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고래류 사육시설 8곳 부실 관리실태 확인돼
이정미 국회의원·동물단체 등 민관공동조사 실시해 결과 발표
[시사타임즈 = 탁경선 기자] 정의당 이정미 국회의원, 동물권단체 케어, 동물자유연대, 핫핑크돌핀스은 29일 공동보도자료를 통해 국내 8개 고래류 사육시설에 대한 민관공동조사로 고래류 사육시설이 부실하게 관리되고 있으며, 정부가 이를 수십년간 방치한 사실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민관공동조사단(이하 공동조사단)은 울산 돌고래 폐사사건을 계기로 △이정미 국회의원 △동물권단체 케어 △동물자유연대 △핫핑크돌핀스 △환경부 △해수부로 구성되었으며, 지난 2월22일부터 3월3일까지 열흘간 해당 업체의 시설관리(수온, 수질, 조명, 소음 등)와 돌고래 건강관리 (사료급식방법, 건강관리차트, 수의사 등) 실태를 점검했다.
공동조사단은 이번 조사와 관련해 “고래류 사육시설에 대한 공동점검이 서울대공원이 1984년 돌고래 쇼를 시작한 이래 33년 만에 처음이라는 점에서 이번 공동조사의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어 “업체측의 수족관 시설 출입 제한, 자료미제출, 정부의 미온적 조사준비 등으로 인해서 공동조사가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았다”면서 “환경부와 해수부가 업체의 눈치를 보며 공동조사결과 발표 기자회견을 거부하여, 이번 조사결과 발표는 민간측 조사단의 입장만 반영되었다”고 설명했다.
돌고래 생활공간 법적 기준 미달, 상주 수의사 없는 곳도 있어
공동조사단은 좁은 돌고래의 생활공간, 전무한 환경풍부화 시설, 열악한 의료 환경 등을 확인했다.
고래류 사육시설 8곳 모두 총면적은 법적기준을 만족했지만, 여러 개로 쪼개진 개별 수조의 면적은 법적기준 (수면적 84m², 깊이 3.5m이상 )을 충족시키지 못했다.
울산 장생포 고래박물관의 경우 10번 돌고래를 격리 중인 수조는 38m² 로 법적기준의 절반에 불과했다. 보조수조는 칸칸으로 나뉘어 있어서 실제 공간은 훨씬 비좁았다.
또 흰고래(벨루가)를 사육하고 있는 거제씨월드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수조가 칸칸으로 나뉘어 있고, 보조수조 등 개별 수조면적은 법적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 국내 관리기준이 하루 100km 이상을 이동하는 돌고래들에게 수조 길이 20~30미터는 매우 좁은 공간일 수 밖에 없는 것.
열악한 사육환경에 노출된 돌고래의 극심한 스트레스에 대한 징후도 관찰됐다. 한 자리에서 반복적으로 뛰어오르거나, 계속에서 벽에 부딪히는 정형행동을 거제씨월드에서 확인되었는데, 이곳은 이미 큰돌고래 6마리가 폐사한 곳으로 이러한 스트레스가 지속되면, 사육사를 공격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돌고래의 건강을 관리하는 수의사가 상주하는 업체는 8곳 중 5곳이었며, 3곳(1곳은 촉탁수의사)은 협진형태로 수의사가 고래류의 건강을 관리하고 있었다. 그러나 수의사가 상주하는 5곳도 법적으로 구비하도록 한 서류를 제출하지 않아 수의적 의료행위가 적절하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확인할 수 없었다.
이와 관련해 공동조사단은 “대부분 수족관 전체를 한 명의 수의사가 담당하고 있어 질병 또는 상해가 발생하면 적절히 치료를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고 지적했다.
업체 관리기준 제각각, 기본 매뉴얼도 없어
거제씨월드의 경우, 물냉각시설을 갖추고 있지 않아 수온 14도 내외에서 사는 흰고래(벨루가)에게 여름철 20도 이상의 물을 공급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국내에서는 흰고래(벨루가)에 대한 관리기준이 없어, 상대적으로 크기가 작은 큰돌고래 관리기준을 흰고래(벨루가)에게 적용하고 있다.
이외에 8곳 업체들은 염도·수온·잔류염소농도·대장균 등을 제각각 관리하고 있었는데 대장균의 경우 울산 장생포 고래박물관은 연간 4회를, 제주 한화아쿠아플라넷은 격월로 대장균을 조사했다. 해수를 사용하는 제주 마린파크와 제주 퍼시픽랜드, 거제씨월드는 대장균을 측정하지 않았다.
아울러 적조발생, 해수염도변화, 지하수 오염 등에 대한 위기대응매뉴얼을 갖추지 않은 곳은 여수 및 제주 한화아쿠아플라넷, 울산 장생포고래박물관 3곳이었으며, 롯데월드 아쿠아리움은 서류자체를 제출하지 않았고, 제주 마린파크는 매뉴얼이 있다고 표시했으나 근거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다.
또한 최근 일본 다이지에서 큰돌고래 두 마리를 수입해 1마리를 폐사시킨 울산 장생포 고래박물관은 사육사 관리 매뉴얼 조차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법적 구비서류와 현장조사결과 불일치
공동조사단은 “서울대공원이 1984년 돌고래 쇼를 시작한 이래 지난 33년 동안 고래류에 대한 정부의 공식통계는 전무한 상태이다”면서 “‘야생생물보호법’에 규정하고 있는 동물건강관리(수의적 기록, 건강검진 자료 등), 용도변경현황 등에 대한 자료를 정부는 가지고 있지 않았다”고 알렸다.
특히 수족관 업체의 설명과 정부의 자료가 일치하지 않는 경우도 확인됐다.
고래류 수입용도에 대해서 여수 한화 아쿠아플라넷 관계자는 흰고래(벨루가)를 ‘연구용’으로 들여와 해수부 산하 고래연구센터와 함께 연구하고 있다고 설명했으나 환경부의 ‘수입허가신청서’에는 ‘전시용’으로 표기되어 있다. 롯데아쿠아리움도 전시용에서 상업용으로 용도를 변경했다고 하지만, 환경부는 ‘용도변경서류가 없다’고 이정미 의원에게 제출한 것.
공동조사단은 “국제멸종위기종 고래류 폐사현황의 경우 환경부가 업체들로 받은 자료를 취합하면 22건(22마리)이지만, 공동조사단의 일원인 핫핑크돌핀스의 자체 조사에 따르면 폐사한 고래류는 최소 70여마리 이상이 된다”며 “48마리 이상 차이가 나는 것은 업체들이 ‘고래류 인공증식 미신고’, ‘업체들 간의 내부 거래 미신고’ 등에 의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공동조사단 “정부, 고래류포함한 전체 수족관 실태조사 다시 해야”
공동조사단은 “해수부와 환경부는 동물원 및 수족관법을 통해서 수족관 전체 관리방안을 강구하겠다고 주장을 하고 있지만 사실상 이번 민관공동사가 마지막 공식 조사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토로했다.
5월에 시행예정인 동물원 및 수족관법에는 지방정부의 시·도지사만이 동물원과 수족관을 관리할 수 있도록 되어 있기 때문이라는 것.
공동조사단은 “6월부터는 중앙정부, 특히 해수부는 동물원과 수족관을 관리할 법적권한이 하나도 없게 된다”면서 “국제적 멸종위기종의 경우 ‘야생생물보호법’에 따라 환경부가 일부 관리할 수 있을 뿐이다”고 덧붙였다.
이어 “공동조사를 통해서 고래류 수족관 관리가 업체에 따라 수질조사 등이 제각각 진행된 것을 확인했으며, 정부는 1년에 1번 점검표없이 형식적인 정기점검을 수십년간 해왔던 것을 확인했다”며 “이런 관리소홀은 업체의 공동조사거부와 법적서류미제출 등과 무관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고래류 한 종에 대한 수족관의 관리실태가 이러한데, 수많은 해양동식물의 관리가 어떨지 미루어 짐작된다. 사실상 수족관은 수 십년간 방치되어 온 법의 사각지대였다”면서 “환경부와 해수부는 이번 민관공동조사의 한계를 바탕으로 수족관 전체에 대한 종합점검을 실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이정미 의원과 동물보호단체는 “울산 남구청의 큰돌고래 수입과 죽음을 교훈삼아 우리나라도 큰돌고래 등 해양포유류 시설의 기준을 강화하고, 헝가리, 인도, 칠레, 코스타리카, 미국처럼 점차 돌고래 쇼 등을 전면 폐지하고 고래류의 수족관을 없애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공동의 입장을 밝힌바 있다.
이번 조사를 통해서 이 의원과 동물보호단체는 폐쇄할 시설의 돌고래들을 ‘바다쉼터’로 옮겨 더 나은 환경에 살도록 하는 '돌고래 바다쉼터 추진위원회(가칭)'를 구성할 예정이다. 이 위원회에서는 바다쉼터 위치모색과 국민적 참여를 이끌어 내는 활동을 진행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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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경선 기자 sisatim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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