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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사회일반

“서울 한복판에서 이런 사고가”…이태원 참사, 그 끔직했던 그 밤

“서울 한복판에서 이런 사고가”…이태원 참사, 그 끔직했던 그 밤

사망자 154명·사상자 303명…윤 대통령 “일어나선 안될 비극”

 

 

[시사타임즈 = 탁경선 기자] 처음 소식을 들었을 때는 ‘어떤 클럽이나 공연장이 무너졌나?’라고 생각을 했다. ‘압사’라고 한다면 의례 떠올리는 그런 장면을 말이다. 그런데 예상과는 다르게 그 장소가 서울 한복판, 그것도 ‘골목길’이라는 얘기를 듣고 그야말로 믿을 수가 없었다. 아니 어떻게 골목길에서 압사사고가 나 몇 백명의 사상자가 나올 수 있단 말인가?

 

이런 의구심은 비단 기자만의 생각은 아니었다. 29일 밤 이태원에서 끔찍한 압사 사고 일어나던 그 시각, 현장에 있던 사람들이던 뉴스로 사고를 접한 사람들이던 아니면 SNS에서 글이나 영상 사진으로 소식을 접한 사람들이던 처음에는 모두 “아니 어떻게 서울 한복판에서 이런 사고가 날 수 있는가? 믿을 수가 없다”라는 반응들이 대다수였다.

 

‘이태원 핼러윈 참사’는 29일 밤 10시경에 터졌다. 처음 사고 접수가 들어간 것은 10시 15분 경쯤. 처음에는 그저 “사람 10여 명이 깔렸다”는 신고가 들어왔고, 그 후 몇 분도 안 되어서 “사람들이 깔려서 숨을 쉴 수 없다”는 신고가 빗발치듯 몰아쳤다. 사고 장소는 믿을 수 없게도 이태원 해밀톤호텔 옆 비좁은 경사로 골목이었다. 이 골목은 평소에도 주변에 유명한 클럽 등으로 인해 인파가 몰리는 곳으로 알려져 있는 곳이었다. 근데 이날은 경사진 좁은 골목에 수많은 사람들이 모이면 순식간에 피해가 확산된 것. 폭 4미터 길이 45미터 정도 되는 그 골목에 몇 천명의 사람들이 몰려들어 앞으로도 뒤로도 갈 수 없는 그야말로 옴짝달싹 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지고 순식간에 현장은 아비규환으로 변했다. 현장에 있던 다수의 목격자들은 내리막길 골목에서 누군가 넘어졌고 그 뒤를 따르던 사람들이 차례대로 도미노처럼 넘어지면서 사람이 겹겹이 쌓이는 사고가 발생했다고 전했다.

 

이에 신고 접수로 상황을 파악한 소방당국은 10시 43분쯤 대응 1단계를 발령했고 현장에 도착해 해밀톤호텔 옆 골목 일대에서 심정지 상태의 환자가 상당수 발생한 것을 확인 후11시 13분을 기해 소방대응 2단계를 발령했다. 그리고 20분 만에 1단계에서 2단계로 높인 데 이어 37분 만인 11시 50분에는 인력과 장비를 총동원하는 소방대응 3단계로 상향됐다. 그러나 이같은 조치에도 현장 수습은 쉽지 않았다. 워낙 좁은 골목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깔려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사람을 꺼내는데만 해도 쉽지 않았고, 이미 그 시각에는 상당수의 사람들이 질식으로 인한 증상으로 쓰러져 있는 상황이었다.

 

처음에는 밑에 깔려 극박한 상황의 사람들을 먼저 꺼내려고 했으나 그렇게 할 수 없자, 위에서부터 차츰 사람들을 꺼내는 형식으로 구조가 바뀌었고 이 과정에서 1시간 반 정도 깔려있기도 했던 것이다.

 

그 후 이태원 일대는 사람들을 살리는 사투의 현장으로 바뀌었다. 질식의 증상이 의심되는 사람들을 살리기 위해 시민들까지 가세해 대로변 곳곳에서 심폐소생술(CPR)이 펼쳐졌다. 사람 한명 당 최소 3~4명이 붙어 심폐소생술을 하고 손발을 주물러가며 살리기 위한 사투가 벌어졌다. 사람이 숨을 못 쉴 경우 골든타임은 단 ‘4분’이라고 한다. 그 시간이 지나며 뇌세포가 서서히 죽기 시작하며 몇 분이 안 되어 사망에 이르게 된다. 구급대는 현장에 일찍 도착하였지만, 사람을 꺼내는 과정에서 그 골든타임이 무색할 정도로 이미 많은 시간이 지체되어 사람들을 구조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다. 그러나 사람들은 한 사람이라도 살려보겠다고 1시간 넘게 온 몸이 땀에 젖을 정도로 심폐소생술을 진행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사람들의 이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시시각각 사망자는 늘어만갔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31일 오전 6시 기준 이태원 압사 사고로 인한 인명피해가 사망자 154명, 중상자 33명, 경상자 116명 등 총 303명이라고 밝혔다. 사망자 중 1명을 제외한 153명의 신원확인은 완료됐으며, 1명에 대한 신원확인 작업은 진행 중이다.

 

 

사망자를 성별로 보면 여성 98명, 남성 56명이다. 연령별로는 20대가 103명으로 가장 많고 30대 30명, 10대 11명, 40대 8명, 50대 1명 순이며 나머지 1명은 연령대가 파악되지 않았다.

 

아울러 외국인 사망자는 26명이다. 이란 5명, 중국 4명, 러시아 4명, 미국 2명, 일본 2명, 프랑스·호주·노르웨이·오스트리아·베트남·태국·카자흐스탄·우즈벡·스리랑카 각 1명씩이었다. 이날 확인된 외국인 사망자의 국적은 중국·러시아·이란·우즈베키스탄·노르웨이·스리랑카 등 총 14개국이다. 외국인 부상자는 총 15명이다.

 

▲10월 30일 윤석열 대통령은 이태원 사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출처 = 대통령실) (c)시사타임즈

 

한편 윤석열 대통령은 30일 “어젯밤 핼러윈을 맞은 서울 한복판에서 일어나서는 안 될 비극과 참사가 발생했다. 정말 참담하다”며 “오늘부터 사고 수습이 일단락될 때까지 국가애도기간으로 정하고, 국정의 최우선 순위를 본건 사고의 수습과 후속 조치에 두겠다”고 밝혔다.

 

이어 “불의의 사고로 돌아가신 분들의 명복을 빌고, 부상입은 분들이 빨리 회복되기를 기원한다”면서 “아울러 소중한 생명을 잃고 비통해할 유가족에게도 깊은 위로를 드린다”고 전했다.

 

윤 대통령은 “장례 지원과 아울러 가용 응급 의료 체계를 총가동해서 부상자에 대한 신속한 의료 지원에 만전을 기하고, 관계 공무원을 일대일로 매칭시켜서 필요한 조치와 지원에 빈틈이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본건 사고의 원인을 철저하게 조사해서 향후 동일한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근본적으로 개선하겠다”면서 “사고 수습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30일 ‘이태원 사고’ 관련 브리핑에서 “오늘부터 11월 5일 24시까지를 국가 애도기간으로 정해 사망자에 대한 조의를 표하기로 했으며, 서울시내에 합동 분향소도 설치하기로 했다”며 “서울시 용산구를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하고, 사망자 유족과 부상자에 대한 치유지원금 등 필요한 지원을 다하겠다”고 알렸다.

 

이에 애도 기간에는 전 공공기관과 재외공관에서 조기를 게양하고, 전 부처 지자체 공공기관들은 애도기간 동안 시급하지 않은 행사는 연기하고 부득이 개최할 경우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기로 했다.

 

나아가 정부는 ‘이태원사고수습본부’를 구성해 신속히 사고를 수습하고 부상자와 유가족을 대상으로 의료와 심리 지원, 장례 지원을 실시하기로 했다.

 

먼저 중상자의 경우 복지부 직원을 1:1로 매칭해 가족 등이 필요로 하는 사항을 파악하고, 적시에 치료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집중 관리한다. 경상자는 병원별로 보건복지부 직원을 파견해 사고 환자들을 지원한다.

 

사망자는 장례식장과 지자체를 연계해 현장의 장례 수요를 파악하고, 장례식장에 보건복지부 직원을 파견해 장례 절차 관련 지자체와 유가족 간 협의를 지원한다.

 

또한 화장시설 운영시간을 연장하거나 예비화장로를 운영하는 등 장례절차를 예약하고 안치공간이 부족할 경우 국가재난대비 장례식장을 중심으로 분산 안치해 원활한 장례를 돕는다.

 

아울러 중상자 1:1매칭 등 의료지원 및 장례지원 등을 위해 총 71명의 보건복지부 직원을 병원과 장례식장 등에 파견해 밀착 지원한다.

 

나아가 유가족, 부상자·동행자, 목격자 등 심리지원을 위해 국가트라우마센터 내 심리지원단을 설치한다. 정신건강전문의 및 정신건강전문요원을 투입해 조기 심리상담도 실시한다.

 

또 정부는 유가족과 부상자, 가족들을 대상으로 심리지원 안내 문자를 발송해 대면 또는 전화상담을 실시하고 모니터링과 사례관리를 지속하는 등 적극적인 심리지원을 펼치고 있다.

 

이와 함께 목격자 및 일반시민 등 이번 사고를 계기로 심리적 도움이 필요한 국민들을 대상으로 위기상담전화(☎1577-0199)를 운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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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경선 기자 sisatim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