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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라시아

유라시아에서 들려주는 사랑과 모험, 평화이야기 (8) 유라시아에서 들려주는 사랑과 모험, 평화이야기 (8)빗속에 길을 잃다 [시사타임즈 = 강명구 평화 마라토너] 도르트문트에서 우나까지는 쭉 뻗은 길이다. 이런 길은 길 찾는 걱정 안 하고 주위 경관이나 낯선 사람들을 여행자의 눈으로 바라보며 달리기만 하면 되는 줄 알았다. 구름이 하늘을 덮었지만, 곧 비가 내릴 것 같지는 않았다. 며칠 계속 비가 내리더니 기온은 떨어지고 지나는 행인들은 옷깃을 여미고 명 짧은 나뭇잎은 벌써 떨어져 길 위를 구른다. 나뭇잎의 가녀린 떨림으로 전해오는 바람의 소리에 나그네의 귀가 열린다. 도르트문트만 해도 대도시라 여러 이민족이 모여 살고 특히 이슬람인들이 많이 눈에 띄었다. 거리엔 노숙자도 보였고 빈부격차가 심할 때 느껴지는 긴장감이 나그네의 피부에 그대로 전해온다. 광산 .. 더보기
유라시아의 사랑과 모험, 평화이야기 (6) 유라시아의 사랑과 모험, 평화이야기 (6)백조의 기사, 유모차의 기사 [시사타임즈 = 강명구 평화 마라토너] 국경선에는 군인도 없고 경찰도 없고 보안요원도 없었다. 당연히 검문소(檢問所)도 없었다. 뭉게구름이 넘나들고 바람이 넘나들고 자전거를 탄 사람들이 마치 이웃 동네 마실 다녀오듯 넘나들었다. 그리고 유모차를 밀며 내가 한때 치열한 전쟁을 치렀던 네덜란드와 독일의 국경을 평화롭게 넘고 있다. 시리도록 푸른 하늘, 그 아래 흰 구름 떠가고 라인 강물은 소리 없이 길옆으로 흐르고, 강기슭에 백조가 평화롭게 노닐고 있다. 하얗고 보드랍고 우아한 생명체가 유유히 떠다니고 있다. ▲사진제공 = 강명구 평화 마라토너 (c)시사타임즈 주위의 숲은 잠자는 숲 속의 미녀처럼 잘 보존된 채 조용히 잠들어있다. 인공의 .. 더보기
유라시아에서 들려주는 사랑과 모험, 평화이야기 (5) 유라시아에서 들려주는 사랑과 모험, 평화이야기 (5)유라시아 대륙 항해 [시사타임즈 = 강명구 평화 마라토너] 임남히씨가 프랑스교민들에게 모아 전달해준 후원금이면 충분히 좋은 유모차를 새로 구입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대도시에 가야 원하는 물건을 구입할 수 있을 것 같다. 임시방편으로 끈으로 묶어서 어제 일정을 끝마쳤는데 아침에 조임쇠로 묶어서 쓰면 훨씬 나을 것 같아서 물어물어 철물점을 알아놓고 다음날 철물점 문 여는 시간에 맞추어 가려고 아침에 좀 늦장을 부렸다. 그런데 9시에 문을 여는 가게가 9시 반이 되어도 문을 열지 않는다. 언제까지 기다릴 수 없어서 그냥 시원치 않은 유모차를 밀며 달리기 시작했다. 비가 예보되었지만 날씨는 쾌청하여 하늘은 맑고 뭉게구름은 내 걸음 보다 천천히 흘러간다... 더보기
유라시아에서 들려주는 사랑과 모험, 평화 이야기 (4) 유라시아에서 들려주는 사랑과 모험, 평화 이야기 (4)분단의 상처를 안고 출발 [시사타임즈 = 강명구 평화 마라토너] 출발선에 서니 이제 1만6천여km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 이 정도면 좀 힘들겠지만 해볼 만한 거리이다 싶다. 처음 두어 주일은 신체의 각 기관이 이런 터무니없는 육체적 고통에 적응하느라 몹시 힘들어하겠지만, 육신은 생명을 위해 잘 적응할 것이다. 몸이 이 고통을 잘 적응할 때까지 최대한 부드럽고 예의 바르게 몸을 사용하여야 한다. 지금부터 얼마간은 몸의 조그마한 응석도 다 받아주어야 한다. 그러고 나면 꾀를 부리던 육신도 이 최고의 움직임을 즐기게 될 것이다. 첫발을 내딛자 내 속 깊은 곳에서 똬리를 틀고 있던 억압된 것들이 소리 없는 외침으로 솟구쳐 오르며 환호한다. 첫발자국이 대지에 .. 더보기
유라시아에서 들려주는 사랑과 모험, 평화이야기 (3) 유라시아에서 들려주는 사랑과 모험, 평화이야기 (3)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 [시사타임즈 = 강명구 평화 마라토너] 홀연히 떠나서 세상의 모든 것들을 보고, 듣고, 느끼고, 호흡하며 뜨겁게 포옹하고 싶었다. 나는 지금 이국적인, 단순히 호기심을 만족시키기 위해서 떠나는 것이 아니라 인류의 근원인 심연(深淵)으로 들어가고 있는 중이다. 이 길의 종착점에 다다르면 난 지금의 내가 아니라 애벌레의 탈을 벗은 노랑나비가 되어있을 것이다. 벌레가 넘지 못하는 장애물을 훨훨 날아 넘나드는 평화의 노랑나비. 철조망의 높이도 철조망의 가시도 노랑나비를 막지는 못할 것이다. ▲강명구 평화 마라토너 (c)시사타임즈 비단길은 기원전 4세기경부터 16세기까지 동서양을 잇던 길이다. 이 길을 통해서 운반된 비단은 로마에선 중국에.. 더보기
유라시아에서 들려주는 사랑과 모험, 평화이야기 (2) 유라시아에서 들려주는 사랑과 모험, 평화이야기 (2)한 기자의 질문으로 시작된 유라시아 대륙횡단 [시사타임즈 = 강명구 평화 마라토너] 간혹 인류의 역사나 개인의 삶은 사소한 곳에서 시작하여 급물살을 타고 물줄기가 확 바뀌기도 한다. 2015년도의 내가 그랬다. 이민 생활 26년에 지칠 대로 지친 난 느닷없이 짐을 꾸려 미대륙횡단마라톤에 나섰다. 주위의 사람들은 나를 보고 미쳤다고 했지만 나는 개의치 않았다. 단지 오롯이 나만의 시간을 갖고 싶었다. 이때까지 나의 미대륙횡단 마라톤은 단지 평범한 사람의 일탈이었다. ▲강명구 평화 마라토너 (c)시사타임즈 평범한 사람의 일탈(逸脫)을 한 기자의 기사가 화려하게 변신을 시켜주었다. 정확한 표현은 기억나지 않지만 내용은 “강명구씨 아시안 최초로 나홀로 미대륙횡.. 더보기
유라시아에서 들려주는 사랑과 모험, 평화이야기 (1) 유라시아에서 들려주는 사랑과 모험, 평화이야기 (1)두고 온 강, 대동강 / 유라시아횡단 마라톤을 떠나며 [시사타임즈 = 강명구 평화 마라토너] 내 아버지는 시인이었다. 두고 온 강 대동강 변 송림(松林)을 노래하는 시인이었다. 아버지는 같이 못 온 누이와 아름다운 대동강과 그 강가 송림 숲과 수양버들 그늘과 그곳의 명물 황주사과를 그리다가 미국에서 돌아가셨다. 잠시 피난 내려왔다가 살아서는 다시 못 밟은 땅, 육신의 무게를 벗어 던지고서야 비로소 고향으로 갔을 피안의 땅. 아버지의 시 ‘두고 온 강’이다. ▲강명구 평화 마라토너 (c)시사타임즈 내 고향은 송림(松林)38선을 넘고서 반백년이 지냈어도내 고향은 못 가는 곳 이역만리미국에 와 있어도미국보다 먼 곳 날개를 달까통곡을 할. 어렸을 적 친구들 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