 

 이 기사는 시사타임즈의 공식입장이 아닌, 필자의 견해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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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규 한국국방외교협회 중국센터장 sisatim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